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실험실의 쥐로 생각하는 독점기업

먹거리의 미래 (The Future of Food, 2004)

공상과학이나 공포영화에 등장할만한 미래의 모습이 자세히 담겨있는 현재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현재 진행 중인 식량공포를 알게 된다면 음식에 대한 생각을 다시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우리의 식탁은 위협받고 있고 건강은 장담할 수 없다. 독점화된 농업기업의 잘못된 결정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이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미국의 사례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 문제다. 거대 기업화된 미국의 농업은 전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도 미국처럼 되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CJ를 비롯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농업이나 음식물 산업의 독점화가 이뤄지고 있다.

농업독점기업의 폐해

데보라 쿤스 가르시아(Deborah Koons Garcia)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거대 독점기업 몬산토(Monsanto)의 횡포를 다룬다. 몬산토는 유전자조작 농산물(GMO)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유전자 조작농산물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기 전까지 이 기술은 세계의 기아를 해결할 축복받은 기술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농산물로 인간 건강에 심각한 피해사례들이 보고되었고 다른 동식물과 환경이 받는 피해도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몬산토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대한 수만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 특허를 악용하여 소규모 농부들을 위협하고 있다. 무단으로 농가에 침입하여 몬산토가 특허받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조금이라도 수집되면 소송을 걸어서 몇 대에 걸쳐 유지해온 농가의 종자를 파괴시키고 합의금을 타낸다. 농가 근처에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재배하는 곳이 있으면 이런 농산물은 벌, 새 혹은 바람으로 쉽게 퍼진다. 이렇게 유전자 조작농산물에 오염당한 농가는 보상은 받지 못한채 오히려 소송을 당하고 있다. 이런 소송이 걸려있는 미국내 농가만 해도 수천이다. 이들은 엄청난 법정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소규모 농가라서 대부분 몬산토가 원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할 수 밖에 없다.

유전자라는 자연의 일부분을 과연 특허내주는 일이 합당한가? 유전자 조작이 가져올 인간이나 환경에 대한 영향력은 감시하지 않고 마구 특허권을 주장하면 비윤리적 농업기업을 막을 방법은 없는가? 현재 유전자 조작기술은 병충해 방지나 생산력 증식에 대한 연구만 이뤄지고 있다. 그런 유전자 조작농산물을 먹었을 때 인간에게 생길 수 있는 영향력을 전혀 다루지 않는다. 심각한 문제가 보고 되었을 때만 그 기술을 파기하는 소극적 대처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익이 되는 기술만 연구하는 사기업의 특성 때문에 인간의 건강은 위협받고 있다.

몬산토를 비롯한 미국 농업기업이 주로 유전자를 조작하는 농산물은 옥수수, 카놀라, 면화, 콩 등이다. 최근에는 미국인의 주식인 밀까지 손을 대고 있다. 전체 냉동식품이나 가공식품에서 유전자 조작농산물이 쓰이는 비율은 60%를 넘는다. 유전자 조작식품을 먹고 음식 알러지를 일으킨 사람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전자 조작식품이 시장에 등장한지 얼마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정도이면 장기적 영향은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도 없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안전성?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바로 유전자 조작농산물과 깊은 관련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독일, 미국, 스위스 등에서 꿀벌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고,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꿀벌의 면역체계를 파괴한다는 연구가 있었다. 독일 할레 대학의 한스 하인리히 카츠(Hans-Hinrich Kaatz) 교수는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꿀벌의 내부 장기를 변형시켜서 결국 면역체계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4년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다. 꿀벌이 없으면, 꽃이 사라지고, 식물도 사라지고, 동물도 사라지고, 그러면 마지막엔 인간도 사라진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다큐멘터리에서 다룬 한 실험에서 유전자 조작농산물을 먹은 실험쥐의 60%가 죽었다. 몬산토는 유전자 조작농산물의 부정적 영향을 연구하는 교수의 연구도 막으려 한다. 농업 기업을 감시해야할 식약청, 농림부 요직에 몬산토 출신의 사람을 심어놓아서 감시를 무력화시켰다. 부시 행정부는 유전자 조작농산물을 만드는 기업에 보조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몬산토는 식량난을 겪고 있는 나라에 안전성이 의심되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팔면서 막대한 특허료를 챙기고 있다. 게다가 한해만 재배하고나면 그 다음해는 아무리 씨를 뿌려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자살 종자도 개발해서 공급하고 있다. 이 특허는 놀랍게도 미국 정부와 몬산토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 자살 종자가 자연 농산물과 섞일 경우 자연상태에서 농산물을 재생산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다큐멘터리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대안으로 유기농과 지역 농산물 시장을 내세운다. 그리고 유전자조작 농산물 표시를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표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는 농산물이나 음식이 유전자 조작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유럽이나 일본은 유전자 조작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고려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전자 조작농산물을 표시하는 법안이 하루라도 빨리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초식동물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서 광우병이 발병해서 인간에 옮겨왔다. 농산물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어떤 질병이 발생하는지 아직 알 수 없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영향평가에 대한 연구보다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 사용되는 과학은 점점 비인간적이 되어가고 있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먹거리를 조작하다가 잘못되면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 인간은 실험실의 쥐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수입된다고 한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을 소비해야할 위험에 처한 것이다. 광우병으로 나라가 어수선한 정국에 또 하나의 공포가 밀려온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즐거움과 기쁨을 줘야할 음식과 전쟁을 치뤄야 한다는 현실이 씁쓸하다. 위험한 실험을 계속하는 기업과 이것을 후원하는 정부와 이것을 팔아주는 소비자가 있는한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번창할 것이다.

이 고리를 끊기위해 미국의 소비자들은 유전자조작 농산물 표기를 의무화시키는 법안을 요구하고 있다. 그 다음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대한 불매나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운동은 직접적인 힘을 발휘할 수는 없지만 시민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방법을 통해서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해서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몰아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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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국 2008년 6월 30일, 6:36 pm

    이 영화를 보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 류동협 2008년 7월 2일, 8:36 am

    이창국 — 이 영화는 제가 미국에서 본 것이라서 한국에서 어떤 방법으로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방법을 알게 되면 댓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 류동협 2008년 7월 2일, 7:48 pm

    이창국 — 아래 사이트로 가시면 인터내셔널판 DVD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futureoffoodsto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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