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특집 논란을 한방에 날려버린 “미안하디 미안하다”

무한도전 음식특집은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있는 방송이었지만 논란도 많은 방송이었다. 처음부터 길이 음식을 가지고 장난친다고 시청자의 비난을 온 몸으로 받았다.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는 한국 문화에서 그런 비난은 충분히 가능했다. 어쩌면 이런 비난은 모든 분야에 도전하면서 웃음을 이끌어내야만 하는 무한도전에게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었다. 음식이라곤 해본 적 거의 없는 사람이 배우면서 하는 실수는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다. 길은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성실한 일등 요리사로 거듭났다.

두 번째 바통을 넘겨받은 이는 바로 정준하였다. 나중이었지만 그 비난은 첫 번째와 비교할 수 없는 큰 물결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입방아에 오른 전력이 있어서 이번 광풍이 더 크게 불었다. 정준하는 개수대를 막히게 해놓고 명셰프에게 막힌 구멍을 뚫으라고 하는 예의 없는 행동을 저질렀다. 게다가 자신이 한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끝까지 자기 고집만 피우다가 팀 분위기만 험악하게 했다.

무한도전을 보면서 정준하의 행동에 약간 짜증이 났는데 뜻밖의 반전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무한도전 멤버가 비틀스의 노래 Ob-La-Di, Ob-La_Da를 개사한 “미안하디 미안하다”를 부르는 순간 짜증이 스스르 웃음과 함께 녹고 말았다. 사람이 실수하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문제다. 하지만 이 노래는 웃음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김태호 피디는 코미디로 일어난 논란은 코미디로 재치있게 풀었다. 정준하가 노래 부를 때 웃음이 더욱 절정을 치달린다. 이 노래의 사실상 주인공은 정준하이기 때문이다.

깜짝쇼로 들어간 미안하다송은 반전의 묘미와 웃음도 한꺼번에 잡은 화룡점정이었다. 무한도전이 패러디 노래를 부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소녀시대, 빅뱅,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도 부른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프로그램 내용 자체가 결합한 적은 없었다. 미안하다송은 음식특집의 주제곡이면서, 한편의 뮤직 드라마이면서, 웃음과 미안함이 섞인 패러디 노래다.

정준하나 길이 한 잘못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는 자들이 수두룩한 세상이다. 미안하다라고 인정하는 일도 어려워 자신이 한 일이 정당하다고 변명하기 우기는 이들이 있다. 잘못한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 정치인은 정책으로, 기업은 상품으로, 예술인은 작품으로 사과하는 일은 얼마나 멋진가.

원곡을 안 듣고 넘어갈 수는 없다. 이 노래 제목은 나이지리아 콩가 연주자 지미 스콧이 한 말에서 빌려왔다. “오블라디 오블라다”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인생은 계속되다는 뜻이다. 원곡의 제목처럼 역경 속에서도 힘내서 열심히 살자는 무도의 다짐으로 들린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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