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과 학문

학문에도 분명히 유행이 존재한다. 특정한 색상이 여름옷에 반영되듯이, 연구하는 경향도 특정한 색을 가지고 있다. 유행에 대한 심리에 관해서 잘 모르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너무 중요한 흐름이기 때문에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또는 영향력있는 학자들이 주도하는 흐름에 휩싸이기도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연구들은 리오타르, 보들리아르 같은 사람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적이 있다.

석사논문을 쓰고 있을 때, 한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했다. “너도 인터넷 가지고 쓰냐?” 지금 돌아보면, 상당수의 논문이 그 분야에 초점을 맞추거나, 간접적이라도 연관되어 있었다. 인터넷이 미디어 연구에서 중요한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은 측면이 있기에 그런 유행이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연구주제를 잡는 것도 유행에 휩싸인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내 석사논문도 인터넷을 통해서 사회 변화가능성을 점쳐 본거였다. 돌이켜보면 잘 다루지는 못한 거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으로 꼭 그 이야기가 필요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 부분을 빼더라도 충분히 내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인터넷을 내 논문에 집어넣었어야 했나? 나는 별 고민없이 인터넷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학문의 유행에 대한 고민이 자주 든다. 그걸 무시하고 나만의 연구주제로 밀고나가야 할지, 아니면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해야할지. 학문적 경향에 대한 성찰적 논문을 써보고 싶어졌다. 그게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꼼꼼히 따져보면 나의 고민도 어느 정도 풀릴 수 있을 것 같다. 유행에 따라가는 것과 나만의 길을 가는 삶 어느 것도 쉽지 않다. 그 둘 사이에 균형을 찾아보는 게 제일 나은 대안인 것 같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0 Comments
No comments yet. Be the first.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