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미국 영화관

이태리 라스칼라 극장에 하는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를 미국 영화관에 보다가 휴식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왔더니, 미식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눈에 띄인다. 바로 옆 개봉관에서 슈퍼볼 경기를 중계해주고 있다. 반대편 개봉관에서 셀린 디온이 수십명의 코러스를 거느린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위에서 서술한 것은 가상의 상황이지만 아주 가까운 미래의 일이다. 영화관은 더이상 영화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야구 경기, 락 콘서트, 텔레비전 프로그램, 오페라 공연을 영화관 스크린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가운데 오페라 공연, 음악 콘서트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다른 대중문화 장르도 가까운 시일안에 영화관에서 볼 날이 머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영화관의 관객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영화 관객은 급속히 감소하다가 2007년에 1%도 채 안되는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영화관의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한 현실이다.

영화관이 인기를 잃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케이블 텔레비전과 DVD가 인기를 얻으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예전 같으면 영화 개봉 이후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을 영화들이 재빨리 케이블 텔레비전과 DVD도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주문형 비디오와 불법 영화복제도 영화관 사업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줬다.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화관은 다른 매체와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다. 뺏겨버린 관객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영화관을 다른 매체에 개방했다. 많은 영화관들이 오페라 관객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처음의 우려와 달리 성공을 거둬서 전세계 600개 이상의 개봉관에서 뉴욕 메트의 오페라 공연을 보려는 관객들로 매진되는 극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 성공에 고무되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이태리의 라스칼라도 영화관 상영을 시작했다.

2007년 12월 17일 셀린 디온(Celine Dion)의 라스베가스 공연도 미국 전역 200개 영화관에서 상영되었다. 이 라스베가스 공연은 이미 3백만명이나 즐겼을 정도로 흥행한 성공을 바탕으로 영화관으로 진출하였다. 유투(U2)는 2006년 그들의 남아메리카 공연을 모아서 3차원 입체영화로 2008년 2월 22일 전세계 3D 영화관에서 개봉했다.

음악만이 아니라 스포츠도 영화관의 주인공이 되었다. 피트 샘프라스와 로저 페더러의 세기의 대결도 영화관에서 중계되었다. 미식 축구와 야구도 3D 영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승 경기를 전국 영화관에서 환호를 지르며 보게 될 날이 곧 올 것이다.

텔레비전도 영화관에 관심을 보였다. 컬트의 반열에 오른 스타트랙(Star Trek)도 영화관으로 옮겨왔다. 태왕사신기가 일본 영화관에서 상영되었고, 한국에서도 인기 드라마 종방을 영화관에서 하는 것이 새로운 유행이 되었다. 텔레비전과 바람난 영화관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비어있는 영화관의 객석을 채우기 위해서 영화관은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려운 영화관의 변신을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3D영화나 실시간 중계를 위해서 영화관은 상당한 투자를 해야만 한다.

달라진 소비자들의 감성과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영화관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집에서 보는 영화와 다른 경험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영화관은 3D와 디지털 음향기술로 거듭나고 있다. 게임이나 인터넷 같은 다른 오락과 경쟁하기 위해서 영화관은 신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관객의 관심을 얻으려는 숨막히는 경쟁 속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영화관의 노력은 눈물겹다.

다른 매체에 영화관을 개방한 실험은 위험해 보이는 전략이지만 대중매체 미래의 모습이다. 개방과 상호 융합으로 장르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인터넷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넷은 뉴스나 읽고 이메일을 주고받는 역할을 넘어 다양한 매체의 교차로가 되었다. 영화관은 폐쇄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 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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