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탄압으로 가는 정부

검찰은 피디수첩 ‘광우병 의혹’편을 제작했던 엠비씨 이춘근 피디를 긴급체포했다. 와이티엔 노조원을 잡아들인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이건 언론탄압이고 현 정부에 대한 비판언론에 경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현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비판의견을 표현하면 공권력으로 진압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보여준 것이다. 본보기로 언론인 몇 명을 잡아들였으니 나머지도 조심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미디어법으로 언론과 여론 통제를 하려는 것과 별도로 언론인에 대한 대대적 선전포고다. 정부정책에 대한 감시나 비판의견을 내는 것은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 가운데 하나다. 이런 언론탄압은 북한, 중국, 러시아 같은 전체주의국가나 독재국가에서 자행되는 일이지 민주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민주화가 상당히 진행된 나라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

허위나 사실왜곡이 아닌 표현상의 문제로 현직 피디를 긴급체포하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사실왜곡을 일삼는 조중동은 가만놔두고 비판언론만 수사하는 것은 분명히 정치적 탄압이다. 이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민주적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국민적 저항을 반역으로 여기나 보다. 결국, 언론탄압이란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 현정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민주사회의 절차가 아닌 독재와 독단으로 모든 비판의견을 통제하는 비민주적 공안정국이 현 정부가 선택한 사회다.

100퍼센트의 지지로 탄생한 정부가 아니라면 어느 사회나 반대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버락 오바마도 집권초기부터 보수언론에게 거세게 공격당하고 있다. 원색적인 비난이나 심지어 원숭이로 취급하는 만평까지 실렸지만 그 언론사의 관계자가 긴급체포되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왜냐하면 민주사회에서 언론을 필요이상 자극하는 건 심각한 언론탄압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신문사에 대한 저항은 시민들이 제기했지 정부차원에서 누구를 조사하는 방법을 쓰지 않았다. 오바마는 정공법으로 국민들 앞에서 정책을 설명하고 해명하는 방법으로 보수언론과 맞서 싸우고 있다. 민주사회라는 아무리 견해가 다른 언론이라도 존중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 정부는 정부정책의 실수나 정부부패를 감시하는 언론을 제거하고 정부를 좋게 포장해줄 어용언론만 허용하려고 한다. 마치 인종차별국가에서 행하는 인종분리정책처럼 색깔이 다르다고 정부비판언론을 차별하는 것과 같다. 언론과 전쟁을 선포한 한국의 현 정부는 이미 민주국가이기를 포기하고 정권유지에만 집착하고 있다. 반대의견은 들을 필요도 없이 제거되어야 할 적으로 낙인찍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권력으로 언론의 기본권을 짓밟고 있다.

만약 감시기능을 맡은 언론이 부패한다면 누가 감시해야 할까? 물론 이 부분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부패한 언론은 이미 시민단체 민언련이나 미디어오늘 같은 매체가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렇게 민간기구가 그 역할을 맡아서 하는 방법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감시를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하지만, 감시당해야 할 정부가 나서서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금같은 상황은 공정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죄수와 간수가 서로를 견제하는 감옥은 유지될리 없다.

언론인 탄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남은 4년간 더 많은 언론인이 단지 정부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되는 사태가 반복될 것이다. 언론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핍박받는 세상이 될 것이다. 군사정권 이후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 피땀으로 일궈낸 소중한 언론의 자유가 이렇게 무너지는 건 허망하다. 정말 한순간이다.

In Category: 사회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8 Comments
  • 구피 2009년 3월 27일, 7:04 am

    안녕하세요, 네이버 오픈캐스터 구피입니다.
    262호에 님의 글을 실었습니다.
    항상 좋은 말씀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건강하세요.

    • 류동협 2009년 3월 27일, 10:19 am

      네, 고맙습니다. 요즘 저도 운영하지만, 네이버 오픈캐스터 링크에 대한 말이 많은 편이죠. 저는 링크 걸어주시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

  • 홍성일 2009년 3월 27일, 8:14 am

    이번학기 강의가 인데 주 교재를 G. S. Jowett & V. O’Donnell(1999), Propaganda And Persuasion, 3rd eds., Thousand Oaks: Sage로 했어요. 연구자로서 흥분하고 분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주행의 선전을 기록하고 반면교사로 삼는 일도 중요해보여요.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학생들의 반응이에요. 생각만큼 분노하고 참여하지 않는 모습이네요. 자칫 계몽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기도 합니다.

    • 류동협 2009년 3월 27일, 10:28 am

      맞는 말이야. 연구자로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흥분은 금물이지. 하지만 역사에 충실한 기록자로 주도면밀하게 관찰하는 일도 중요하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얼마나 큰 일인지 설명하는 일도 필요하다.

      나도 논평글과 동시에 저널리즘의 역사에 관한 글도 블로그에 써볼까 생각 중이야. 이 모든 게 역사에 대한 몰이해에서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나는 이 사회에 더 많은 계몽주의자들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 네글자군 2009년 3월 28일, 3:30 am

    언론탄압. 딱 그말이 어울리네요 ㅎㅎ

    정말 대책없는 일들만 일어나네요 ㅎㄷㄷ;; ㅜㅜ

    • 류동협 2009년 3월 28일, 1:47 pm

      언론도 다 틀어막고 뭘 어쩌자는지 참 갑갑합니다.

  • julee 2009년 4월 1일, 7:13 am

    늘 댓글을 엉뚱한데 다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네요. 어찌되었거나 3.29일 위기의 한국 신문과 뉴스에 달 댓글같지만 그래도 또 앞선 글과 관계자의 댓글이 보이니 여기에 실었습니다. 29일 내용에서 저 역시 위기의 한국 신문, 산업, 뉴스 등등을 고민하다 보니 동의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그렇다면 그 탈출구가 무엇인가의 부분에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표현하는 대목이 맘에 들어 댓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신문과 뉴스를 다르지요. 뉴스와 저널리즘도 다르고
    “종이신문의 위기를 언론의 위기로 확대시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일시적으로 종이신문이 담당하던 역할이 축소될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매체가 그 역할을 해낼 것이다. ” <– 강추, 옳은 말씀입니다.
    당장 분노하고 당장 행동하는 젊은이들, 학생들이 없다고 해서 움츠려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럴수록 그들 20대의 현재의 조건에 대한 탐색, 30대인 당신들과 40대인 제가 선 20대와는 분명 다른 시대를 직면한 그들입니다. 더 많은 계몽도 필요하고, 더 많은 그들과의 소통도 필요합니다. 20대인 그들이 대상화된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이 하기를 바라는 모습보다는 20대인 그들이 해야할 몫만큼 30대인 우리가, 40대인 우리가 지금 현재 무엇을 해야하는 지 똑같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대 그들은 분명 10년전, 20년 전 우리가 20대일 때 했던 것 이상으로, 20대일 때 하지 못했던 것들을 분명히 해낼 사람들입니다. 지치지말고 계속 자기가 선 자리에서 화이팅 합시다!!

    • 류동협 2009년 4월 1일, 1:11 pm

      저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실천하지 않는 20대의 모습에서 실망하게 되기도 하지만, 88만원 세대를 만든 것은 기성세대죠.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최저임금을 낮추고, 경제위기 탓으로 사회초년생의 권리를 지나치게 위축시켜 놓았으니 이들이 움추려들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사회운동이나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지 못하게 한 사회구조를 먼저 깨뜨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대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을 넘어서는 소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걸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한 동력을 키우는 일이죠. 우리 모두 힘내서 이 힘든 시기를 잘 해쳐나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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