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냐, 블로그냐

트위터를 열심히 하기 시작한 후로 블로그를 소홀히 했다. 블로그나 트윗이나 표현의 창구다. 트윗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짧게나마 털어놓을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블로그로 다시 써야 할 필요를 못 느꼈다. 게다가 트윗이 반응이 훨씬 빠른 편이라서 더 재밌다. 블로그 댓글은 잘 달리는 편도 아니고 우선 느리다. 트윗의 빠른 속도에 매료되었다.

블로그는 노트북으로 주로 글을 쓴다면, 트윗은 단연 휴대전화이다.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낼 필요도 없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서 몇 문장만 쓰면 그걸로 끝이다. 사진도 그 자리에서 폰카로 찍어서 바로 올릴 수 있다. 글이나 사진에 대한 반응이 바로 날아온다. 이 과정은 무척 빠르게 전개된다. 그만큼 빠르게 사라지기도 한다. 트윗글에 대한 맨션의 90% 이상이 한 시간 안에 일어난다. 유효기간이 그 정도 된다는 얘기다. 한 시간이 넘어가면 타임라인에 쏟아지는 글에 묻혀 사라지기 쉽다. 간혹 리트윗을 통해서 살아나기도 하지만 아주 드문 일이다.

촌각을 다투는 엄지들의 속도전을 보는 듯하다. 그 아찔한 속도에 압도되기도 한다. 사안에 따라서 빠르게 변하는 트위터 민심이 무섭기도 하다. 몇 마디 해보기도 전에 상황은 종료되고 판결은 내려진다. 호흡이 긴 글로 의견을 쓰는 건 트윗 문법을 벗어난 배신이다. 압축해서 표현할 수 없다면 뒤처진다. 긴글쓰기라는 변칙적인 서비스가 나왔지만, 나조차 클릭하기가 귀찮다. 타임라인 읽기도 바쁘다보니 손이 가지 않는다.

밀린 숙제를 하듯이 타임라인을 읽다 보면 뭔가에 잔뜩 쫓기는 기분이 든다. 단위 시간당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하기에 내 머리의 용량이 딸린다.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문장만 기억에 남는다. 어려운 말, 복잡한 생각은 들어올 틈이 없다. 트윗 문장을 계속해서 읽다보면 나는 러닝머쉰 위에서 달리는 사람이 된다. 기계적으로 발을 뻗어 속도에 맞추어야 넘어지지 않는다. 앞으로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자리 걸음이다.

트윗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에서 나의 블로그 글쓰기는 멈춰 있다. 블로그 글을 홍보하러 트윗에 놀러 왔다가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블로그로 돌아가지 않았다. 다시 블로그로 돌아가려고 이 글을 쓴다. 내 호흡으로 글을 쓰고 대화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블로그는 내가 정한 속도로 걷는 산책이다. 세상은 너무 빠르다. 불과 몇 년 전에 나왔던 블로그가 구식처럼 여겨지니. 자연을 찾아 웰든의 호수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닌데.

트윗을 버리고 블로그로 돌아갈 생각은 아니다. 트윗의 빠른 소통은 포기할 수 없다. 블로그로 글을 쓰면서 트윗도 하는 균형점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단상이나 간단한 질문은 트윗이 가장 적합한 매체이다. 그러나 트윗은 블로그를 대체하지 못한다. 트윗에 감탄하지만 그 한계는 인식해야 한다. 러닝머쉰을 벗어나 산책길을 걷는 일도 필요하다.

이렇게 긴 글을 써본 게 얼마만인지. 벌써 나의 머리는 이글을 트윗으로 자동 번역하고 있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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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환 2010년 11월 5일, 8:45 am

    무지하게 와닿는 글입니다. 트위터 모든 글을 읽겠다는 생각을 버리게 되더니, 결국 거의 안 읽게 되더군요. 그야말로 ‘휩쓸린다’는 표현이 맞다고 생각되어서… ㅎㅎ

    • 류동협 2010년 11월 5일, 6:12 pm

      트윗은 장점이 많은 매체이긴 하지만 요즘 단점도 서서히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짧은 생각을 편하게 나누게 되지만 깊은 생각을 좀처럼 할 수 없어지는거 같아서 약간 거리를 두면서 새로운 활용 방법을 찾아보려구요. ㅎㅎ

  • snowall 2010년 11월 5일, 11:05 am

    저는 읽지 않을 글은 팔로우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여유롭던데요.

    • 류동협 2010년 11월 5일, 6:13 pm

      제가 워낙 관심사가 잡다하다보니 팔로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팔로우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 같네요.

  • A2 2010년 11월 5일, 9:22 pm

    저도 블로그와 트윗을 겸하고 있습니다. ^^

    • 류동협 2010년 11월 7일, 5:15 pm

      저도 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죠. ^^

  • 프랭키 2010년 11월 11일, 11:40 pm

    오랜만입니다. 동협님.
    근데 왜 저의 블로그 소식란에 동협님 블로그 새글 소식이 올라오지 않은 건지.. 그래서 이제야 구경 왔습니다. 잘 지내셨죠?
    저도 가끔 웹상에서 트위터를 즐기곤 하는데, 아직 잘 적응이 안돼요. 소셜미디어 수업을 듣고는 어쩔 수 없이 시작했는데, 블로그랑 비교하니 장단이 있는 것 같고, 좀더 재미있는 것 같지만, 가끔은 트위터질이 사람을 좀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
    동협님, 팔로잉 해야겠네요. ^^

    • 류동협 2010년 11월 12일, 1:38 am

      무척 반갑네요. 프랭키님.
      요즘에 도통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해서 새글 소식이 없었죠. 한동안 트윗하느라 블로그 글을 못 쓴것도 이유겠죠. 전 트윗이 좀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약간 쓸쓸한걸 느끼게 되더군요. 블로그도 그런면이 있긴 하지만요. 저도 프링키님 쫓아다녀야죠. ^^

  • 아거 2010년 11월 14일, 2:56 pm

    역시 인기 블로거이시네요.. 요즘들어 이렇게 많은 댓글이 오고 간다는게.. ㅎㅎ

    • 류동협 2010년 11월 14일, 6:05 pm

      갑자기 글의 조회수가 늘어서 놀랐는데, 아거님이 소개해주셨네요. 감사해요~

  • 루씨랑 2010년 12월 14일, 1:34 am

    공감되는 글입니다.

    요즘 이래저래 얼마 되지 않은 머리속 정보를 쥐어짜서
    배출해낼수 있는 통로가 많이 생기더라구요.

    저도 소소하게 블로그 하고 있지만 블로그 쓰기에도 벅차서
    다른걸 할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 류동협 2010년 12월 31일, 5:23 pm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그 생각들이 모이기는 쉽지 않지만, 표현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트윗도 어떻게 변화할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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