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하트”가 새로운 의학 드라마인가?

시청률 30%가 성큼 넘는 기록을 남기고 “뉴하트”가 막을 내렸다. 사극이 아닌 미니시리즈 중에 단연 돋보이는 성적이다. 얼마 전 흥행한 “커피 프린스”도 30%의 벽을 넘지 못했다. “뉴하트”는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시즌 2에 대한 논의도 되고 있는 모양이다.

“뉴하트”는 빠르게 전개되는 서술구조 속에서도 캐릭터도 잘 살린 꽤 잘 만든 드라마다. 연출, 촬영, 세트, 편집, 대본, 연기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성도로 시청자의 인기를 사로잡았다. 가끔 과도하게 휴머니티를 너무 강조해서 튀는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마무리된 작품이다. 가난한 환자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자선 농구대회를 하고, 환자가 먹고싶다는 쑥을 한겨울에 찾아서 쑥국을 끓여줄 의사를 과연 현실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시청자들이 “허준”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도 현실에 없는 의사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결국 그런 이상적 의사를 그린 “뉴하트”는 총 23회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끝났다. 그래서 너무 아쉽다.

전문직(?) 의학 드라마의 가능성

“전문직 드라마”는 어떻게 보면 한국의 현실이 생산한 말이 아닐까. 의사, 변호사 같은 근사한 직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고 해서 전문직 드라마라고 한다면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 나온 드라마는 비전문직 드라마인가. 상대적으로 전문기술이 요구되는 직종을 묶어서 전문직 드라마로 표현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다른 직종을 차별하는 단어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뉴하트”를 그냥 “의학 드라마”로 부르는 게 더 공정한 표현일 것이다.

“뉴하트”는 최초의 의학 드라마가 아니다. “종합병원”, “의가형제”, “해바라기”,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등의 의학 드라마 전작들이 있었다. 기존의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멜로나 정치적 야심이 중심이 된 경향이 있었다. “뉴하트”는 기존의 의학 드라마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징을 몇 가지 있다.

첫째, “뉴하트”가 다른 의학 드라마와 다른 점은 큰 서사구조 속에 심장병을 앓는 환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은 갈등 구조다. 환자마다 다른 질병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연이 있다. 이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서 캐릭터가 성장하고 큰 서사구조도 진행된다. “뉴하트”는 환자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큰 갈등이 중심이 된 기존의 의학 드라마와 다르다.

둘째, “뉴하트”는 흉부외과 수술이 중심이 된다. 다른 의학 드라마에는 수술 장면은 몇 장면 안나온다. 수술은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부차적인 도구였고 인물들의 갈등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뉴하트”는 매회 수술 장면이 있었고 수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흉부외과 의사들의 드라마가 되었다. 수십개의 돼지 심장을 가지고 공들여 찍은 수술 장면만 보더라도 이 드라마가 얼마나 수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뉴하트”는 매일같이 수술실에 사는 흉부외과 의사의 현실을 파고드는 사실적인 드라마였다.

셋째, “뉴하트”의 조연은 주연을 단순히 보조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주연처럼 나온다. “뉴하트”의 주연은 최강국(조재현), 이은성(지성), 남혜석(김민정)으로 꼽을 수 있지만, 전체 흉부외과 의사, 레지던트도 주연처럼 큰 역할을 하고 드라마 속에서도 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이들에게도 할애되었다. 에이즈에 걸릴 위기상황에 처한 이승재(성동일)가 괴로워하는 모습도 한 편의 드라마였고, 김태준(장현성)과 조민아(신동미)의 금지된 사랑도 드라마 내내 긴장감을 유발하였다. “뒤질랜드”를 연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낸 배대로(박철민)는 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웃음의 마법사였다.

흉부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현실감 있게 그릴 수 있었던 이유는 황은경 작가의 치밀한 취재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 차례 고증의 실수는 있었지만 의학 전공도 아닌 작가가 이 정도로 의학 드라마를 탄탄하게 전개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3년 정도 사전 취재와 인터뷰로 의학상식을 쌓았고 대본을 쓰면서 흉부외과 의사들에게 확인받는 절차를 거쳤다.

미국 법정 드라마나 의학 드라마의 작가들은 대부분 법대나 의대를 나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본을 쓴다. 응급실 의사들을 다룬 미국 드라마 “ER”의 대본을 쓰고 제작한 마이클 크라이튼은 하버드 의대를 졸업했다. 전문 지식 없이 대본을 쓰기 어려운 게 의학 드라마다. 이런 현실을 생각할 때 “뉴하트”의 작가가 고작 몇 년 취재로 흉부외과 현실에 가까운 드라마를 쓰는 일은 얼마나 어려웠을까.

멜로, 정치극을 끌어안은 의학 드라마

역사적으로 한국 미니시리즈 드라마는 “멜로”가 지배해왔다. 남녀 주인공이 역경 속에 사랑에 성공하는 줄거리 없이 드라마를 완성하기 어려웠다. “뉴하트”에도 멜로가 나온다. 은성과 혜석이 사랑하게 이야기가 나오지만 “뉴하트”가 그 둘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멜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정도만 나왔다. “뉴하트”에서 멜로는 주연급이 아닌 조연급으로 등장한다.

극초반에 멜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혜석과 은성은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갈등하다가 사랑으로 발전한다. 23회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해결을 봐야했기 때문에 약간 급작스럽게 관계가 진행되어 어색했다. 의학 드라마 안에 멜로, 정치도 집어넣으면서 자연스런 관계의 발전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하얀 거탑”에도 나온 주제지만 “뉴하트”역시 정치를 다룬다. 스타의사 최강국으로 이용하여 병원을 키우것 만 관심 있는 병원장(정동환)이 악역의 축이다. 병원장은 환자를 돈으로만 보는 출세지향형 인간을 대표하고, 최강국은 환자를 살리는 것만 생각하는 인도주의형 인간을 대표한다. 최강국은 돈이 안되는 환자를 살리고 흉부외과를 지키기 위해 병원장과 맞선다. 이런 대결구도는 조금 급작스럽긴 하지만 “뉴하트”의 결말에서 병원장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너무나 선명한 선과 악의 대결은 “뉴하트”의 인기 비결이면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현실에서 절대적인 악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복합적이고 섬세한 병원장의 심리묘사가 있었더라면 이 드라마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을 것이다. 병원 경영을 보다 중시했던 병원장이 나쁘기만 사람이었을까? 입체적인 악당이 악인이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 다른 정치극은 흉부외과가 처한 사회적 현실이다. 사람을 살리는 중요한 병원 부서지만 대우도 형편없는 어려운 상황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성형외과 같은 과로 지원자들이 넘쳐나지만, 흉부외과는 지원하는 레지던트가 거의 없어서 문 닫기 일보 직전이다. PD수첩 같은 시사고발프로그램에 등장할만한 주제를 드라마가 다뤘다. 시청자들에게 흉부외과가 놓여있는 사회적 현실을 알리는 것에는 시사프로그램보다 드라마가 더 효과적이 아닐까.

다른 대학 출신 은성이 당해야 하는 학벌주의도 “뉴하트”의 정치영역이었다. 하태준(정찬)도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의사지만 은성과 마찬가지로 타대학 출신이라서 차별 받았다.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풍토는 의사 사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은성이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할 정치적 갈등이었다.

“뉴하트”는 정치, 멜로, 의학이라는 세 장르를 융합한 복합 장르다. 세 장르가 완전히 자연스럽게 섞여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서로 갈등하면서 한지붕 아래 잘 모여산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초반부는 상당히 멜로에 집중해서 삼각관계 중심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고 염려했었다. 하지만 드라마 중반부터 에피소드 중심으로 구조를 잡아서 세 장르 사이의 균형이 갖춰졌다. 에피소드별로 균형있고 병렬적으로 성장하는 세 장르의 조화가 바로 이 드라마의 성공비결이라 할 수 있다.

“뉴하트” 시즌 2에 바란다

만약 “뉴하트”가 시즌 2로 제작된다면 이 드라마가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다. 우선 성급하게 봉합한 갈등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권력욕에 불타던 병원장이 죽자 광희대병원에 평화가 찾아왔다. 새로운 인물을 투입해서 갈등을 짤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인물에 변화를 줘야한다.

시즌제로 할 때 주요 배우들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궁s처럼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다. 시즌제 드라마의 핵심은 개성있는 캐릭터를 갖춘 배우다.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은 캐릭터가 얼마나 흥미있고 매력적인가에 따라 판가름이 난다. 배우가 바뀌면 다른 시즌이 아니라 다른 성격의 드라마가 되어버린다.

에피소드식 진행이 강화되어야 한다. 주마다 새로운 환자가 들어오면서 상황이 형성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시즌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뉴하트”는 에피소드식으로 진행이 된 편이지만 정치나 멜로 너무 끌려다닌 경향이 있었다. 에피소드가 중심이 되면서 큰 이야기는 전체 시즌안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방식이 나아보인다.

에피소드가 중심이 된다고 해서 큰 이야기는 죽일 필요는 없다. “엑스파일”이나 “베로니카 마르스” 같은 드라마도 개개의 에피소드는 독립적이지만 큰 갈등이나 문제도 작은 에피소드에서 조금씩 풀어간다.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가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으면서도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뉴하트”도 큰 이야기와 작은 에피소드가 서로 맞물리면서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연들에게 더 많은 에피소드를 주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 한 에피소드가 배대로에게도 할당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차피 장기전으로 가려면 조연들의 역할을 좀더 높여서 주연을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캐릭터의 깊이도 더할 수 있고 주연과 조연의 갈등도 활용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4 Comments
  • 2008년 2월 29일, 9:42 pm

    흉부외과 의사가 본 뉴하트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838813)도 재밌어요. 한 번 읽어보삼. ^^

    전 개인적으로.. “하얀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와 “Grey’s Anatomy”가 짬뽕이 된 것 같아, 플러스 너무 이상적인 모습만 그린 것 같아 심드렁하게 봤어요.

  • 류동협 2008년 3월 1일, 5:01 pm

    — 가끔 블로거뉴스에 뜨길래 나도 몇번 가봤는데, 전문의 입장에서 본 글이라 흥미롭더라.

    좀 “뉴하트”가 이상적이긴 하지만 너무 현실적이면 그것도 드라마 같지 않더라. 그래도 나는 오랫만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였어. ^^

  • 박성철 2008년 8월 25일, 11:09 am

    ‘뉴하트’에 대한 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부디 시즌2의 제작자가 꼭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전문지식이 포함되는 이런 드라마에 조금 관심이 있어요.
    이 글과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 글인데…
    http://medium.egloos.com/1799909
    함 보세요.

  • 류동협 2008년 9월 3일, 3:15 pm

    박성철 — 알려주신 글은 잘 챙겨서 읽을게요. 전문직 드라마가 보다 창의적으로, 보다 현실적으로 제작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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