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태극기

영화보러 극장에 갔다가 천장에 매달린 전세계 국기들 가운데 태극기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디카로 댕겨서 찍어보니 건곤감리의 위치가 틀렸다. 이곳 솔트레이크시티는 뉴욕이나 시카고처럼 코스모폴리탄 대도시도 아니다. 미국인들의 국제감각을 감안할 때, 태극기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그게 더 신기할 것이다. 나는 몇 개 안되는 국기들 사이에 태극기가 저렇게 걸려있는 게 오히려 대견했다.

예전에 학교에서 전세계 축제를 연다고 해서 가봤더니 거기도 사정이 비슷했다. 태극기는 어디서 구해서 달아놓긴 했는데 엉망이었다. 그때는 학교에 한인학생회도 없었던 시절이라 그러려니 했다.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차다. 아마도 한국사람이 소유주인 차일 것이다. 가끔 가방에 태극기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 봤지만 차는 처음이다. 외국에 나와서 살면 애국자가 된다. 나도 한국을 일본이나 중국의 속국으로 보는 외국인을 만나면 생각을 바로잡아 주어야 속이 후련해진다. 그리고 한국과 관련된 물건을 우연히 보기만 해도 반갑다. 나는 민족주의자는 아니지만, 그걸 완벽하게 부정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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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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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d K. 2008년 1월 14일, 12:36 pm

    저거 건곤감리 위치가 틀린게 문제가 아니라… 태극기를 아예 뒤집어 단 것 같은데요. (태극 모양도 반대….) 저거 앞뒤가 비치는 태극기였는 모양이구만요. (캬캬)

  • 류동협 2008년 1월 16일, 2:26 pm

    syd K. — 영 모양이 익숙하지 않더라. 근데 다른 나라 국기들은 정상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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