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에서 아카데미를 속 시원하게 비판해놨다. 아카데미 혹은 오스카가 선정한 영화들은 다분히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듯하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핵심이 되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다 휩쓸어 버렸다. 역시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배우이자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평하길, 록키에 비극적 결말만 더한 영화라고 혹평을 해놨다.
오스카는 역시 휴머니즘 드라마를 선호한다. 나는 지나치게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드라마에 약간의 반감이 있어서, 이 영화는 나의 구미를 당기진 못했다. 정작 휴머니즘을 중요시하면서 현실 속에서 인간애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해가 안 된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이라크의 어린이 한 명을 데려와 병든 다리를 고쳐주는 걸 대대적으로 방송했다. 그걸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시청자들을 인터뷰까지 폭넓게 했다. 그걸 보면서 방송사가 좋은 일은 한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개운하지 못했다. 왜냐면, 저런 방송을 하는 나라는 지금도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있으니까. 결국 방송은 국가의 훼손된 정당성을 세워주는 겉치레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영화도 다분히 그런 역할을 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얘기가 자꾸 다른 곳으로 흐른다. 오스카가 진보적 성향의 크리스 락을 호스트로 선정했던 건 좀 의외였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크리스 락이 조지 부시를 까댔다. 사실 부시를 비난했을때, 골수 공화당원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얼굴이 어땠을는지 좀 궁금했다. 흑인들을 인터뷰해서 백인 중심의 아카데미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흑인들은 시상식에 후보로 오른 영화들은 전혀 안 본다고 했다. 보수적이고 과거의 영예에 집착하고 있는 듯한 시상식은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
크리스 락의 입담을 볼만했지만, 뭔가 짓눌려있는 분위기는 조니 뎁의 표정에 아주 잘 드러났다. 지루해하며 권태롭게 손뼉를 치던 표정이 유난히 기억난다. 74살 먹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80살 먹은 시드니 루멧에게 “당신에 비교하면 나는 어린 애에 불과해요”라고 하던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늙어가는 오스카 시상식이 다시 젊어지는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