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독립 1주년

2006년 11월경에 설치형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거의 1년쯤 된 셈이다. 현재 이 글을 포함해서 156개의 글이 있고 댓글은 75개가 달려있다. 방문객은 3만명을 넘겼고 RSS 구독자도 90명보다 많다. 하루 방문객은 100명쯤 된다.

독립형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명확하지 않다. 네이버가 좀 답답하게 느껴져 다른 블로그 서비스를 찾아보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특별한 동기나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독립형 블로그가 아니었다. HTML, CSS 등 전문 지식도 없이 덜컥 저지른 일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독립형 블로그와 포탈형 블로그의 차이는 컸다.

포탈에서 독립형 블로그로 넘어오면서 잃어버린 것이 많았다. 자주 방문하던 블로그 이웃도 상당수 오지 않게 되었다. 전체 방문객의 숫자도 뚝 떨어졌다.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무인도에 고립된 느낌이었다.

나 혼자만 보려고 쓰는 글이 아니기에 방문객을 끌어오려고 노력을 좀 해봤다. 올블로그를 비롯한 각종 메타블로그에 내 블로그를 등록했다. 새 글을 쓸때마다 메타블로그로 자동수집이 되었다.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이 통로로 꾸준히 들어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가끔 메타블로그에 인기글로 오르면 그 수가 늘어나기도 한다.

다른 경로로 포탈 사이트의 검색이 있었다. 어떻게 등록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네이버, 다음, 엠파스 등으로 글을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다음에 블로거뉴스라는 게 생겼다. 여기에 등록했는데 한번은 내 글이 메인으로 등록되는 바람에 하루에 만 명 이상 다녀가기도 했다. 포탈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최근 1년 사이에 블로그 글을 쓰는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겼다. 포탈에서 글을 쓸 때는 개인적 글이 많았다. 요즘에는 개인적인 느낌에 관한 글보다 영화평, 텔레비전평, 음식에 관한 글 등 특정 주제로 글을 많이 쓰게 되었다. 좀더 전문적인 글을 쓰려고 일부러 노력하게 된다. 내 돈을 들여서 호스팅을 관리해야 하니 뭔가 가치(?)있는 걸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들었다.

각종 포탈의 약관에서 자유로워졌다. 포탈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글을 삭제당한 경험이 있는 블로그를 자주 목격했다. 내 글도 언제 그런 꼴을 당할까 좀 두려웠다. 독립형 블로그는 글의 내용으로 통제당할 우려가 거의 없다. 감시자 없는 즐거움도 꽤 솔솔하다.

또다른 즐거움은 블로그 관리가 더 편해졌다. 최근에 네이버도 스킨을 수정하고 메뉴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독립형 블로그에 비하면 자유도가 높다고 할 수 없다. 독립형 블로그는 내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 내 마음대로 블로그의 얼굴을 바꿀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년이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블로그로 얻은 성과도 있었다. 운 좋게도 올블로그 2006년 하반기 top 100에 뽑혔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블로그 글이 오마이뉴스, 블로그 플러스에 실려서 약간의 원고료를 벌었다. 무엇보다 블로그로 뭔가를 해냈구나 하는 작은 성취감은 기분 좋은 일이다.

독립형 블로그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포탈형 블로그에 비해서 스팸이 많다. 워드프레스는 어키스미라는 스팸퇴치용 플러그인이 잘 막아줘서 다행이지만, 스팸을 관리하는 일은 어간 골치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업데이트도 상당히 번거롭다. 서버에 접속해서 새로운 버전의 소프트웨어와 플러그인을 그때그때 해줘야 한다. 그리고 고장나면 재빨리 고쳐줘야 한다. 블로그 관리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데이타베이스가 날아갔을 때나 내 글에 대한 답글이 거의 없을 때 다시 포탈로 돌아갈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생각은 거의 없다. 포기한 것과 얻은 것 사이에 대한 나의 판단은 이미 끝났다. 현상태에 나름 만족한다. 지금보다 방문객과 관계가 더욱 돈독하게 된다면 더 바랄 바가 없다.

1주년 기념으로 내 생각을 한번 정리해봤다. 시간이 더 흐른 후에 이 글을 다시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4 Comments
  • syd K. 2007년 10월 31일, 7:20 pm

    감축드리옵니다 (짝짝짝…)

  • 류동협 2007년 11월 1일, 1:57 am

    @syd K.,
    고맙구려 🙂

  • 프랭키 2007년 11월 1일, 11:36 am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지났구나. 네이버에서 떠나실 때는 좀 섭섭했는데, 즐겨찾기 해놓으니까 자주 들어오게 됩니다. 이렇게 집모양이 다른 집을 방문할 때마다 색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글로 뭔가를 한다는 게 참 피곤한 일이긴 한데, 동협님은 늘 한결 같고, 또 늘 밝아보여서 좋아요. 전공과 관계된 글이나 대중문화에 관한 다양한 글들을 더욱 기대할게요.

  • 류동협 2007년 11월 1일, 8:32 pm

    @프랭키,

    네이버 정리하고 여기로 올때 프랭키님이랑 마리가 제일 눈에 밟혔죠. 이렇게 자주 와주시니 제가 고맙죠.

    생각을 드러내고 글로 표현하고 그런 거 제가 잘 못하는데 블로그하면서 조금 편해지더라구요. 앞으로 대중문화를 직업적으로 다뤄야 할지도 모르니 여기를 연습삼아 거듭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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