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세상으로 떠나는 김제동의 “오마이텐트”

MBC에서 맛보기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오마이텐트”는 소재도 신선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토크쇼와 다큐가 결합한 복합장르적 프로그램이다. 요즘처럼 장르구별이 모호해지는 시대적 흐름과 어울린다. 이런 구성은 얼마 전 “서태지 컴백스페셜”에서 이준기가 서태지와 함께 길을 떠나서 여행하며 인터뷰를 하는 형식과 비슷하다. 도시의 번잡함을 떠나서 자연 속에서 스타의 진솔한 내면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정형화된 스튜디오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최근에 상당히 많이 제작되고 있다. “패밀리가 떴다,” “1박 2일,” “무한도전”은 현대인에게 낯선 공간이 된 시골 속에서 리얼버라이어티를 찍고 있다. 김제동의 “오마이텐트”도 비슷한 주제를 공유하면서 인터뷰 형식을 가미했다. 스타의 인터뷰는 이미 “무릎팍 도사”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하지만, 김제동은 강호동처럼 상대를 독하게 굴지도 못한다. 대결구도보다는 친구 사이의 대화처럼 흘러갈 확률이 아주 높다.

어디서 본 듯한 형식이지만 그 조합은 아주 신선하다. 인터뷰와 여행은 서로 공통되는 특징이 있다. 인터뷰는 질문을 통해서 상대를 알아가고 탐구하는 과정이다. 여행은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을 떠나서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인터뷰나 여행이나 이미 시작하는 순간부터 탐구다. 그래서 둘은 썩 잘 어울린다.

사람은 대체로 익숙한 공간 속에서 지내다보면 평소에 하던 대로 살기 쉽다. 늘 만나던 사람만 만나고 늘 나누던 대화만 하는 경향이 있다. 여행은 그걸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사람은 낯선 공간에서 길을 찾으려고 낯선 사람에게 길도 물어야 한다. 여행을 하면서 평소에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낯선 음식이 좋아지기도 하고, 낯선 음악에 빠지기도 한다.

김제동

익숙한 공간과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있던 사람에게 여행은 그만큼 충격이다. 오마이텐트는 도시에 사는 스타를 자연이라는 낯선 공간으로 데려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드라마, 영화, 무대, 코미디를 떠나온 스타는 익숙한 자신의 세계가 사라지는 무력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첫방송은 스타 없이 김제동 혼자서 떠난 여행이었다. 정확히 언제 촬영한 건 알 수 없지만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다 드러난다. 최근에 방송계에 일어나고 있는 우파공작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꽤 된다. 윤도현, 손석희, 김제동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하차하게 되었다. 1950년대 미국에 불었던 매카시즘과 유사한 정치적 상황이 한국사회에서 재연되고 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김제동이 자연 속에서 자신을 풀어놓았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야구 실력은 바닥이 모습도 보여주고, 산에 가는게 좋다면서 텐트도 만들줄 몰라서 스탭에서 도움을 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웃기고 싶지만 늘 진지하게 되는 자신이 싫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달리 상대와 여행과 캠핑을 하면서 친해지면서 인터뷰하는 건 더 힘들다. 다른 인터뷰 시간보다 길다는 여유는 있겠지만 시간이 많다고 다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재미있는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친밀도를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형식적인 대화만으로 끝나기 쉽다.

다음 회부터 어떤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풀어갈지 대충 밑그림은 그려졌다. 우선 김제동 자신부터 솔선수범해서 솔직한 내면을 풀어헤쳤다. 시청자들과 스타 사이에서 김제동이 해야 할 일은 적지 않다. 우선 스타에게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도 물어봐야 하고, 여행도 잘 이끌어야 하고, 스타의 속마음도 잘 전달될 수 있게 쇼를 진행해야 한다. 아마도 첫 방송에서 보여준 자신과 만남처럼 다른 스타도 만날 수 있다면 성공적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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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이 2009년 11월 3일, 1:54 am

    참 부드러운 방법으로 다른이에게 이야기를 해 주시네요~
    감정까지 푹 빠져서 읽게하는 힘이 있는거 같아요~~
    항상 좋은 글들~~ 감사~~ ^^

    • 류동협 2009년 11월 3일, 2:00 pm

      저한테 이런 댓글이 가장 힘이 되죠. 누군가에게 재미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제 꿈입니다. 이런 극찬을 받으니 오늘 하루가 아주 즐겁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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