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새해 첫날

잠들기 전에 봤던 색소폰연주자 데이브 코즈의 유쾌한 재즈공연 방송 때문인지 2009년의 아침은 상쾌하게 시작했다. 개다리춤을 추는 색소폰연주는 상상 밖의 즐거움이었다. 생각해보니 요즘 들어 악몽을 자주 꾸는 게 우울한 뉴스를 자주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숙면을 위해서 자기 전에 뉴스 보는 일은 삼가야겠다.

새해 첫날 기분도 낼 겸 오랜만에 커피 마시러 커피가든에 갔으나 뿌리박고 있는 랩탑족으로 인해 자리가 없었다. 역시 강적이다. 그 다음 장소로 커피맛이 좋기로 유명한 솔트레이크 로스팅 컴퍼니로 향했으나 새해 첫날이라 문을 닫았다. 문을 연 곳을 찾아서 파라다이스 카페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다행히 문을 열어서 더이상 방황하지 않아도 되었다. 여기도 문을 닫았으면 할 수 없이 스타벅스라도 들어갈 참이었다.

샌드위치와 라떼를 시켜놓고 아내와 나는 한 해의 계획을 풀어놓았다. 올해의 결심은 느슨하게 짜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계획대로 하지도 못할 걸 욕심부리는 짓은 그만해야겠다. 네 개 정도만 생각해뒀는데, 그 가운데 가장 필요한 건 역시 박사논문이다. 나이가 40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학생신분을 유지하는 게 좀 그렇다. 그만 지체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올해의 최대 과제이다. 다행히 올해의 토정비결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운수 덕 좀 보자.

일 년 중 시간에 제일 민감해지는 시기가 한 해의 마지막 날과 첫날이다. 그 외의 시간은 참 빠르게 날아간다. 요즘은 월 단위로 시간이 흐른다. 워낙 무계획으로 살다 보니 목표치의 절반도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아서 전 세계 1500만 명이 쓴다는 프랭클린 코비 다이어리를 샀다. 알고 보니 그 회사의 본사가 솔트레이크시티에 있었다. 다이어리 맨 앞장에 올해의 결심 네 가지를 또박또박 적었다.

2009년 첫날의 마지막 음식으로 얼마 전 영국영화 ‘디어 프랭키’에서 봤던 피쉬앤칩스를 아내가 만들어줬다. 날이 추워지니 기름진 음식이 자꾸 땡긴다. 체코 스타일 맥주랑 맛있게 곁들여 먹었다. 사실 슈퍼에서 맥주를 살 때만 해도 체코 맥주인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보니 이 근처 동네 양조장에서 만든 거였다. 이 동네는 지역 산업이 죽지 않고 은근히 살아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타종 조작방송에 대한 기사를 읽고 열이 뻗혀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말았다. 첫날이라 상큼한 글로 시작하려 했는데 세상이 가만 놔두지 않는다. 그리고 블로그를 빼고 일상을 말하는 게 어렵게 되어있는 나를 발견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가. 졸려서 자러가면서도 이 글을 써야하는데 하는 미련이 남았다. 결국 다음날이 되어서 참지 못하고 쓴다.

두번째 날은 계획표에 잔뜩 이것저것 마감일을 적어놓았다. 2009년은 해야 할 일이 참 많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참 2009년은 쥐잡는 해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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