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아,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인간 대 음식(Man v. Food)”을 처음 봤을 때, 즐겁다기보다 괴로웠다. 이 쇼의 진행자 아담 리치맨이 저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다가 심장마비로 죽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2008년에 시작된 이 쇼는 미국 여행 케이블 텔레비전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전체 구성은 간단하다. 아담 리치맨은 미국 도시를 순회하며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을 맛보거나 음식문화를 소개한다. 여기서 끝나면 평범한 여행소개 프로그램이 되었겠지만, 음식대결과 결합하여 독특한 스포츠 경기가 된다. 인간이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양의 음식을 정해진 시간동안 먹어치워야 한다. 주로 다량의 음식에 도전하지만 가끔 매운 음식에 도전하기도 한다. 보기만 해도 맛난 음식이 순간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어서 탁자 위에 놓여있다.

여행 케이블 텔레비전은 기이한 진행자가 다수다. 요리사 출신 여행가 앤소니 보르뎅도 평범한 여행을 하지 않는다. 현지 종교의식을 체험하기도 하고, 스웨덴에 가서 아바의 음반을 부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한국에 와서 노래방 체험을 하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앤드류 짐버만은 세계를 여행하며 기이한 음식만 먹고 다닌다. 벌레나 뱀도 서슴지 않고 먹기로 유명하다. 이 방송국에서 사만다 브라운을 빼면 평범한 여행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평소에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아담 리치맨은 배우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식당 기행기를 썼다. 여행과 음식을 함께 즐기던 그의 일상이 케이블 프로그램이 되었다. 무리한 음식먹기는 건강에 좋을 리 없다. 아담 리치맨은 평소에도 운동을 꾸준히 한다. 하지만, 그의 몸에는 상당한 콜레스테롤이 쌓여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거대한 체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건강한 몸으로도 절대 보이지 않는다.

아담 리치맨은 한국의 식신 정준하에 비할만한 대식가다. 그의 체구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음식을 재빨리 먹어치운다. 그동안 음식과 싸워서 이긴 전적도 나쁘지 않다. 그는 시즌1에서 11승 7패를 기록했다. 그는 음식을 단순히 많이 먹는 걸로 시즌 2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은 아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식당주인, 손님들과 잘 어울리면서 프로그램을 매끄럽게 진행한다.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하는 괴로움을 웃음으로 승화할 줄 아는 능력도 지녔다.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 쇼를 맡았다면 오래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단순히 지루하게 많이 먹는 걸 흥미있게 2년 가까이 지켜볼 시청자는 많지 않다.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볼거리는 초반부에 가끔씩 들어가는 판타지다. 주로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하는 스트레스탓에 생긴 환상이다. 성공한 배우가 아니었던 아담 리치맨은 이 장면에서 배우의 끼를 마음껏 드러낸다.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걸 금하는 문화권에서 자란 나는 이런 프로그램이 마음 편하게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음식만 유별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순환이 빠르게 일어나는 사회에서 대식은 오히려 권장할만한 행위다. 패스트푸드점의 음식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매운 음식과 거대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아담 리치맨의 위가 걱정된다. 소화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그도 별수 없다. 명물 식당을 돌아다니며 그는 새로운 도전 음식을 만난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건 항상 즐거운 일은 아니다. 물론 맛이 없는 음식보다야 낫겠지만. 역시 제일 좋은 건 맛있는 음식을 필요한 만큼만 먹는 것이다. 필요 이상 먹는 음식은 체하기 마련이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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