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 존스의 음악을 들으면 항상 헷갈린다. 그녀의 음악을 어떤 장르로 넣어야 할지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저음으로 깔리는 독특한 음색은 블루스를 연상시키고, 피아노와 어우러진 흥겨운 노래는 재즈 같기도 하고, 담백하게 노래하는 부분은 포크 같기도 하다. 간간이 컨트리의 느낌도 좀 섞여 있다. 그래서 음반가게에 가서 그녀의 앨범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살펴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스탠다스 팝 장르에 넣는 경우가 제일 많았다. 가끔 재즈나 포크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노라 존스가 추구한 음악 세계는 다분히 잡식성이다.
장르의 융합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가수로서 획일적으로 한 장르에 자신을 구속하는 게 답답할지도 모른다. 그녀가 추구해온 음악적 세계도 그만큼 다채로운 걸 보면 장르적 복잡함이 이해된다. 가수이자 피아니스트인 노라 존스는 비틀즈와 같이 연주한 경력이 있는 전설적 인도 지타 연주자인 ‘라비 슁커’다. 그녀는 1979년 3월 30일 뉴욕시에서 태어났지만, 4살 때 어머니를 따라서 텍사스 댈러스로 옮겨와 유년기를 보낸다. 그녀가 음악적 스승으로 생각하는 빌리 홀리데이와 빌 에반스를 듣고 그들의 음악을 부르며 살았다.
엄마는 빌리 홀리데이 음반 전집 8개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중에 제가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끊임없이 연주하며 음악에 대한 꿈을 품었죠 — 노라 존스
노라는 교회 성가대에도 있었고, 피아노 레슨도 받았다. 잠시지만 알토 색소폰도 연습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음악에 뛰어든 건 댈러스에 있는 부커 티 워싱턴 공연/시각예술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다. 고등학교 재학시절인 1996년 재즈전문 잡지 ‘다운비트’에서 학생부 보컬과 작곡 최고상을 타게 된다. 그녀는 이듬해에도 보컬 부문 상을 휩쓴다. 그녀는 노스 텍사스 대학에서 재즈 피아노를 2년간 전공하다가 1999년 여름 자신의 고향인 뉴욕으로 떠난다.
노라는 뉴욕의 커피하우스와 재즈클럽에서 노래하면서 자신의 곡을 만드는데 푹 빠진다. 자신의 그룹을 결성하여 만든 데모 테이프를 들고 2000년 10월에 블루노트를 찾아간다. 2001년 계약을 맺고 자신의 데뷔 앨범을 차분히 준비한다. 비지스, 더스티 스프링필드 등과 작업한 제작자 아리프 마딘이 참여한 첫앨범 ‘Come Away with Me’가 2002년 출시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어쿠스틱 팝, 재즈, 소울 그리고 컨트리가 결합된 이 음반은 전 세계적으로 1800만 장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된다. ‘Don’t Know Why’라는 곡은 빌보드의 정상을 차지하면서 흥행을 이어갔다.
1집의 상업적 성공이 음반사의 마케팅과 예쁜 외모 때문이라는 부정적인 평이 그녀를 괴롭혔다. 이런 비판은 잊혀가던 재즈를 상업적으로 부활시킨 다이애나 크롤에게도 있었다. 노라는 2집의 매진하는 것으로 세간의 우려를 떨쳐버리려 했다. 70년대 싱어/송라이터 스타일과 컨트리적인 느낌을 강화한 Feel like Home은 2004년 2월 9일에 출시되었다. 1집의 신선한 사운드보다 과거지향적 음색이 평이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는 2집이 더 마음에 든다.
2007년 1월 30일 역시 블루노트 레이블로 나온 노라의 3집은 흥미롭다. 포크 가수 숀 콜빈의 느낌도 좀 들어있다. 전작들처럼 외로움과 분노가 담겨있는 노래들로 채워져 있지만 보다 직설적이다. 그녀의 새로운 도전을 좀 더 지켜봐야겠다. 장르적 융합을 넘어서는 새로운 해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