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재발견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한 인물은 30년 이상 되지 않은 책을 읽지 않았다. 그는 세월의 시험을 견뎌내고 고전이 된 작품만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 지나치게 시대와 동떨어진 그 사내의 취향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나는 동시대에서 같이 호흡하는 작품이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다가 보면 현실감각도 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그 사내처럼 몇년 이상되는 작품만 보고읽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고전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전이 된 소설, 영화, 음반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시간의 시련을 이겨낸 작품의 지혜를 조금더 빌려와야겠다.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주로 동시대의 작품만을 읽고 보고 들어왔다. 동시대와 같이 느끼고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고전 속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일도 필요하다. 때로는 현재에 너무 매몰되어 한 치 앞을 못보고 지나치게 되는 일이 있다. 고전작품이 보다 멀고 깊게 보는데 도움이 된다.

이 블로그의 구독자들은 잘 알겠지만, 최근에 고전 작품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전 작품이 어떻게 세월의 시련을 견디고 서있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고전 영화, 명작 소설, 명반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 작품을 잉태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도 느껴졌다. 고전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고전읽기가 현대의 대중문화를 더 잘 읽기 위한 준비가 될 수 있다.

미국인들이 고전이라고 여기는 대중문화를 읽다보면 미국인도 이해할 수 있다. 고전이 아직까지도 살아남은 이유는 현대인이 즐기기에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즐거움이 바로 고전에 담겨 있다.

앞으로 미국에 얼마나 더 머물게 될지 모르겠지만, 남은 기간이라도 고전을 더 많이 보고가려고 한다. 고전 읽기를 통해 얻는 지식으로 대중문화평이 더 풍부해질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2 Comments
  • adnoctum 2008년 11월 24일, 3:17 pm

    음, 저도 영화를 볼 때, 주로 오래된 것을 위주로 보는데, 이게 좀 특이한 것이었군요 >,<” 그저 그런 영화들은 나온지 2, 3년 안에 모두 잊혀지고, 결국 시간이 지나도 남을한 영화만을 보려고 그렇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재미있는 영화 말해달라고 할 때 알려주는 게 좀 오래된 것들이다보니, 사람들이 좀 의아해 하긴 했던 것 같군요.

  • 류동협 2008년 11월 25일, 2:45 am

    adnoctum — 저랑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계시네요. 최근 영화들은 다 비슷해 보여서 고전들을 찾다보니 의외의 걸작들에 감동을 받습니다. 그리고, 고전 영화들을 집이 아닌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