2007년 3월 27일 뉴욕 타임스에 ‘앨범은 비호감 상품’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작년 음악 시장에서 정규 앨범보다 디지털 싱글의 판매량이 더 높았다고 한다. 아이튠스 등을 통해서 99센트짜리 싱글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CD로 전곡을 듣기보다 마음에 드는 몇 곡만을 선별해서 사는 새로운 소비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아주 열정적인 팬들만 가수의 앨범을 통째로 산다. 일반적인 음악 소비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음악을 즐기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래서 앨범의 판매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사는 “미래에는 앨범이 사라지고 디지털 싱글만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요지의 글이었다.
통계로 미루어 짐작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디지털 싱글의 판매량은 늘어나지만, 앨범 판매는 적자를 면하지 못한다. 제작자로서도 앨범 전곡을 만드는 것보다 싱글만 창작하는 게 위험 부담이 적다. 디지털 싱글의 이윤은 앨범의 14배나 된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음반사의 수익을 맞추려면 잘 팔리는 블럭버스터 음반만 가능하다. 소비자의 취향이 변하면 생산자는 그에 맞춰 시장 생존 방식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전자책 일부분만을 파는 일도 가능하다. 독자에게 필요한 부분만 살 수 있는 미래도 머지않았다. 인터넷 서적 판매사이트 아마존에서 단편을 이런 방식으로 이미 팔고 있다.
나는 디지털 싱글을 사지 않는다. 앨범 전곡이 주는 음악 세계를 싱글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인기곡보다 더 괜찮은 노래를 앨범에서 만나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 앨범의 커버나 속지 없는 노래뿐인 곡을 돈 주고 사는 일이 즐겁지 않다. 또한, 나의 수집벽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아이튠스에서 파는 곡은 마음대로 복사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돈을 주고 산다는 기분이 안 생긴다. 나의 아이팟에는 내 CD에서 추출한 음악들로만 채워져 있다. 디지털 싱글이 내 음악 감상의 세계에서는 별세계처럼 느껴진다. 정말 듣고 싶은 음악이 디지털 싱글로만 출시된다면 모를까. 내가 디지털 싱글을 살 일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싱글이 앨범을 대체할 날이 빨리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앨범의 포장을 벗기고 그 안에 담긴 글을 읽는 순간도 내 음악 감상의 한 부분이다. 먼지 쌓인 CD 장식장을 뒤적이는 내 손의 즐거움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