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가 저널리즘을 지배할까?

저널리즘은 이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제외하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변화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 같은 전통적 뉴스 미디어가 새롭게 등장한 소셜 미디어에 밀려서 사라져 간다는 말도 있으며, 그런 주장에 반하여 이를 기회로 삼아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견해들 가운데 흥미로운 관점을 가진 두 글이 있어서 여기서 소개한다. 하나는 컬럼비아대학교의 에밀리 벨 교수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실시한 강연, ‘우리가 알고 있던 뉴스의 종말: 페이스북은 어떻게 저널리즘을 집어삼켰나 (The End of the News as We Know It: How Facebook Swallowed Journalism)’이고, 다른 보고서는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서 안냐 크롤이 작성한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의 역할 (The role of Journalism in the Digital Age)’이다. 비록 완전히 대립하는 주장은 아니지만, 디지털 미디어 혁신에 대응하는 저널리즘의 입장을 다루고 있어 비교하면서 살펴볼만한 가치가 있다. 먼저 에밀리 벨이 주장하는 인터넷 혁신, 구체적으로 소셜 미디어가 가져온 저널리즘의 변화를 알아본다.

  • 에밀리 벨 ‘우리가 알고 있던 뉴스의 종말

달라진 뉴스 환경

지난 5년 동안 가상현실, 실시간 동영상, 인공지능 뉴스봇, 문자 메시지, 채팅앱 등 엄청난 기술 혁신은 뉴스 생태계를 놀라울 수준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소셜 미디어는 저널리즘만 집어삼킨 것이 아니라 선거, 금융 시스템, 개인사, 여가 산업, 소매업, 정부와 보안까지 관여하게 됐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두 가지 사안이 있다. 첫째, 뉴스 산업은 뉴스를 배포할 수 있는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 회사가 뉴스를 배포할 수 있는 통제권을 장악하면서 이제 뉴스는 불투명하고 예측할 수 없는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통해서 걸러지는 상황이 되었다. 둘째, 첫 번째 상황으로 인한 피할 수 없는 결과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는 것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에 지나치게 많은 힘이 집중되면서 뉴스의 생산, 배포, 수익까지 장악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시장의 원리나 반독점법 같은 장치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되면서 권력의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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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주된 이유로 모바일 혁명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나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고 있으며, 모바일에 집중되는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40%가 페이스북으로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앱은 페이스북, 왓츠앱, 스냅챗,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이다. 인기 앱이 되기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앱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수익을 내는 광고를 더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을 앱에 잡아두기 위해서 플랫폼 회사들이 뉴스 경쟁에도 앞다퉈 뛰어들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인스탄트 아티클을 만들었고, 애플은 애플 뉴스 앱을 개발했고, 구글도 빠른 모바일 페이스를 만들었다. 트위터도 모멘츠라는 서비스를 통해 이슈가 되는 뉴스를 따로 모아서 단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뉴스 회사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다양한 플랫폼으로 뉴스를 내보낼 수 있어서 빠르게 독자 수를 늘릴 수 있었지만, 마냥 반길 수만 없는 상황이었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광고를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허용하였다. 이는 페이스북, 스냅챗 등 앱 내부의 광고를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앱에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있다.

과도한 플랫폼 의존의 위험성

에밀리 벨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페이스북이나 인스탄트 아티클에 더 많은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트래픽과 수익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은 상당히 위험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방법은 플랫폼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을 버리고 독자적인 수익원을 만드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방법으로 회원과 유료 구독자를 늘리는 전략도 고려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광고를 광고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어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피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네이티브 광고는 꾸준히 성장해서 미국 디지털 디스플레이 광고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버즈피드나 복스는 직접 광고 에이전시가 되어서 광고주와 계약을 맺어서 바이럴 동영상을 제작해주기도 한다.

페이스북의 인스탄트 아티클이 평소보다 서너 배나 많은 트래픽을 가져다준다고 하니, 뉴스의 배포를 소셜 미디어에 전적으로 일임할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위험한 전략이다. 언론사는 독자와 관계, 수익뿐만 아니라, 뉴스가 독자에게 도달하게 되는 모든 경로를 상실하게 된다. 독자는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에 따라서 정리된 뉴스를 읽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언론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페이스북 내부의 원칙과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도 없으며 어떤 규제도 할 수 없다. 사회의 공적, 사적 삶의 중요한 부분을 다루는 뉴스를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소수의 플랫폼 기업에 전적으로 넘겨주는 일은 위험한 행위이다. 모든 시민이 쓰는 서비스와 기회의 네트워크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공공 발언과 표현이 투명하게 처리되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뉴스와 소셜 미디어의 관계를 다루기에 앞서서 책임 소재는 분명히 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는 언론의 자유를 책임지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소셜 미디어가 뉴스 발행의 과정에서 생기는 수익만 챙기고 좋은 언론을 만들기 위한 투자는 회피한다는 비판이 있다. 언론사도 살아남기 위해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다양한 기기와 플랫폼에 맞는 다양한 뉴스를 생산하고 배포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결국, 언론사와 플랫폼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질 것이 분명하다.

  • 안냐 크롤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의 역할’

네트워크 저널리즘의 출현

에밀리 벨의 강연이 산업적 측면에서 소셜 미디어와 언론의 관계를 다루었다면, 안냐 크롤의 보고서는 저널리스트 관점에서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성장하게 된 계기를 페이스북, 트위터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이라는 기술적 요인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바로 수용자의 행위 변화이다. 능동적 시민이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댄 길모어는 “그동안 저널리스트가 역사의 초고를 써왔다고 말했지만, 그런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대중이 그 초고를 쓰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저널리스트의 전통적인 역할이 변화하고 있으며, 뉴스 생산 과정이 민주화하는 것에 맞춰서 저널리즘이 변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영국과 호주의 저널리스트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 핵심이 되는 내용은 네트워크 저널리즘이 어떤 배경에서 등장하게 되었는지와 그에 대한 저널리스트의 다양한 시각이다. 네트워크 저널리즘은 쉽게 말하면, 대중의 참여와 함께 형성되는 저널리즘이다. 저널리스트가 보도하는데 대중과 협력해서 기사를 쓰는 시스템이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다. 누구나 쉽게 디지털 퍼블리싱 기술을 이용해서 기사 쓰기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수용자의 행위가 점차 능동적으로 변화했다. 물론 네트워크 저널리즘도 경계해야 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지난해 저먼윙스의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의 자살 비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잘못된 사진이 트위터로 유포됐고 사실 확인도 없이 각종 언론사가 속보로 보도한 사례가 있었다. 소셜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지만 그 신뢰도가 반드시 높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무수한 정보가 사실인지 루머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소셜 미디어에서 드러난 이야기를 확인하고, 분석하고, 설명해야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언론사가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속도 경쟁을 하면 이길 수가 없다. 저널리즘은 소셜 미디어와 협력해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저널리스트 인터뷰 내용

  • 저널리스트들은 네트워크 저널리즘이 현재와 미래에 적합하고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 네트워크 저널리즘은 이미 저널리스트의 일상적인 현실이 됐다. 선택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 일반적인 작업 환경이 됐다.
  • 가이드라인이 부족하지만, 대중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의지는 강하다.
  • 저널리스트는 더 이상 귄위 있는 논평가가 아니다. 수용자의 목소리도 반영해서 뉴스를 함께 쓰고 만드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 저널리스트에게 지나친 정보 과다는 위험하다.
  • 사용자 참여의 가치: 저널리스트의 관점을 넓히기 위해서 수용자를 더 잘 이해해야 하고, 수용자에게 더 많고 좋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대중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 게이트키퍼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기술 변화와 저널리즘의 위기

앞서 소개한 두 글은 소셜 미디어 시대를 맞이한 저널리즘 산업과 저널리스트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뉴스를 소개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 현실은 부정하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소수의 소셜 미디어 기업의 선의에 의존해서도 안 된다.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보의 민주주의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저널리스트들도 소셜 미디어나 수용자와 협력해서 네트워크 저널리즘으로 향해가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뉴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저널리즘의 위기로 전환되지 않도록 꾸준히 감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월간 ‘신문과방송’ 2016년 4월호에 기고한 연재 ‘해외 미디어 보고서 들춰보기’ 첫 번째 글입니다.

In Category: 미디어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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