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에 나온 록커

“희야”, “마지막 콘서트”, “사랑할수록”, “네버엔딩스토리” 등 음악으로만 기억되던 록커, “부활”의 김태원은 요즘 틀면 나온다는 수도꼭지 연예인이 되었다. 그는 특유의 입담과 독특하고 솔직한 캐릭터로 어느새 예능계의 기대주가 되었다. 예능계는 전통적으로 개그맨이 주도하는 분야였지만 이제는 워낙 다양한 계통의 사람이 활동하게 되었다. 운동선수 출신 강호동은 말할 것도 없고, 가수 출신 탁재훈, 신정환, 윤종신도 있고, 배우 출신 조형기는 이미 대표적인 예능인이다.

록커의 예능 진출은 김태원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김C는 “1박2일”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중이다. 김종서나 신해철도 시트콤이나 다양한 예능에서 자주 얼굴을 내비쳤다. 록커의 예능진출이 웃음을 주는 이유는 둘의 조합 때문이다. 사실, 록커와 예능의 결합은 쉽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록커는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를 뿜으며 관객을 압도하는 존재지만, 예능인은 대중 앞에서 여지없이 망가지면 웃음을 주는 처지다. 망가진 록커는 이해하기 힘든 조합이라서 새로운 웃음을 생성한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한국에서 록이 대단한 위치를 차지한 적이 있다. 록의 전성기에 활동하던 대단한 그룹으로 “시나위”, “백두산”, “부활” 등이 있었는데, 김태원은 그 중 “부활”의 리더였다. 그런 대단한 배경을 가진 록커이기 때문에 예능에서 망가지는 순간 큰 웃음을 준다. 록커의 패션인 체인, 긴머리, 가죽바지, 해골무늬도 개그의 소재가 된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록커의 자존심이 전복되어 개그의 소재가 된다. “놀러와”에서 백두산의 유현상과 부활의 김태원이 나란히 출현해서 제대로 망가졌다. 록의 전설이 무너지면서 웃음이 터졌다.

김태원과 유현상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놀러와”에서 전개된다. 이미 예능의 ‘맛’을 알게 된 예능선배 김태원은 록커선배 유현상에게 예능하는 법을 충고한다. 하지만, 유현상은 오히려 “우리가 전설적인 록커인데”라며 록커의 자존심을 지키라며 김태원의 말을 가로막는다. 결국 촬영이 전개되면서 당당하던 유현상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능프로그램은 카리스마 작열하는 록커의 이미지를 유쾌하게 전복한다. 예능무대에선 록커가 코미디언 되었지만, 록커는 무대 위로 돌아가서는 록으로 관객에게 기쁨을 줄 것이다. 시청자는 예능을 통해서 록커의 인간미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웃기는 록커 김태원의 활약에 빠져 들면서  나는 더 많은 록을 찾아서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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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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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일 2009년 4월 28일, 4:41 am

    저도 어제 재밌게 보았는데, 이거 원 실시간으로 시청하시나봐요?

    • 류동협 2009년 4월 28일, 10:25 pm

      세상만사가 복잡해서 요즘에는 드라마보다 예능에서 더 즐거움을 찾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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