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 서울

옛날 문헌을 주욱 훑어보다가, 재밌는 노래를 발견했다. 유종섭이 1938년에 부른 “뚱딴지 서울”이라는 곡이다. 근대적 유행으로 등장한 모던걸과 모던보이에 관한 풍자풍의 만요다. 가사를 통해서 30년대 후반의 정세를 읽어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아쉽게도 음원을 구하지 못해서 어떤 곡이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모던걸의 종아리와 모던뽀이의 팔뚝에 묘사는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서 흥미롭다. 비지밥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와 서구의 커피가 뒤섞이는 상황에 대한 묘사도 적절해보인다. 근대화에 대한 한국인의 시각을 엿볼 수 있겠다. 꼴불견으로 그려지는 모던걸과 모던뽀이의 입장에서 대변하는 노래도 있을 법한데 아직 찾지 못했다.

뚱딴지 서울

작사: 고마부, 작곡: 정진규, 가수: 유종섭
콜럼비아 40828A
1938년 9월

모던껄 아가씨들 동근 종아리
데파드 출입에 굵어만 가고
저 모던 뽀이들에 굵은 팔뚝은
네온의 밤거리에 야위여가네
뚱딴지 서울 꼴불견 만타
뚱딴지 뚱딴지 뚱딴지 서울

맛나면 헬로 소리 러브파레드
뒷골목 행랑에 파티를 열고
하로밤 로맨스에 멀미가 나서
꼬스톱 네거리에 끗빠이 하네
뚱딴지 서울 꼴불견 만타
뚱딴지 뚱딴지 뚱딴지 서울

집에선 비지밥에 꼬리치면서
나가선 양식에 게트림 하고
티룸과 카페로만 순회를 하며
금붕어 색기처럼 물만 마시네
뚱딴지 서울 꼴불견 만타
뚱딴지 뚱딴지 뚱딴지 서울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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