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에 얽힌 추억

이 동네 저녁 노을이 아주 변화무쌍해서 볼 만하다. 내게 노을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 있다.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대입에 실패하고 그 당시 유행처럼 생겨난 기숙학원에서 재수를 하던 때였다. 아침 행군으로 하루가 시작되었고 취침하기까지 모든 생활이 학원에서 이뤄졌다. 외출은 한달에 한번 집에 다녀오는 게 다였다.

그런 무료한 일상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저녁 먹고 학원 옥상에 올라가서 노을을 구경하는 시간이었다. 붉게 번지는 노을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넋을 놓고 보다보면 금새 해가 넘어가곤 했다. 그 느낌은 매일 조금씩 달랐지만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노을이 내 붉은 한숨이라 느끼기도 했었다.

학원에 있는 곳은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다. 학원 옆으로 오염된 개천이 흘렀고, 근처에 섬유공장과 시장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지저분한 풍경도 노을 아래서 보면 근사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 시절 노을은 눈물이 나게 예뻤지만 우울했었다. 요즘 내가 보는 노을은 그런 느낌이 별로 안든다. 차가운 겨울날씨와 대비되어 따뜻한 모닥불 같다. 사람의 마음은 변덕이 심하다. 같은 노을이지만 그때그때 마음에 따라 이렇게 달리 보이는 걸 보니.

노을을 추억하다보니 이문세의 “붉은 노을”이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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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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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no 2008년 1월 25일, 7:54 am

    들을때마다 흥겨운 노래죠… ^^
    사진이 멋집니다~

  • 류동협 2008년 1월 26일, 2:11 am

    bone — 무플을 막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 노래는 언제 들어도 흥겹죠.

  • 이소영 2008년 1월 29일, 9:04 pm

    역시 동협오빠 블로그는 올때마다 좋네요 – 이문세 & 신해철 내 어린시절 최고 였는데, 10년만에 이문세 듣는듯 해요. 넘 좋았어요. ㅎㅎ

  • 류동협 2008년 1월 30일, 3:47 am

    이소영 — 짧은 시간이나마 좋은 시간을 가졌다니 내가 더 뿌듯하다. 잊지 않고 가끔 찾아와줘서 늘 고맙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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