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을 대신해 사교와 연애의 공간이 된 탄산음료 가게

6~70년대 미국 청춘 영화에서 탄산음료 가게(Soda fountain)가 주로 배경으로 나온다. 비슷한 시기의 한국 영화에서는 빵가게가 미팅의 장소로 자주 등장했다. 지금은 소다수 혹은 탄산음료를 슈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지만, 예전에는 자리가 마련된 가게에서 탄산음료를 마시면서 수다도 떨고 데이트도 할 수 있었다.

탄산음료 가게가 배경이 된 1920년대 버스터 키튼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이다. 꼭 바(Bar)같은 술집의 분위기가 강한게 풍긴다. 바텐더가 맥주를 따라주는 풍경과 너무나 흡사하다. 탄산음료 가게가 미국에서 번창하게 된 이유가 1919년에 제정된 금주법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금주법은 마피아와 밀주업자를 키우게 되었고 더불어 탄산음료 판매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술을 못마시게 되자 사람들은 술집 대신 탄산음료 가게로 몰려들었다.

소다수 가게 점원이 주인공인 1931년 애니메이션도 있다. 소다수 가게 점원을 부르는 말로 소다 저크(Soda jerk)가 있을 정도이니 당시에는 꽤나 인기가 있었다. 저크는 소다수가 나오는 분출구의 손잡이를 재빠르게 당기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주로 약국 내에 위치한 소다수 가게에서 일하는 이들은 젊고 잘생긴 남자들이었다. 이들은 손님들 앞에서 소다수와 아이스크림을 섞는 쇼도 선보이기도 했다. 소다 저크의 전성기인 1940년대 이후로 서서히 사라졌지만 지금도 시골 마을에서 소다 저크를 드물게 볼 수도 있다.

1970년대 이후로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소다수 가게는 20세기 미국 일상을 책임지던 공공의 장소였다. 그 기원은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770년대에 스웨덴 과학자 토번 베르히만과 영국 과학자 조셉 프리스틸리가 탄산수를 제조하는 기계를 만들었다. 유럽에서 개발된 탄산수 기계를 미국에 들여와서 성공한 사람은 예일대 화학과 교수 벤자멘 실리맨이었다.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가게를 열어서 돈을 좀 벌었다. 그 후에 혁신을 거듭하면서 소다수 기계가 발전하게 되었지만 본격적인 대중화가 시작된 건 얼음없는 소다수 기계의 발명 때문이었다. 냉장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구하기 어려운 천연얼음을 대신하게 되었다.

1900년대 초에 소다수와 아이스크림을 함께 파는 판매대가 약국에 자리잡게 되었다. 미국의 약국은 한국과 달리 약과 더불어 음료수와 다양한 생필품도 판다. 지금도 월그린스 같은 약국 기반 가게에서 어지간한 생필품을 살 수 있다. 약국에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해놓고 소다수와 아이스크림을 섞어서 파는 문화가 이 시기에 생겨났다. 1920년대 초반에 거의 대부분 약국은 소다수 판매대가 있었다. 소다수의 비약적 성장에는 물론 금주법이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이름은 ‘소다수’지만 ‘소다’가 들어가는 건 아니라 향을 내기 위해 재료만 첨가된다. 약국에서 판매되었던 탓에 소다수에 가장 많이 첨가되었던 것이 카페인과 코카인이었다. 초기 소다수의 역사에는 중독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제조된 소다수는 두통을 없애주는데 특효였다. 하지만 약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찾아오는 두통을 없애려고 다시 소다수를 사마시기가 일수였다. 그 당시 사람들은 그런 이유를 알리 없으니 소다수 중독이 생겨도 크게 사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부 약제사는 약과 소다수를 섞는 비법을 만들어 대량 제조해서 판매하는 일도 흔했다. 이러한 관행이 사라지게 된 것은 1914년에 제정된 해리슨 법안 때문이었다. 해리슨 법안 이전에 모든 약은 아무나 살 수 있었지만 1914년부터 약이 엄격하게 통제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소다수는 약의 이미지를 벗어나 단순한 음료수로 거듭나게 되었다. 닥터 페퍼 같은 탄산음료 이름에서 약과 소다수의 결합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1950년대 소다수 가게 풍경

190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황금기를 누린 소다수 가게는 약국 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가게, 캔디 가게, 기차역, 백화점에서도 볼 수 있었다. 소다수 가게는 친구나 이웃이 모여서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청춘남녀는 데이트를 하던 공공의 장소였다. 자동차의 보편화와 함께 찾아온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인 가게에 밀려서 소다수 가게가 쇠퇴하게 되었다. 소다수를 만들어주던 소다 저크는 사라졌고 동전을 넣으면 자판기가 기계적으로 탄산음료를 제공하는 편리한 시절이 되었다. 하지만 쥬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소다수 한 잔을 마시던 추억만은 짜릿하게 남아있다.

1960년대 소다수 데이트

참고글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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