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에서 만난 마리아치

내가 참석한 멕시코시티의 대중음악학회는 아주 흥미로운 공연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날의 일정이 끝나기 무섭게 다양한 공연이 준비되었다. 첫날은 멕시코의 전통음악이라 할 수 있는 마리아치 공연이었다. 가끔 미국 텔레비전의 광고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이렇게 눈 앞에서 보긴 처음이었다. 등장할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옷차림, 춤, 특이한 악기구성에 놀랐다. 어두운 곳에서 디카로 찍어서 상태가 좋지 못하지만 어둠을 뚫고 가슴을 파고드는 그 음악을 한번 들어보시라~

마리아치는 바이올린, 트럼펫, 스페인식 기타, 하프, vihuela, guitarró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 트럼펫은 마리아치에 없었던 악기였는데 1950년대 쿠바음악과 재즈의 영향을 받아서 들어왔다. 지금은 마리아치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8세기에 시작된 마리아치는 스페인식 음악과 아프리카 음악이 적절히 결합된 형태다. 마리아치는 주로 결혼식이나 공식적 행사음악으로 인기가 높다. 따라서 가사는 사랑을 구애하거나 사랑의 감정을 실은 게 다수다. 뭐 가사도 내용도 모르고 들었지만 흥겹게 사랑을 노래하는 게 많았던 것 같다. 가끔 슬픈 사랑을 다룬 것도 있다고 하지만 들어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마리아치는 주로 거리음악으로 돈을 주고 노래를 시킬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멕시코시티에는 플라쟈 갈리발디에 가면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머무른 일주일 정도 식당에 가면 마리아치 밴드를 쉽게 구경할 수 있었다.

한번은 바로 옆 테이블에서 마리아치를 사서 공연하는 걸 구경한 적이 있었다. 이 커플은 결혼 몇주년을 바에서 기념하고 있었다. 남자가 마리아치를 불러서 여자를 위해서 노래를 시켰다. 마리아치 가수가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주기도 하고 가끔 약 올리는 노래도 불렀다. 남자의 사랑을 확신할 수 있겠느냐는 노래도 부르고, 심지어 남자를 빼앗으려는 시늉도 했다. 남자를 다시 찾고 싶으면 여자가 노래를 부르라고 강요했다. 결국 여자가 노래를 불렀고 남자가 다시 테이블로 왔다. 마리아치는 이런 형식으로 커플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멕시코도 재즈, 락, 팝 같은 대중음악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었다. 마리아치는 새로운 음악에 밀려 서서히 인기를 잃어가는 듯 했다. 마리아치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젊은층을 찾기 힘들었다. 비록 노인들이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청년이었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4 Comments
  • foog 2007년 10월 17일, 2:48 am

    잘 들었습니다. 🙂

  • 류동협 2007년 10월 17일, 3:53 am

    @foog,
    또 오셨네요 🙂

  • foog 2007년 10월 19일, 9:38 pm

    북마크해놓고 가끔 들릅니다. 🙂

  • 류동협 2007년 10월 20일, 3:23 am

    @foog,
    감사합니다. 저도 rss구독하면서 글은 잘 읽고 있습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