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고기 파이

스위니 토드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

Sweeney Todd

B급 공포영화가 된 영국의 살인마 전설

팀 버튼(Tim Burton)감독의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는 1979년 공연된 스티븐 쏜타힘(Stephen Sondheim)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다. 뮤지컬에 비해 내용이 전체적으로 압축되었고 대신에 시각적 효과는 강조되었다. 그 결과 뮤지컬에 있었던 노래나 유머가 줄어들면서 아주 잔인하고 암울한 이야기가 되었다.

‘스위니 토드(Sweeney Todd)’는 쏜타힘의 순수한 창작물은 아니었다. 영국에 떠돌던 스위니 토드의 전설은 다양한 문학작품으로 여러차례 개작되었다. 그 중에 크리스토퍼 본드(Christopher Bond)가 1973년에 쓴 희곡은 사회풍자와 멜로드라마가 적절히 섞여있었다. 그 희곡에 반한 쏜타힘은 뮤지컬로 창작하기로 결심했다. 풍자와 멜로드라마는 쏜타힘이 가장 사랑하는 장르였다.

이에 반해 팀 버튼의 스위니 토드는 피 튀기는 난장판에서 탄생한 영화다. 사지육신이 분해되어 고기파이가 되는 식인주의가 극의 전면에 두드러진다. 복수에 눈에 멀어 면도칼을 마구 휘두르는 살인마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B급 공포영화다. 순진무구한 희생자도 없고 살인마 스위니 토드의 칼에 쓰러지는 고기덩어리들 뿐이다.

이 글에서는 쓰지 않겠지만 영화의 결말에 기막힌 반전이 숨어있다. 죠니 뎁의 노래는 수준급이 아니지만 연기는 최고다. 이번에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노려볼 만하다. 헬레나 본햄 카터의 연기는 원작 뮤지컬의 안젤라 랜스베리(Angela Lansbury)가 표현한 유머와 광기가 복합된 내면연기에 약간 모자랐다. 팀 버튼이 그려내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거리는 찰스 디킨슨 소설의 한 장면을 절묘하게 연상시킨다.

19세기 빅토리아 계급사회

스위니 토드(죠니 뎁)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런던에 살았던 가상의 연쇄 살인마 이발사이다. 성실한 이발사였던 벤자민 바커는 사악한 터핀 판사(알란 릭맨)의 계략에 빠져 억울하게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호주 감옥에 수감되었다. 하지만 탈옥하여 15년만에 런던으로 귀향한 그는 스위니 토드라는 가명으로 이발소를 운영하며 터핀 판사에 대한 복수를 서서히 준비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또다른 주인공은 러빗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이다. 그녀는 스위니 토드 이발소 아래에서 고기 파이 가게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스위니 토드가 죽인 사람들을 재료로 하여 런던 최고의 고기파이를 만드는 배후 공모자이다.

‘스위니 토드’의 배경이 된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는 산업혁명의 힘으로 자본주의가 번성한 때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먼지 투성이 공기를 들이마시며 하루에 16시간 이상 노동을 해야만 했던 암울한 시기였다. 아이들도 일해야 먹고 살 수 있었고, 걸인들과 쥐가 도처에 널려 있었다. 자본주의 계급사회가 심화되고 있어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

이발사 스위니 토드는 자본주의 계급사회의 약자였다. 터핀 판사는 평소에 눈독을 들인 스위니 토드의 부인(로라 미쉘 켈리)을 가지기 위해 스위니 토드에게 누명을 씌워 호주의 감옥으로 보내버린다. 힘없는 스위니 토드는 가족을 지키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돈과 권력을 가진 터핀 판사의 권위에 맞서기에 자신은 너무 초라했다. 이 영화는 이러한 부도덕한 빅토리아 시대의 절망적 세계관이 잘 반영되어 있다.

자본주의를 은유하는 고기 파이

팀 버튼은 타이틀 화면에서 시체가 분쇄되어 고기 파이의 재료가 되는 시각적 이미지를 잔인하게 묘사한다. 핑크플로이드의 뮤직비디오 벽에서 아이들이 소세지가 되는 장면보다 몇 배나 더 잔인한 인상을 준다. 끈적끈적한 핏물은 하수구를 타고 템즈강으로 흘러간다. 고기 파이 가게의 굴뚝은 검은 연기를 마구 피워낸다. 마치 시체가 구워지고 타들어가는 냄새가 날 것 같다.

러빗 부인의 고기 파이 가게는 맛있다는 소문이 나서 상업적으로 성공한다. 싱싱한 고기를 공짜로 공급받아 바로 구워내는 러빗 부인의 가게는 더이상 바퀴벌레만 들끓는 맛없는 가게가 아니다. 가게 2층의 이발소에서 스위니 토드는 복수도 잊은 채 이발소 손님들의 목을 따서 고기를 공급하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영어 표현에 “Dog Eat Dog World”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무자비한 경쟁을 하는 잔혹한 현실을 개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스위니 토드’의 빅토리아 계급사회는 그만큼 돈을 벌기 위해 식민지 약탈과 노동자 착취를 하던 시대였다. 비인간적 사회와 다름이 없었다. 경쟁을 최고의 덕목으로 간주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의 미래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다.

고기 파이 가게의 손님들은 그 고기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고 맛있게 먹는다. 고기 파이 제조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감춰진다. 고기 파이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뿐만 아니라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도 적용되는 은유이다. 제 3세계 노동자들의 허리를 부러뜨려 얻은 커피 원두가 미국에서 스타벅스 커피로 팔리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커피 가게의 분위기가 좋고 커피 맛만 있다면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필요도 없는 무관심한 현대의 소비자들과 ‘스위니 토드’의 고기 파이 가게 소비자는 서로 닮았다.

러빗 부인이 고기 파이를 팔아서 버는 자본은 애초에 도덕성과 무관하다. 이 영화는 어떻게든 돈만 많이 벌면 그만이라는 황금만능주의가 되어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이다. 스위니 토드가 목을 따는 무수한 사람들은 어느 순간 돈으로 느껴진다. 아래층 바닥에 둔탁하게 떨어지는 고기들은 시간이 지나면 화폐로 멋지게 변신할 것이다.

살인마의 칼에 목이 잘려나가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내가 이발소 의자에서 금새 고기 덩어리가 되는 희생자가 된다면 끔찍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말 공포스러운 것은 살인마가 아니다. 고기 파이 공장처럼 변해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비인간성이다.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사면 그만이라는 순진한 생각이 바로 스위니 토드의 살인에 동참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순간 공포가 시작되는 것이다.

‘스위니 토드’는 이익의 극대화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자본주의의 사악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발각만 되지 않는다면 러빗 부인이나 스위니 토드 성공한 사업가로 극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기 파이 창업 성공기’라는 책을 써서 부수익도 단단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박’, ‘부자’라는 말이 최고의 가치로 유행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느새 사치가 되어버렸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 기사가 되었습니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5 Comments
  • bono 2008년 1월 10일, 5:06 am

    정말 기대 중인 영화라지요!
    연말에 동명의 뮤지컬을 볼까 하다가 못봤는데 후회막심입니다. ^^

  • 류동협 2008년 1월 10일, 3:24 pm

    bono — 뮤지컬에서 너무 압축시키다보니 약간 다른 내용을 전개된 면이 있죠. 하지만 팀 버튼만의 색깔을 추구하기 위한 선택으로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개봉되면 한번 보세요.

  • bluenlive 2008년 1월 18일, 1:17 am

    어제 보고 왔습니다.
    너무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상미나 노래에 대한 부분도 좋았지만, 황금만능주의를 비꼬는 듯한 내용들도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치인은 빨리 구워야 돼. 요리조리 빠져나가니까…)

  • sonicscape 2008년 1월 18일, 9:58 pm

    스위니 토드 보셧군요. 이게 최근에 브로드웨이에 올랏엇고 한국에서도 공연햇엇죠. 손다임은 정말 최고죠. 로이드웨버 같은 유치뽕짝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근데 스위니 토드 영화 본 사람이 그러는데 주제가가 안나온다면서요. 이런 낭패가! 주제가가 젤 좋은데… 무슨 저작권 관련 문제가 잇엇는지 어쨋는지 알 수가 없군요.

  • 류동협 2008년 1월 19일, 1:13 am

    bluelive — 팀 버튼만이 할 수 있는 아주 강렬한 영상미는 아주 압권이죠. 저는 특히 배에서 내려 이발소까지 가는 장면이 좋더군요. 런던 하층계급의 현실을 그 장면으로 압축적으로 보여줬으니까요.

    sonicscape — 저도 로이드 웨버는 별로인데,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가봐요 ^^

    영화로 옮겨오면서 음악을 많이 자르고 영상을 강조하는 방식을 취한 거 같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곡들도 많이 잘려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해석이더군요. 조니 뎁이 예전에 밴드를 했다길로 좀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뮤지컬 발성이나 노래는 어색하더라구요. 그래도 연기 하나는 잘하더군요. 부족한 노래실력을 연기로 보충하는 것은 높이 사주고 싶더군요. 결말을 너무 압축시켜서 그 부분은 영 마음에 안들었죠. 그 외 나머지는 꽤 봐줄만합니다. 한번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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