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미네르바

경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 미네르바 검거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작정이었는데, 이명박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몇 마디 보탠다. 경제학을 모르는 사람도 상식만으로 생각해도 이번 사건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무슨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간첩 잡듯이 미네르바를 긴급체포하다니. 인터넷 논객 한 명을 잡는데 비상시국처럼 움직이는 것도 수상하다. 죄목이 허위사실 유포란다. 허위사실로 따진다면 이명박 대통령을 능가할 사람이 있을까. 주가 3000설을 퍼트려 주식 사라고 해서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줬고, 747 전략으로 나라 경제가 건강하다고 거짓공약을 남발한 건 어쩌고. 그 영향력을 따진다면 대통령과 인터넷 논객 누가 더 큰가. 지나가던 닭한테 물어봐도 알겠다.

미네르바가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고 한다. 한국 경제가 인터넷 논객 한마디로 휘청거릴 정도로 허약한 경제라면 그건 경제도 아니다. 한국 경제가 국제적 수준의 경제규모와 튼튼한 기초를 가졌다고 공언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또 거짓말을 한 건가. 이것 역시 미네르바 체포를 위해 갖다고 부친 조잡한 변명이다.

인터넷으로 경제분석과 의견 글을 썼다고 체포하는 것은 사이버모욕죄의 예고편이다. 잠시 연기가 되었지만 2월이면 다시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을 통과시키려고 난리를 칠 것이다.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미네르바를 처벌하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누군가 인터넷에 쓰면 검찰은 고소, 고발 없이도 무시무시한 형법을 무기로 마음대로 잡아들이겠다는 말이다.

소통을 하겠다며 지하벙커에 들어가는 대통령이나, 소통을 무슨 대국민선전쯤으로 여기는 한나라당이다. 소통은 상대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과정이지 왕조시대의 왕명이 아니다. 시대착오적 시대를 살아가는 정부 여당의 미네르바 검거는 어쩌면 그들의 수준을 고려하면 당연한 처사다.

미네르바가 국가를 위기에 빠뜨릴 정도로 위험한 인물인가. 만일 그렇다면, 인터넷 논객 한 명만으로 위기에 처할 정도로 나라를 단시간에 망친 자들이 책임을 져야한다.

미네르바가 진짜가 아니라는 소문까지 났다. 지금의 정부수준을 고려할 때 조작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워낙 상상을 초월하는 정권이다. 이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말 헷갈린다. 지금이 신화인지, 왕조시대인지, 군사정권인지.

In Category: 사회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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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하이신 2009년 1월 13일, 2:07 am

    님의 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좋은 글인데 답글을 안한거 보면 다들 잡혀갈까 긴장해야하는 분위기인가보군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군요…

  • Arborday 2009년 1월 13일, 3:47 am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 러빙이 2009년 1월 13일, 4:12 am

    긴급체포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는데 어찌나 황당하던지….
    답답할 뿐입니다.

  • 후지니 2009년 1월 13일, 5:39 am

    올쏘… 이말 … 이 남기고 싶었음

  • juice 2009년 1월 13일, 5:43 am

    영향력이 큰 사람들도 전문가들도 아닌 일반인 말 한 마디에 위청거릴 경제를 가진 사회라면, 그 사회는 이미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정도 수준의 경제라면, 아니 가진 사회라면 그 만큼 신뢰를 잃었다는 또 다른 증거가 될 뿐만이 아니라, “나 무능해요!”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복수 표현에 주의 요망!)

  • 로지 2009년 1월 13일, 6:00 am

    정말이지 너무나도 답답합니다.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무서운 나라입니다. 그들의 세상을 만드려는 것 같아요.

  • 프랭키 2009년 1월 13일, 10:41 am

    지금이 전시상황도 아닌데, 푸른집의 수많은 회의실 놔두고 벙커에 들어가서 회의질을 하는 건 무슨 쇼인지 모르겠습니까? 국민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하겠다는 건지.. 이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모 이동통신업체가 쇼곱하기쇼곱하기.. 쇼쇼쇼.. 라는 광고를 엄청 했댔는데.. 요즘은 그 광고가 마치 예언서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ㅜㅜ

  • 류동협 2009년 1월 13일, 12:44 pm

    상하이신 — 정부가 개인의 글과 의견을 검열하는 사회가 올까 두렵습니다.

    Arborday — 대중문화 블로깅만 하기도 벅찬데 정치가 문화를 방해하니 더 힘드네요.

    러빙이 — 설마했는데, 역시더군요. 갑갑합니다.

  • 류동협 2009년 1월 13일, 12:53 pm

    후지니 — ^^ 반갑습니다.

    juice — 이번 사건을 통해 스스로 무능하다고 만천하에 광고한 거와 똑같죠. 믿게 해줘야 해도 어려운 경제시국에 나는 무능하다고 드러내는 걸 솔직하다고 해야할지.

    로지 — 저도 하루하루가 답답합니다. 그래도 잘 이겨내야줘 힘내세요~

  • 류동협 2009년 1월 13일, 12:58 pm

    프랭키 — ㅎㅎ 저도 이 모든 게 한편의 코미디였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잘 계획된 정책으로 헤쳐나가기도 힘든 시국에 쇼만 하고 있는 정부를 보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만 들어요.

  • Rage 2009년 1월 13일, 8:42 pm

    얼마전까지 술자리 친구녀석들과 이야기를 하던중 친구녀석들은 아이낳고 살아가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직 미혼인 제게 스쳐가는 아이낳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지나쳐 갔는데 요 몇일 뉴스를 통해 들은 이야기들을 보고는 절대로 이나라에서 결혼하고 평생 살아가야지 하는 맘이 싹 사라지더군요 보통 소시민이 이나라에 살기에는 너무 퍽퍽한 맘만 늘어가네요

  • 류동협 2009년 1월 15일, 1:11 pm

    Rage —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 정치현실을 보면 너무 답답합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맘편하게 숨쉬고 살 수 있는 나라에서 점점 멀어져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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