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말의 유행: 틀리다

사람들이 잘못 쓰는 말 가운데 듣기가 거북한 말이 바로 “틀리다”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잘못 쓰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나는 틀려” “내 생각은 틀려요” 이 말의 정확한 표현은 “나는 달라” “내 생각은 달라요”다. 하지만 사람들은 “틀려”를 틀리게 남발한다. 자신의 스타일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같고 다르고”의 문제다.

이 잘못된 표현이 내게 불편한 이유는 이 말이 담고 있는 불온한 세계관 때문이다. “틀리다”는 말의 짝을 이루는 말은 “맞다”이다. 어떤 일에 항상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다른 해결방법은 언제든지 있다. 이런 세상일을 모두 맞다 아니면 틀리다로 정의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고 토론조차 할 수 없게 하는 비민주적 사고방식이다.

중요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찬성”아니면 “반대”이다. 같은 찬성이나 반대도 그 속에는 다른 논리가 존재할 수도 있는데 그걸 들을 여유조차 없는걸까. “다르다”라고 말하면 그 뒤에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음에도 들을 필요도 없이 “틀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배타적인 태도이다. 찬반의 판단이 한번 이뤄지면 그 뿐인 것이다. 자세한 의견은 나눌 필요도 없이 같은 편이 되어 싸우는 운명이 된다.

자신의 의견은 정답이고 다른 의견은 오답이라는 흑백논리가 바로 “틀리다”라는 표현에 담겨 있다. 조금이라도 소수의 의견을 들을 의지가 있다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틀리다는 말로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어떻게 다른지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져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정답이 있을거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에게 다름은 그냥 틀린 의견일 뿐이다. “다르다”와 달리 “틀리다”는 토론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닫는 대답이다. 어떻게 “틀린” 건지 물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회와 역사의 반영이다. “틀리다”는 말의 유행은 우리편과 적을 가르는 세계관이 만연하다는 증거다. 내 눈에는 맞는 편과 틀린 편이 맞서서 싸우는 장면이 자꾸 연상된다. “맞고 틀리고”는 당시에 누가 힘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수시로 바뀔 뿐이다. 나는 수많은 “다른” 의견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선을 찾아서 합의하는 세계가 보고 싶다.

세상의 일은 한가지 해결방식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의견에 대한 “맞고 그르다”는 성급한 판단은 수많은 합리적 대안을 들어볼 기회조차 거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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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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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일야 2008년 11월 28일, 12:00 pm

    공감합니다. 사람들이 분명 ‘다르다’와 ‘틀리다’는 그야말로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틀리다는 말을 쓰곤 하죠. 과학적인 fact와 관련된 것들…예를들어 수학문제를 푸는 경우라면 틀리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만, 그 외의 대다수의 경우에 우리가 과연 틀리다는 말을 쓸 여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군요.

  • mindfree 2008년 11월 28일, 2:04 pm

    요즘은 그나마 TV에서 연예인이 나와서 ‘틀리다’라고 말하면 자막으로는 ‘다르다’고 나옵니다. PD는 그 차이를 알고 있다는 얘기죠. 다만 그 연예인의 발언이 끝나면 PD가 현장에서 “00씨,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른 의미니까, 앞으로는 ‘다르다’라고 말해 주세요”라고 바로잡아주면 좋겠는데, 그냥 꿈이겠지요?

  • 류동협 2008년 11월 29일, 4:10 am

    시일야 — 사람들이 정답에 대한 강박이 어느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복잡하죠. ^^

    mindfree — 방송에서 그렇게 고쳐주는 게 그나마 다행이죠. 그 영향력을 고려할 때, 방송하는 연예인들이 좀더 신경을 써주면 좋으련만… 문제를 알고있는다는 게 시작이 되겠죠. 🙂

  • marie 2009년 1월 9일, 3:06 am

    네이버 메인에서 링크 타고 왔습니다. 신기합니다 ^^

  • 류동협 2009년 1월 9일, 1:12 pm

    marie — 자주 타고 오세요~ 꾸준히 새글을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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