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가 사라진 대중음악의 운명?

드디어 아이튠스(iTunes)의 음악판매가 미국 시장에서 월마트(Walmart)를 넘어 1위에 올랐다. 월마트의 판매 수익은 주로 CD에 의존한 반면, 아이튠스는 전적으로 디지털 싱글과 디지털 음반만 판다. 아이튠스는 태어난지 채 5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에 무려 40억곡의 노래를 팔았다. 아이튠스의 성장은 CD라는 음악 매체가 MP3로 대표되는 본격 디지털 음악으로 교체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지만 생각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며칠 전에 음반 가게에 놀러갔는데 매장은 아주 썰렁하고 신보도 제대로 갖춰놓지 않아서 적잖이 실망했었다. 예전같으면 신보를 들을 수 있도록 해놓고 친절하게 설명도 붙여놓았을 텐데 설명도 없고 플레이어에 CD가 들어있는 것도 몇 개 되지 않았다. 그만큼 CD가 팔리지 않는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나온지 얼마되지도 않은 CD를 거의 반값에 처분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까지 주로 CD로 음악을 듣는다. 너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 좀 야박하게 느껴진다. 아직 갈아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한데 다른 소비자나 음악 시장은 벌써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나만 뒤쳐져 우두커니 서있는 것 같은 심정이다.

하지만 나도 별 수 없이 세상에 맞춰 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MP3플레이어를 사서 운전할 때나 운동할 때마다 듣는다. 바깥에 돌아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때는 MP3플레이어만큼 편한 것도 없다. 하지만 집에 들어와서 음악을 들을 때는 CD장을 뒤지게 된다. 조그만 이어폰에서 MP3로 압축되어 들리지 않던 소리가 스피커로 퍼져나올 때 쾌감을 아직 포기할 수는 없다.

보관과 이동이 자유롭고 편리한 MP3를 전적으로 받아들이 못하는 나의 촌스런 감수성은 어쩔 수 없다. 사실 CD나 그 이전에 있었던 LP도 공연을 대체하는 편리한 기술로 개발된 것이니 신기술의 등장으로 쇠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나에게는 CD에 얽힌 추억이 많아서 함부로 버릴 수 없다. CD는 음악을 듣는 기술만이 아니라 감수성의 영역이 되어 있었다.

MP3 시대, 사람들은 왜 콘서트장에 갈까

랩퍼 제이지(Jay-Z)는 라이브 네이션(Live Nation)이라는 거대 콘서트 회사와 1억5천만불이라는 어마어마한 계약을 채결했다. 라이브 네이션은 유투(U2)와 마돈나(Madonna)와도 비슷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CD판매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의 돌파구를 공연에서 찾으려는 노력이다. 콘서트 공연이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것인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암울하지는 않다. 이들 콘서트 표는 연일 매진이며 장기 순회 공연 일정도 빡빡하게 잡혀있다.

대중 공연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며 좌석 매진율도 늘어나고 있다. 셀린 디온의 라스베가스 공연은 처음의 우려와 달리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였다. 가수들은 CD를 홍보하기 위해서 전국 순회공연을 시작하지만 오히려 공연이 더 성공을 거둬서 공연을 늘이는 경우도 흔해졌다. 오히려 순회공연이 라디오보다 더 빠르게 전국의 팬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음악 산업의 위기는 대중들이 음악을 듣지 않아서 생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 컴퓨터, 공연장 등으로 대중들이 더 몰려가고 있다. 음악 산업의 위기를 불법복제 탓으로만 돌리는 안일한 생각은 지금의 위기는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달라진 대중의 취향에 맞춰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

불법복제 때려잡으면 음악계가 살아나나?

DRM(불법 복제·변조를 막는 장치)을 제거한 MP3가 보편적인 디지털 싱글 판매의 표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미국 최대의 인맥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Myspace)도 아마존에 이어 DRM을 제거한 MP3 판매를 시작했다. 돈을 주고 사고도 음악을 마음대로 듣지 못하는 DRM기술은 구시대적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IT강국으로 세계에 알려진 한국은 이런 세계적 추세에 약간 뒤쳐진 것 같다. 한국의 DRM기술은 세계적일지 모르나 음악 문화는 그렇지 못하다.

음악을 같이 듣고 즐기는 문화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이제는 음악을 공연으로도 즐기고 편하게 디지털로 즐기는 세상이 되었다. 대중을 조작하고 함부로 대하는 문화에서는 음악산업도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DRM 문제만이 아니다. 대중을 모두 불법복제자나 적으로 모는 적대적 문화는 모두가 자멸하는 길이다.

소비자도 달라진 환경에 맞춰 변해야겠지만 음악가나 음악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거대 음악기업이 지배하는 사회의 음악은 지나치게 획일화되었다. 기계 뽑듯이 생산한 똑같은 음악도 지금의 위기를 초래하는데 일조했다. 유기농이 유행하듯이 독립 레이블이 생겨나고 있다. 거대 음반사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자 마이아 슈나이더(Maria Schneider)는 아티스트쉐어(ArtistShare)라는 독립 서비스를 이용하여 음반을 직접 제작하고 판매하였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음악생태적인 변화다.

음악산업 관계자들은 불법복제만 때려잡으면 음악산업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 믿는다. 이는 위기는 자신들이 만들고 책임은 소비자에게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태도다. 음악을 즐기려는 소비자가 사라진 세상 속에 울려 퍼지는 음악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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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야 2008년 4월 4일, 7:02 pm

    저는 아직도 CD로 사서 듣고 그럽니다..그런데 사람들이 주로 mp3로만 들을려는게 안타깝더군요..

  • ritethinka 2008년 4월 4일, 7:54 pm

    저 역시 아직도 CD를 구매합니다. 매달 꼬박꼬박 구입하는데, 주위 사람들은 저를 부르주아, 혹은 바보 취급하더군요. 공짜로 널렸는데 뭐하러 음반을 사냐는 이야기죠. 음악을 같이 듣고 즐기는 문화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것은 분명히 맞습니다만, 미련하게나마 법을 지켜가며 문화를 향유하려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어이없는 세태는 좀 아닌 것 같군요…-_-

  • Sunny21 2008년 4월 4일, 11:02 pm

    지금 한국 음악시장을 포함해서 전세계의 음악시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죠.. 한국은 저작권법도 그렇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

  • 류동협 2008년 4월 5일, 1:01 am

    na야 — 저도 CD에 더 애착이 갑니다. 이동할 때 들으려고 MP3로 변환한 노래도 CD로 들으면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ritethinka — 기술 발전에 따라서 사회와 문화도 변화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혼란스러운 상태죠. 차차 나아지겠죠.

    Sunny21 — 저작권법 자체가 너무 시장 중심, 사업자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소비자들의 권리가 별로 없습니다. 창작자의 권리와 창작의욕을 고무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 정작 기업들에게만 유리하게 짜여져 있죠. 빨리 개정되어야 할텐데요.

  • 김한솔 2008년 4월 5일, 11:40 am

    저도 아직까지 CD로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가만히 소파에 앉아 CD 앨범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이번에 어떤 앨범이 나왔는지, 카탈로그를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물론, 오디오에 CD를 돌리면서 말이죠 🙂
    저같은 경우는 시대가 어떻고 복제가 어떻고 음악계를 살리는 것이 어떤 것이고를 떠나서, 왠지 음악은 CD로 들어야 맛이 난달까요? ㅋ
    뭐, 제가 옛날 사람이었다면 또 레코드판을 좋아할 수도 있겠죠.

  • Early Adopter 2008년 4월 5일, 9:48 pm

    저는 미국에서 살고있고 아이팟을 사용하며 iTunes Store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저도 역시 되도록이면 CD를 구입하고 싶지만 iTunes Store의 그 편리함때문에 계속 이용하게 되네요.

    그 편리함이란,
    1.시간이 안걸린다. – 바로바로 받을 수 있죠.
    2.복잡한 절차가 없다. – 정말 우리나라 뭐 MP3구입하려고하면 그 복잡한 절차, 정말 짜증나죠. 그에비해 아이튠즈 스토어는..:)
    3.아이팟과의 동기화. – 아이팟을 사용한다면 정말 아이튠즈스토어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운받고 자동으로 동기화되면서 바로 아이팟으로 들을 수 있으니까요.
    4.개당 구입 – $.99를 내면서 각 곡을 구입하는 것도 좋더군요. 🙂 물론 주로 앨범채로 구입을 합니다.

    저는 음악만 구입하는 게 아니라 아이튠즈 스토어로 영화도 렌탈해서 보고 TV Show도 시즌패스를 사서 매주 받아서 보고있습니다. 무엇보다 그 ‘편리함’이 가장 큰 장점인듯 하네요. 🙂

  • 프랭키 2008년 4월 6일, 10:15 am

    저 역시 아직 CD를 사듣습니다. 이곳에 오니 동지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듯 해서 반갑군요. 하지만 저희 회사 사람들 사이에서 저같은 사람은 이제 천연기념물에 가까워요. ㅠㅠ
    불법복제와 다운로드가 문제인 것 맞지만, 사업자나 공급자 중심으로 돼있는 저작권 문제는 아직도 손을 봐야할 점이 많은 것 같아요. 현재의 저작권법은 근대의 예술가에 더 가깝지만 시대는 21세기에요. 우리나라는 아이티왕국이라고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너무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아요. 결국 음악을 만드는 생산자도 그를 사서 듣는 소비자가 모두 손햅니다.

  • 류동협 2008년 4월 6일, 8:02 pm

    김한솔 — CD가 주는 독특한 경험이 있죠. 음악을 들으며 카탈로그를 보고 속지도 읽으면서 공상의 나래를 펴게 되죠. ^^

    Early Adopter — 정말 이름대로 앞서 나가시는 분이시네요. 아이튠스는 정말 편리하더라구요. 저는 주로 팟캐스팅 같은 거 쓰는데 이제 복제방지장치가 제거된 노래도 나온 마당에 한번 사 볼까 고민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화면이 작아서 그다지 땡기지는 않지만 음악은 좋죠.

    프랭키 — 저작권법은 개정되어야 할텐데 지금 분위기로 보아 희망적이지 않죠. 지금의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리도 제대로 살려주지 못하고 산업 논리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죠. 소비자의 권리는 전혀 반영이 되어 있지 않죠. 같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겠죠. 🙂

  • 3fisher 2008년 6월 15일, 7:56 pm

    안녕하세요, 피쉬운영자 3fisher입니다.
    이 포스트가 피쉬에 공개되었습니다. 저도 CD를 듣고 있는 사람으로서 음악산업 관계자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안타깝고 화가납니다.

    아, 그리고 10만 방문객 돌파를 축하드립니다. ^^

  • 류동협 2008년 6월 15일, 8:40 pm

    3fisher — 감사합니다. 음악산업이 변화한 시장과 대중의 취향에 맞춰 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게 좀 답답하네요.

  • armarius 2009년 4월 2일, 8:09 pm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 중국 구글이 4대 메이저 레이블과 함께 무료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운영하시는 분께서 관심을 가질수도 있겠다 싶어서 링크를 남깁니다.
    http://www.guardian.co.uk/technology/2009/mar/31/google-china-digital-music

    • 류동협 2009년 4월 3일, 2:57 am

      좋은 기사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라서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구글이 어떤 의도로 그런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바로 링크타고가서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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