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희 (1953) 봄날은 간다

한국에서 대학원 다닐때 가끔 김모 선배가 불러주던 가락이 떠오른다. 한영애도 다시 불렀던거 같은데 아직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다른 가수들도 리메이크를 한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계간 시전문지에서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1위에 뽑힌 저력도 있다. 1953년 대구 유니버샬에 나온 걸로 찾았다. 워낙 보존상태가 안좋아서 잡음이 많지만, 담백해서 좋다. 가수 백설희가 그 후에도 여러번 다시 부른 바 있지만, 그 노래들은 지나치게 힘을 주어서 불렀다. 여기에 올린 노래는 담담하게 불러서 더 슬프다.

가사를 곱씹어보니 절절하다. 꽃과 새를 따라 같이 울고웃는 심정은 자연과 일체가 된 조화가 아닌가? 봄이 되면 가끔 웃기도 해봤지. 아지랑이 피어오르면 나른한 봄기운 취하는 건 예사다. 아직 우는 경지에 다다르지는 못했는데, 나이가 더 들면 그럴 수 있을까? 가사 가운데 제일 눈에 드는 건,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다. 그 이미지 하나로 봄을 다 설명하고 있다. 말이 필요없다.

봄날은 간다

작사 : 손로원, 작곡 : 박시춘, 노래 : 백설희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꽃이피면 같이 웃고

꽃이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 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0 Comments
No comments yet. Be the first.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