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맣게 탄 마음으로 먹은 ‘스테이크 샌드위치’

두 번째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면서 깨달은 진리는 역시 자만하면 망한다는 것이다. 닭가슴살 볶음 국수를 무사히 만들고 나서 이만하면 내 실력도 나쁘지 않다고 과신하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첫 번째 요리는 내가 메뉴 선정을 잘해서 우연히 순조롭게 만들 수 있었던 거지 내 요리 실력이 괜찮아서가 아니었다. 두 번째 만에 바닥이 드러난 내 요리 실력을 보면서 배우고 가야 할 길이 가까이 있지 않고 써야 할 요리 도전 실패기가 무궁무진할 것 같았다. 어차피 실패할 걸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니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두 번째로 도전한 요리는 스테이크 샌드위치였다. 제이미 올리버는 필레 미뇽(Filet Mignon)으로 만들라고 했는데, 이런 시골에서 그런 고급 부위 스테이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아서 집에 있는 등심 스테이크로 도전해봤다. 스테이크는 한국에 있을 때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자주 시켜 먹어봐서 안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에는 쇠고기는 무조건 바싹 익혀서 먹는 줄로만 알았지만, 미국에 와서 살짝 익혀서 먹는 스테이크 맛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나도 그렇게 만들려고 했는데 사 먹는 것처럼 쉽게 되지는 않았다.

우선 스테이크 고기를 꺼내서 써는 일부터 만만하지 않았다. 기름을 떼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반을 갈라 양쪽으로 나비 모양의 스테이크를 만들어야 하는데 칼이 고기 속으로 자꾸 미끄러졌다. 아내가 일반 칼이 아닌 고기 써는 칼을 써보라고 해서 그걸로 했더니 거짓말처럼 쉽게 잘렸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동안 그 기다랗게 생긴 칼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전혀 몰랐다. 그 외에도 정체를 모르는 칼이 몇 가지 더 있긴 하지만 한꺼번에 배우려면 체하는 법이다. 그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스테이크를 나비 모양으로 갈라서 로즈메리, 소금, 후추를 묻혀 놓았다. 올리브유도 살짝 뿌려야 하는 걸 잊어버리고 나중에 추가했는데 너무 많이 넣은 것 같다.

Steak

달아오는 팬에 포타벨라 버섯을 구울 때만 해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되어가는 듯했다. 버섯의 양쪽을 다 익히고 스테이크도 올려놓았다. 한 면을 다 굽고 집게로 뒤집었더니 멋진 그릴 모양이 선명해서 카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 눈으로 보아도 먹음직스러워 스테이크만 먹어도 좋은 듯했다. 그런데 서서히 피어오른 연기가 온 집안을 매캐하게 뒤덮었다. 나는 잽싸게 뛰어다니며 창문을 다 열고 베란다 문까지 열어 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화재경보기까지 정신없이 울리면서 마음만 다급해졌다. 다음 순서가 무엇인지 기억도 나지 않아 다시 책을 확인하는 순간, 아이가 깨서 울기 시작했다. 화재경보기보다 더 큰 소리로 울어대는 아이 때문에 굽고 있던 빵이 타는 것조차 잊었다. 내가 두 번 만에 이렇게 무너지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타들어 갔다. 참다못한 아내가 나서자 요리도 집안도 평안을 되찾았다.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넘긴 게 정말 아쉬웠다. 이번에 시도한 스테이크 샌드위치 같은 음식은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조리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초보자들이 하기에 결코 쉬운 요리가 아니라고 아내가 위로해주었지만 완성하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올리브유를 너무 많이 넣었던 게 실패의 원인이었까? 조리법을 외울 정도로 익히지 않고 그릴팬에 불부터 켠 성급한 마음가짐이 문제였을까? 열악한 부엌시설을 탓하고 보는 내 자세부터 틀려먹었을까? 실패의 원인을 찾으려 내 마음은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다 헛일이었다. 망한 요리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Steak Sandwich

아내가 내온 스테이크 샌드위치는 약간 타긴 했지만, 주눅이 든 내 마음을 녹여주었다. 과연 이런 맛에 요리하는구나. 위기 상황에서 구해 줄 수 있는 아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 편으론 그 구원자 때문에 요리가 더디 늘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실패의 쓴맛을 강하게 느껴야 하는데 항상 중화된 맛을 느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실패하면서 배운 건 잘 까먹지 않는다. 창피함 때문에 그 기억이 강하게 각인되어서 오래 남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방심하지 말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요리를 시작해야겠다. 자욱한 연기와 매운 향이 가득한 주방에서도 평정심을 찾을 수 있는 날까지 요리 도전은 계속할 것이다.

다음 과제로 제이미 책에서 비교적 쉬운 ‘볼로네즈 소스 스파게티‘를 해보라고 아내가 권해주었다. 이 소스도 카레나 짜장처럼 한 번 만들어 놓고 여러 번 먹을 수 있으니 쓸모도 많을 것 같다. 쓸모 있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배워야만 할 음식 같다. 이탈리아 요리의 세계로 입문하는 심정으로 묵묵히 도전해봐야겠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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