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냐 경고냐

잇따른 호우로 전국적인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일기예보가 잘못되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몇 년전에 슈퍼컴퓨터도 들여놓았지만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그리 높아진 것 같지는 않다. 뭐든지 기술의 발달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생각도 문제다. 때로는 기술보다 제도적 장치가 문제해결에 유용할 수 있다.

일기예보가 틀리기는 미국 같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며칠이나 하루 전에 일기예보를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상변화로 폭우나 폭설이 내리면 속수무책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컴퓨터와 과학적 기상장치를 구비해도 변덕스러운 날씨를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다.

미국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가끔 짜증나는 일이 있다. 갑자기 본방송이 멈추고 경고음과 더불어 검은 화면에 비상 메시지가 나온다. 대부분이 번개, 천둥, 폭우, 폭설에 관한 날씨 경고방송이나 납치 같은 급박한 범죄에 관한 내용이다. 라디오도 마찬가지로 이런 비상방송이 본방송을 방해한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내용이라 귀를 세우고 듣게 된다.

실시간 관측을 바탕으로 위험도에 따라서 이런 비상 경고방송을 준비해서 내보내는 시스템이다. 미국 방송국은 비상방송을 내보낼 법적 의무가 있다. 대부분 미국사람들은 당연히 필요한 방송으로 여기고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한다.

일기예보는 어디까지나 예보일뿐이다. 몇 시간, 며칠 후의 날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실시간 관측에 의존하는 것은 어떨까. 매번 일기예보나 기상청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급격한 날씨변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한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제도를 만드는 게 더 실용적인 대처가 아닐까.

실시간 관측을 하다가 정말 위험한 상황이 되면 경고방송이나 문자메시지로 이를 알리는 방법을 도입하면 피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실시간 시청률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실시간 날씨관측이라고 못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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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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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g 2008년 7월 20일, 6:27 pm

    무지 오랜만에 새 글을 보는 것 같네요. 🙂
    여튼 말씀하셨듯이 지구기후의 변동성이 크게 증가한 탓도 있는데 기상청만 너무 몰매를 맞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날씨로 인한 비즈니스 이해관계가 증가한 측면도 있겠죠.

  • 류동협 2008년 7월 21일, 8:56 am

    foog — 한동안 뜸했었죠.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과 더불어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죠. 실시간 정보를 활용하지 않으면 피해의 예방이 어려워지니까요.

  • 까우 2008년 7월 22일, 4:44 pm

    축하합니다. 상기포스팅이 Daum신지식 상세화면 블로그지식에 소개되었습니다.^^ http://k.daum.net/qna/view.html?qid=3ZVh2
    앞으로도 좋은지식 트랙백 많이 부탁드립니다.

  • 류동협 2008년 7월 23일, 5:35 pm

    까우 — 앗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로 블로깅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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