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비일상적으로 다루기

우리 결혼했어요 (MBC)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재밌게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다. 스타의 결혼생활은 어떨지 가상으로 즐기는 리얼리티쇼다. 한국은 리얼리티쇼가 그다지 인기가 없는 편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인기를 누리며 아이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리얼리티쇼의 천국이라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리얼리티쇼에는 스타가 나온다. ‘어메리칸 아이돌’, ‘서바이버’, ‘프로젝트 런웨이’, ‘피어 팩터’ 등의 리얼리티쇼의 주연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다. 하지만 ‘우리 결혼했어요’ ‘무한도전’ ‘1박2일’ 등 한국의 리얼리티쇼는 연예인이 주인공이다.

리얼리티쇼의 진화

한국에서도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나온 ‘악동클럽’ 같은 리얼리티쇼가 있었다. 하지만 그 명맥을 유지하지 못한 채 짧게 끝났다. 준연예인이 나온 ‘쇼바이벌’ 같은 리얼리티쇼도 잠깐 등장했었다. 거의 무명이거나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밴드나 가수가 쇼를 하며 경합을 펼친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꽤 즐기며 열심히 봤지만 대중들의 인기를 받지 못해서 중단되었다.

눈을 돌려 세계를 보면, 2000년대 들어서 리얼리티쇼는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국의 ‘빅브라더’라는 리얼리티쇼를 필두로 해서 미국의 ‘서바이버’와 ‘어메리칸 아이돌’은 시청률 1위를 몇 년째 하고 있다. 유사하거나 변형된 다른 리얼리티쇼가 재생산되면서 전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리얼리티쇼의 장점은 스타가 나오지 않으니 배우들의 개런티가 거의 들어가지 않고 대본이 따로 없으니 작가도 거의 필요없다. 제작자 입장에서 싼 비용으로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대중의 취향 변화와 더불어 제작자의 전폭적인 투자로 리얼리티쇼는 계속해서 성장하는 장르가 되었다. 한국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는지 최근들어서 리얼리티쇼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으로 대체된 변형된 리얼리티쇼다. 일반인의 사생활은 그다지 관심없는 한국 대중들의 취향에 맞춘 프로그램이 바로 연예인이 나오는 한국형 리얼리티쇼다.

어쨌거나 ‘우리 결혼했어요’는 스타들의 결혼을 별다른 연출없이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리얼리티쇼다. 예전에 한동안 유행한 스타 짝짓기 프로그램보다 한층 더 나아가서 스타의 일상을 파고든다. 같이 먹고 자는 보다 일상적 영역으로 들어온 스타의 모습을 즐기게 된다. 현실감있는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상대방의 사생활을 모르게 하는 전략대로 각 커플은 조금씩 서로를 알아간다. 마치 결혼의 과정처럼.

미혼인 시청자들의 재미는 다른 곳에 있겠지만, 나는 신혼 초의 경험을 되살려가며 이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라며 맞장구를 쳤다. 스타도 결혼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걸까. 아니면 스타니까 멋지게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익숙한 이미지의 연예인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빠져 들게 되었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스릴

이 프로그램은 현실적인 결혼과 비현실적인 스타가 만나서 이뤄가는 이야기는 나름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실과 이상이 이 프로그램에서 충돌하며 재미를 만든다. 가장 현실적인 남편에 가까운 정형돈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러나야 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일상적인 이야기보다 이상적인 결혼생활이 아닐까. 동화처럼 예쁘게 사는 알렉스와 신애 커플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결혼은 대다수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가장 일상적인 제도다. 연예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연예인은 더 신비감을 주지만 이들도 결혼하면 결국 비슷해진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바로 이 영역을 파고들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너무 일상적이지도 않고 너무 신비스럽지 않는 그 중간지대에 머물러 있다.

이들의 결혼은 실제가 아니라 가상이다. 팬들은 솔비와 앤디가 정말로 사귀게 될까 고민한다. 엄밀히 말해서 리얼하지 않지만 이걸 리얼하게 보여주니 그냥 속아넘어가는 거다. 진짜 커플처럼 ‘놀러와’ 같은 프로그램에 부부처럼 동반출연하기도 한다. 가상과 현실사이를 절묘하게 가로지르는 연예인 커플의 일상 자체가 화제거리가 된다.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서구의 리얼리티쇼와 달리 한국의 리얼리티쇼는 적당히 감추고 있어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텔레비전을 틀면 CF나 드라마 그리고 쇼프로그램 속에 언제나 등장하는 스타는 이미 일상의 한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스타의 결혼은 아직까지 미개척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신비한 스타가 결혼이라는 일상적 제도를 의연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망가지기도 하고 때로 근사하게 이벤트를 펼쳐준다. 스타의 일상은 비슷한듯 하지만 일반인과 다르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이 등장했고, 이들이 실제로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라서 더 재밌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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