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제레미 브렛 (Jeremy Brett)

제레미 브렛이 1975년 영국 텔레비전 방송에서 트위기(Twiggy)와 같이 노래한 영상이다. “마이 페어 레이디”를 보다가 셜록 홈즈를 연기한 제레미 브렛의 젊은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뮤지컬 영화라서 제레미 브렛이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다른 가수의 노래로 더빙을 해버렸다. 유튜브로 찾은 제레미가 노래하는 영상이다. 이토록 노래를 잘하는 제레미의 노래를 더빙하다니 이건 범죄에 가깝다. 노래하는 배우를 입만 벙긋대는 벙어리로 만들었다. 제레미 브렛은 이튼 칼리지에 다닐 때부터 노래 잘하기로 유명했고 영국에서 뮤지컬 “메리 위도”를 찍기도 했다. 최고의 셜록 홈즈를 연기한 배우 제레미 브렛이 노래에도 이런 재능이 있었다니.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배우다.

당시 헐리웃은 뮤지컬 영화의 황금기였으나 대역가수로 립싱크가 유행했었다. 노래하는 배우가 더 많이 필요했다. “마이 페어 레이디”의 오드리 헵번, “왕과 나”의 데보라 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나탈리 우드 모두가 대역가수를 썼다.  세명의 역할 모두 마니 닉슨 (Marni Nixon)이란 대역가수가 불렀다. 진 켈리와 데비 레이놀즈가 주연한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는 대역가수가 주인공이다. 영화 속에서 대역가수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현실 속의 마니 닉슨은 영화사와 종속계약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다.

오드리 헵번은 뛰어난 가수는 아니었지만 노래로 연기를 표현할 줄 아는 배우였다. 그녀가 실제로 부른 자료를 들어봤는데 감정이 제대로 실린 노래라서 훨씬 자연스러웠다. 오드리 헵번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실력을 갖춘 제레미 브렛의 노래를 왜 자른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워더브라더스가 더빙하기로 한 결정이 흥행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나 작품의 완성도에는 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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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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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애더 2010년 5월 26일, 3:45 am

    동감입니다. DVD 스페셜 피쳐 속 헵번의 본래 음성으로 불린 노래의 비디오 클립을 유튜브에서 찾아 볼 수 있었지만, 결국 꽃미남 제레미의 노래는 묻혀버리는군요.
    근데 제레미가 더빙된 이유가 ‘테너가 아닌 바리톤의 음성이어서’ 이렇게 들었습니다.

    • 류동협 2010년 5월 31일, 2:17 pm

      툭하면 더빙으로 처리하던 시절이라서 아쉽더군요. 맞아요 헵번의 음성은 그나마 DVD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제레미 브렛의 노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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