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스타의 절정과 절망을 다 경험한 쥬디 갈란드

이 작품은 여배우 쥬디 갈란드 (Judy Garland)의 전기를 다룬 텔레비전 영화로 2001년 ABC에서 방송되었다. 쥬디 갈란드의 딸인 로나 러프트(Lorna Luft)가 쓴 전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가족의 시각으로 본 쥬디 갈란드의 삶이 잘 드러나 있다.

비교적 전기적 사실에 충실한 서술이고, 딸의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이 풍부하게 표현되었다. 로나 러프트는 쥬디 갈란드가 세번째 결혼으로 얻은 딸이다. 쥬디 갈란드의 남편이자 로나 러프트의 아버지인 시드니 러프트에 대한 묘사가 정확한지 알 수 없지만 그정도는 이해 할 만 하다.

한국에서 쥬디 갈란드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꼬마 도로시 정도로 기억되겠지만, 미국 대중문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여배우이다. MGM의 전성기 시절 히트한 뮤지컬 영화들에서 쥬디 갈란드는 대표 스타였다. 미국인들에게 쥬디 갈란드는 그레이스 켈리처럼 얼굴은 예쁘지 않지만 노래는 아주 끝내주는 여배우로 기억된다.

스크린의 화려한 경력에 비해 그녀의 사생활은 그다지 평탄하지 못했다. 스튜디오 시스템의 혹사를 당하며 자신의 몸은 망가진다. MGM은 일년에 몇 편씩 영화를 만들다 지친 쥬디 갈란드를 다시 카메라 앞에 세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무슨 약인지 영화에서 자세히 설명되지 않았지만 쥬디는 각성 효과가 있는 약을 먹어야만 했다. 이 시기에 걸린 약물 중독은 그녀를 평생 괴롭히다 결국에는 죽게 했다.

쥬디는 내가 상상했던 모습처럼 강단있는 여성은 못 되었다. 베티 데이비스가 스튜디오 시스템과 싸워서 여배우의 권리를 찾은 반면, 쥬디 갈란드는 약에 의존하거나 자해하는 방법을 택했다. 쥬디는 스크린 안에서는 강하고 다부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누구보다 사랑받고 보호받고 싶은 연약한 내면을 지녔다.

어린 시절의 쥬디 갈란드역을 맡은 태미 블랜챠드는 외모도 아주 흡사했고 표정연기도 뛰어났다. 영화 속의 쥬디처럼 약간 과장된 표정이 살아있어 정말 그 인물로 보였다. 성인 시절역을 한 쥬디 데이비스는 외모는 그다지 닮지 않았지만 복잡한 내면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하우스로 유명해진 휴 로리가 빈센트 미넬리로 연기하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약간 밋밋해보인다.

오즈의 마법사의 촬영한 장면도 원형을 복원하려고 상당히 공을 들였다. 카네기 홀 공연도 전기영화답게 사실에 충실하고 있다. 쥬디를 미화하려고 극을 왜곡시키지 않았으며, 그녀의 외로운 영혼을 담담하게 잘 잡아준 카메라의 시선에 박수를 보낸다.

헐리우스 시스템의 희생된 쥬디 갈란드의 삶은 지금과 너무 다르다. 배우가 제작에도 관여하고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게 지금의 헐리우드다. 대중의 스타였던 쥬디 갈란드의 사적 영역을 보고나니 영화 속의 그녀의 밝은 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Life with Judy Garland (2001)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2 Comments
  • 프랭키 2007년 11월 22일, 12:16 pm

    한국에서도 이 TV영화를 방영해줘서 중간중간 좀 봤었습니다. 저는 뮤지컬을 아주 좋아하진 않지만, 미국영화사에서 뮤지컬이 차지하고있는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지라, 스튜디오 황금기의 뮤지컬은 참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갈란드가 나온 ‘오즈의 마법사’는 정말 걸작인 것 같아요. 여기서 갈란드.. 너무 예뼜는데.
    딸이 엄마의 생을 썼다는 점에서.. 문득 마담 퀴리의 전기를 썼던 딸 이브 퀴리가 생각나네요. 갈란드 모녀가 외적으로 대단히 격정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면, 퀴리 모녀는 내적인 격렬함이 강했던 것 같아요. 문득 그 책이 생각났어요. 뚱딴지 같게도. ^^

  • 류동협 2007년 11월 23일, 5:18 am

    프랭키 — 한국에서도 방영을 했네요. 전 뮤지컬 영화면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라 쥬디 갈란드 전기영화는 아주 재밌게 봤죠. 오즈의 마법사 찍을때도 원래 셜리 템플한테 먼저 섭외가 가기도 했는데, 다행히 셜리가 거부해서 지금의 영화를 볼 수 있었죠.

    이 영화의 원작을 쓴 딸보다 큰딸인 라이자 미넬리가 바라본 엄마가 더 흥미로울 거예요. 어찌보면 엄마랑 비슷한 인생을 살았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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