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고 싶은 서재

공부를 업으로 삼은 후에 내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공간은 도서관이다. 학교 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에서 원하는 자료를 찾아서 넓은 책상에 놓고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일상적이면서 탈일상적인 순간이다. 논문을 읽을 때와 달리 소설같은 문학서를 읽는 순간은 자유를 느낀다. 도서관과 가장 비슷하며 개인적인 공간은 서재다. 영화나 텔레비전을 보다가 멋진 서재를 발견하면 눈여겨 본다. 나중에 여유가 생겨 서재를 꾸밀 수 있게 되면 참고하려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서재를 발견했다. 작가 ‘신경숙’의 서재다.

천장이 높아서 원하는대로 책을 꽂아놓을 수 있다. 책욕심이 많은 편이어서 모은 책이 꽤 된다. 미국으로 이사를 오면서 몇백권을 헌책방에 처분했는데도 책꽂이에 빈공간이 거의 없다. 바닥과 다른 곳에 흩어진 책을 한꺼번에 꽂을 수 있는 높고 넓은 서재를 가지는 게 꿈 가운데 하나다. 저 정도로 여유있는 공간을 서재로 쓸 수 있는 것은 신경숙처럼 성공한 작가라 가능한 것이겠지만… 사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서재의 다른 조건으로는 창이 아주 넓었으면 좋겠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의자를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문장이 저절로 머리 속으로 걸어들어올 것 같다. 그리고 서재 한가운데 아주 큰 책상이 있었으면 한다. 워낙 생각이 산만하게 흘러가는 편이라서 이책 저책 내키면 꺼내서 읽을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으려면 책상이 넓어야 한다. 기왕하는 상상이니 완벽하게 서재를 마무리하려면 음악이 필요하다.

서재는 무척 마음에 들지만 소설가 신경숙은 내게 마음에 드는 작가는 아니었다. 내면적 세계에 침잠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너무 힘들고 지쳤다. 그녀의 소설을 읽을 때가 내게 고통스런 시기였던 탓도 있다. 슬픔 속에서 칼로 폐부를 찌르는 듯한 화자는 견디기 어려웠다. 그 시기를 벗어난 지금에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이 들까.

내게 슬픔으로 기억되는 작가 신경숙, 이제 그녀의 서재를 떠올리면 행복이란 단어가 떠오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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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9 Comments
  • Zet 2009년 1월 18일, 3:54 am

    정말 부러운 서재입니다.
    저도 돈을 벌어 미래에는 저렇게 넓직하고 쾌적해보이는(?) 공간을 얻고 싶네요. ^^

  • Bailar 2009년 1월 18일, 5:35 am

    멋지네요. 으아ㅡ. 저는 저곳에다 정말 편안한 빨간 쇼파 하나만 더 추가했으면 좋겠어요. 님의 말씀대로 창도 넓은 상태에서요.

    근데 아마 그런 곳을 제가 가질 수 있다면 따뜻한 햇빛을 쬐면서 퍼질러 잘 듯. 자고 일어나니 나는 검둥이가 되어 있었다, 뭐 이런 :^)

  • 서울비 2009년 1월 18일, 8:14 am

    저기서 그냥 먹고자고 해도 되겠는걸요^^

    멋지다!

  • syd K. 2009년 1월 18일, 10:40 am

    그냥 보고 침만 꼴깍…. ;;

  • 류동협 2009년 1월 18일, 9:34 pm

    Zet — 님도 꿈을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Bailar — ㅎㅎ 창가에 푹신한 쇼파가 하나 있으면 더 바랄게 없겠네요. 잠을 자도 행복할 거 같아요. ^^

    서울비 — 상상만 해도 좋겠네요.

    syd K. — 그림의 떡 ^.^;;;

  • 프랭키 2009년 1월 21일, 12:59 am

    작가가 그렇게 말하더군요. 이곳은 나와 남편이 사는 곳이 아니라, 책이 사는 곳이라고..
    부러움을 감출 수 없네요. ^^;

  • 류동협 2009년 1월 21일, 1:17 pm

    프랭키 — 책이 사는 곳이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드네요. 책들이 서로 대화하고 휴식할 수 있는 평화로운 공간이 한없이 부럽네요. 🙂

  • 배휴 2009년 4월 11일, 6:10 am

    와..정말 부럽네요..
    항상 저런 서재를 소유하고 싶었지요.
    저런 서재를 위해 성공할 것이라는 다짐도 해 봅니다.

    • 류동협 2009년 4월 11일, 12:33 pm

      저 서재에서 책을 읽는 꿈을 몇번이나 꿨어요. 그럴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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