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의 난감함

아시는 분의 소개로 방학 중에 통역 알바를 하게 되었다.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기에 무턱대고 한다고 했다. 일을 하기로 한 날이 다가오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통역을 부탁한 쪽에서 자료도 보내주지 않았고, 나의 영어 실력이 충분한지 회의가 되었다. 간간히 번역일은 해보았지만, 말로 하는 통역은 한번도 해보지 못했기에 좀 두려웠다.

일주일이 채 못되는 기간이었지만 통역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걸 배웠다. 이번 통역의 내용이 주로 불만에 관련된 게 많다보니 중재하는 일을 해야하는데 쉽지 않았다. 미국과 한국 문화간의 차이라는 걸 충분히 이해시켰는지도 의문이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서로를 이해못하고 자신들의 의견만 내놓는 상황에서 좀 답답했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줬더라면 설명할 수 있었을 텐데. 짧은 시간안에 이해시키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내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 문제들도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에 온지 4년이 넘어간다. 미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수준은 높아졌지만 영어로 내 생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려면 아주 멀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전공관련 영어가 나의 한계다. 통역관이 되려면 순발력있는 언어적 능력과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번역은 중간에 수정할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통역은 말하는 순간 모든 일이 결정된다.

내 생각에 통역은 영어실력보다 대화의 기술이 더 요구된다.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한국인과 “천천히” 가려는 미국인 사이의 통역은 쉽지 않았다. 서로 자기방식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니까.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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