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텔레비전의 한국어 광고

아침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국말로 하는 광고가 나오는 게 아닌가. 요즘 들어 미국 텔레비전에서 한국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얼마 전에 영화 “예스맨”에서 짐 캐리가 한국어를 배웠다. 미국 대중매체에서 한국에 관한 걸 만나게 되면 반가우면서 동시에 씁쓸해진다. 왜냐하면, 미국 미디어에서 다루는 한국은 70년대에 굉장히 인기있던 한국전쟁때 야전병원을 다룬 매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광고는 한국의 소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왔으면 행복하겠다고 오디션에서 말하는 상황이다. 이 광고 시리즈는 예전에 위스콘신주의 추운 겨울을 피해서 날씨 좋은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는 소를 다룬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가 지상낙원이나 되는 양 떠드는 게 썩 유쾌하진 않다. 다른 주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때 좀 그렇다.

한국을 전근대적 후진국으로 표현하는 게 못마땅하지만 그게 일반적 미국인의 생각이기도 하다. 가끔 미국인들과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그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 가본 적도 없고 미디어에서 표현하는 한국이 만날 이 모양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한국학 연구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도 미미하고, 문화교류 같은 프로그램도 제대로 없는 상황이니 미국 탓만 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삼성, 엘지, 현대 같은 기업 상업적 기업이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 기업 제품 같은 상업적 이미지만으로 한국의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도 문제다. 우리에게 상업문화말고 다른 건 없는가. 상품이 아닌 예술을 통한 문화적 교류가 가지는 잠재적 영향력은 거의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미국 도서관에서 중국, 일본, 인도에 관한 책은 많지만 한국에 관한 자료는 한국전쟁에 관한 것뿐이다. 한국 문학작품의 번역서는 거의 없었다.

한국정부는 한국 문화의 우수성과 상품성만 강조하면서 실질적인 문화교류의 지원은 신경 쓰지 않는다. 기초분야에 대한 투자는 쥐뿔도 하지 않으면서 엄청난 성과만 바라는 건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고층건물이나 짓는 것만으로 문화적 수준이 높다고 말하는 건 ‘졸부 심보’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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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ltimate 2009년 2월 4일, 3:45 pm

    우리나라는 전근대적 후진국 맞습니다.
    제 정신 가진 국민이라면 명박이 같은 대통령이 나올리 없지요.

  • 끄루또이 2009년 2월 4일, 3:57 pm

    저도 지난 주말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이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첨엔 뭔 소린가 했다는… 마지막 ‘땡큐~~!’에선 다소 안습이…

  • 라이얀 2009년 2월 4일, 5:11 pm

    혹시 스폰지밥이라는 만화 아세요? 한국사람이 그 만화제작에 참여중인지는 몰라도 가끔 한.글이 나옵니다. 그리고 드라마 로스트의 김윤진과 불륜?한 남자분이 나오는 광고도 있죠. “냄새 진짜~ 좋다”라고 말하는… 그럴때면 미국 티비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
    그런데 한국정부는 한국 알리기에 관심이 없죠. 대사관은 폼으로 있구요. 워싱턴의 자연사 박물관을 가면 한국관이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면 전시품은 몇개 없어요. 빈 공간과 하얀 벽들이 절 민망하게 한답니다. 하도 전시할게 없는지 한국을 빛낸 사람이란 코너 만들어 박세리와 몇 사람 사진 달랑 있답니다. 딱 한사람만 알바써도 이것보단 훨씬 잘 꾸밀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정치적?인 얘기지만 한국의 우파는 민족주의도 없고 다들 친일파라서 결국 그런사람들이 이 나라 고위직에 있다보니 외국에 나가면 한국정부가 무엇이라도 한 행동의 흔적을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 CeeKay 2009년 2월 4일, 5:53 pm

    미국사람들이 저 광고를 보고 우리나라 소도 전부 미국소 같은 줄 알겠네요. 우리나라 소는 ‘누렁소’인데 말입니다.
    저도 영화속에 등장하는 한국인의 모습이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 우리가 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듯 그들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 김종수 2009년 2월 4일, 8:25 pm

    그 광고를 보고 내용이 무엇인지, 무얼 광고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몇일째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생각하다가 아마 이런 뜻의 광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미국소고기 선전인 것 같습니다. 즉 한국의 소는 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지 않는다는 암시를 하는 “캘리포니아의 넓은 초원에서 마음껏 뛰놀고 싶다”는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미국소는 마음껏 초원에서 뛰놀며 풀을 뜯는다는 뜻으로 한국소가 부러워하는 모습을 그리려고 한 것 같은데 아주 이상하고 금방 이해가 안되는 말들이 이어져 나오는 광고입니다.

    아무래도 미국소고기에 대한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염두에 둔 미국소고기 수출 공략을 위한 광고에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한국어로 광고하는 이유는 아마 미국에 있는 한국 교포들이 모국에다 이런 내용을 전하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즉 미국내의 한국인을 통한 미국소고기 홍보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너무 황당한 것은 전혀 말이 우리말 같지 않고 무슨 뜻인지 곰곰히 생각해도 잘 이해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 Soo K. Yu 2009년 2월 4일, 9:21 pm

    소고기 선전이 아니라 켈리포니아에 생산되는 우유식품인 치즈나 버터 같은 식품 선전인데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나 다른 주의 소들도 돌아가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 행복한 소에게서 맛있는 치즈나 버터가 생산된다는 의미로 만든 광고로 켈리포니아의 환경이 소들을 행복하게 만드니까 켈리포니아의 우유제품이 최고라는 선전입니다. 미국 영화나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한국말은 언제 들어도 이상하지만 너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는 선전인것 같은데요.. 한국정부의 문화적 교류에 대한 지원이 없다는 것은 동의 합니다.

  • LoneSteel 2009년 2월 4일, 9:45 pm

    “이 광고는 한국의 소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와서 행복하다는 상황이다.”가 아니라 꼭! 미국에 가고싶습니다. 뽑아주세요~라는 내용이자나요…

    이런 기본적인 것을 틀려버리니 신뢰도가 확 떨어지네요!

  • 류동협 2009년 2월 4일, 10:03 pm

    Ultimate —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소리가 들리죠.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

    끄루또이 — 샌프란시스코에 오셨네요. 그 동네 정말 볼거리도 많고 좋은 곳이죠. 저도 처음에 이 광고보고 멍했어요.

    라이얀 — 스폰지밥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만화죠. 그것말고도 심슨도 그렇고 다른 만화에서 한글이나 한국어를 흔하게 보게 됩니다. 그게 애니메이터에 한국 사람이 많아서 그런거 같습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그 차이를 잘 느끼게 되죠. 한국관은 꼭 있는데 그 규모나 전시해 놓은 걸 보면 초라하죠.

  • 류동협 2009년 2월 4일, 10:16 pm

    CeeKay — 저 광고가 캘리포니아 유제품에 관한 거라서 젖소가 나온 거 같긴 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그런 고정관념은 빨리 없어져야겠죠.

    김종수 — 광고 나레이션을 하는 사람이 한국사람이 아니라 영 어색하죠. 미국내 방송하는 거라서 김종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의도를 가지고 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부심에 가득한 광고라서 우월적인 메시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Soo K. Yu — 광고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저 광고 뿐아니라 미국내 미디어의 전체적인 경향에 들어있는 편견을 지적한 거였습니다. 문화교류나 학술교류같은 게 늘어나면 점점 나아지겠죠.

    LoneSteel — 제가 실수를 했군요.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고쳤습니다. 앞으로 글을 쓰는데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 사각머리 2009년 2월 8일, 3:37 am

    미국에 사신다니 하나 물어보고 싶은데요.
    제가 책을 읽기로는 미국의 낙농업은 풀밭에서 소를 키우지 않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공장식 비육장에서 사료를 먹여 키우고 환경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환경에서 키우지는 않는것으로 아는데요 잘 못 알고 있는 것인가요 출처는 패스트푸트의 제국입니다.

  • 류동협 2009년 2월 9일, 11:07 am

    사각머리 — 제대로 읽으신 거 맞습니다. 낙농업, 육우업 등 대기업이 지배하는 산업의 경우 공장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비판이 있습니다. 공장식 사육의 부정적 영향으로 광우병도 그 중에 하나로 아직까지 발병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해서 모두가 그런건 아니고 소규모 농장이나 친환경, 유기농기법으로 기르는 곳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아직까지 큰 흐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움직임도 있습니다.

  • 한국은후진국 2009년 4월 11일, 12:36 am

    한국은 후진국이에요

    • 류동협 2009년 4월 11일, 12:32 pm

      요즘 정치를 보면 후진국이란 말도 과장이 아닌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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