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회로 들불처럼 번진 시국선언

서울대(124명), 중앙대(68명), 서강대(45명), 성균관대(35명), 대구·경북(309명), 부산·경남(161명), 충북대(80명) 등 전국적으로 1천명이 넘는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통치에 항거해서 시국선언을 하다가 교직에서 물러난 교수들이 있었다.

교수는 지식인 사회에서 지성을 대표하는 직업군 중 하나이다. 대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현업에 있으면서 동시에 학문적 탐구를 하는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학문도 사회에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치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데 전력질주하고 있고 사회분열을 조장해왔다. 이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초래했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뿌리채 뒤흔들리는 상황에 책상에 앉아서 개인 연구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지식인이 나서서 위기상황을 알리고자 해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시국선언이다. 시국선언만으로 현정부의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시국선언은 국민적 소통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소수 기득권만 챙기는 일방적 정책을 불도저로 밀어 부치려고 하는 정치에 제동을 거는 작은 움직임이 될 수 있다.

지식인의 사회참여의 한 방법인 시국선언은 지금처럼 집회, 시위의 자유를 막는 현상황에서 적절한 방법이다. 포탈을 통해서 인터넷 통제도 하고 있는 현정부는 공안정부다. 중국이나 북한처럼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까지 막는 단계로 가는 일은 그리 멀지 않았다. 시국선언 뿐 아니라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쓰더라도 민주주의 파괴만은 막아야 한다.

교수사회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건 우리 사회에 아직 자정능력이 살아있는 걸 입증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에 맞서는 이들에게서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예술, 종교, 시민, 학생들도 시국선언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블로거도 시국선언에 참여한다고 하니 촛불이 들불이 되고 있다. 이 불이 얼마나 커져야 소통이 시작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국선언 후에 또 무엇이 될지 모르는 지금의 흐름은 막기 쉽지 않을 것이다.

참고글

In Category: 사회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4 Comments
  • 노란전차 2009년 6월 9일, 7:19 am

    이렇게 시국선언을 해도 꿈쩍 않고 있는 누군가를 생각하면 미칠 노릇이죠.
    천주교에서도 사제단 회의를 소집한다고 해요.
    그냥 정의구현사제단 차원이 아니라 사제 전체가 모인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추모미사도 주교단이 아닌 정의구현사제단이 집전해서 아쉬웠는데 천주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게 아닌가 싶어요.
    용산에서 추도 미사하려는 신부님을 폭행하기까지 했으니 갈 때까지 간거죠.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평범한 사람들의 온 오프라인을 통한 관심 이런 것들이 큰 물결이 되서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고 있답니다.

    • 류동협 2009년 6월 9일, 12:26 pm

      종교계도 본격적인 시국선언과 다양한 활동이 시작되는 거 같아요. 정말 이 정부는 어떻게 된 건지 성직자까지 폭행하고 막장으로 치닫는 거 같네요. 걱정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지금의 물결이 거대한 해일이 되어 변화의 물꼬를 트기를 바라고 있어요.

  • 프랭키 2009년 6월 9일, 7:39 am

    귀에 말뚝 박은 놓은 누군가가 생각나는군요. =3 한숨납니다.
    우석훈 선생이 말한.. 그에 대한 혐오증이 요즘은 점점 더 심해지려고 합니다. 으흐흑..

    방명록이 없어졌네요. 네이버에서 이제 동협님 블로그 업데이트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어요. 오픈캐스트가 별 의미가 없어져버렸어요. – – 어쨌든 저는 더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현실이 답답한데.. 다른 사이트의 블로거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좀더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요즘은 조용히 글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겨있습니다.

    • 류동협 2009년 6월 9일, 1:01 pm

      요즘처럼 답답할 때가 없는 거 같아요. 사람이 아닌 벽에다 대고 말하는 거 같은 심정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이렇게 황폐하게 하는 대통령도 없었던 거 같더라구요.

      방명록은 기능상 문제도 있고 활동도도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라 없앴어요. 지금처럼 최근글에 이렇게 달아주시면 됩니다. 네이버에 이렇게 반가운 소식이 있을 줄이야. 들어가보니 “열린이웃” 추가 기능이 생겼네요. 이렇게 되면 오픈캐스트는 슬슬 정리해야겠네요. 프랭키님, 마리 같은 이웃을 위해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오픈캐스트는 아무래도 개인블로그를 위한 공간은 아닌 거 같아요. 상업사이트나 단체를 위한 곳이니까요.

      저도 한동안 우울했었는데 이제 슬슬 움직이는 중이죠. 그럴때는 책을 읽는 게 좋더라구요. ^^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