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시티로 이사오다

지난 4년간 살면서 볼더(Boulder)에 정이 많이 들었던지 이사오던 날, 발길이 무거웠다. 미국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볼더만한 도시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소도시이지만 문화 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고, 도시 경관도 아름답다워서 계절따라 볼거리가 풍족한 곳이다.

이사 온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는 볼더보다 몇배나 크지만 시골의 느낌이 더 강하다. 그리고 세속적이고 히피적인 볼더에 비해서 솔트레이크 시티는 종교적이고 보수적이다. 자동차로 6시간 남짓 떨어진 곳이지만 그 분위기는 아주 다르다. 아직 파악해야할 것들이 많지만 한달간 내가 경험한 솔트레이크시티는 그랬다.

짐만 가져왔지 아직 마음은 볼더에 있나보다. 짐을 정리하는데 한달쯤 걸렸으니 마음은 그보다 더 걸릴거다. 앞으로 볼더를 가끔 방문해야 하니 영 이별은 아니다. 그리고 솔트레이크 시티는 아내의 학교가 있는 곳이라 그런지 내 삶의 터라는 느낌이잘 안생긴다. 내가 세들어 사는 거 같다. 아내가 학교가고 나혼자 집에 있으면 좀 쓸쓸하다. 볼더에 있을때는 가끔 술마실 친구도 몇명 있었는데 이곳에 오니 그것마저 없다.

도시를 옮겨다니는 이사에 이골이 났다. 내가 살아본 도시를 헤아려 보니 솔트레이크 시티가 벌써 여덟번째 도시다. 여기도 1~2년이 지나면 또 떠나야 한다. 옮겨다니는 것도 예전에는 재미있었다. 새로운 도시의 지리를 익히고 사람을 사귀는 건 일상의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이젠 그것도 번거롭고 지겹다. 요즘은 어느 한곳에 정착해서 10년 이상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어릴적에는 외교관 같은 직업이 부러웠는데 너무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할거 같아서 지금은 좀 별로다. 그래도 이곳저곳 여행다니는 건 좋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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