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표시가 노동착취의 도구로 변질

타란티노의 영화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1992)에서 핑크(스티브 부세미)가 팁을 왜 줘야 하는지 불만을 잔뜩 늘어놓는 장면이 나온다. 핑크는 팁으로 먹고사는 웨이트리스을 존중하지 않는 몰상식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팁말고 급료만으로 생활하기 힘든 식당의 종업원의 눈에는 핑크는 노동의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 나쁜 손님이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팁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였다. 사회적 관례이기 때문에 팁을 기계적으로 줬지만 왜 줘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줘야하는지 물어가며 그대로 따랐다. 한국과 달리 팁을 줘야하는 미국의 관습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항상 궁금했다. 그리고 팁에 대한 비율은 누가 정했는지도 의문이었다.

미국 식당에서 받는 팁만 계산해도 2003년에 이미 260억 달러를 넘었다. 팁은 이미 단순한 사회적 관습을 넘어서 엄청난 경제적 현상이 되었다.

동정에서 서비스에 대한 보상으로

팁에 대한 문헌에 따르면, 중세에 봉건영주가 여행을 하다가 길에서 거지들을 만나면 동전을 던져줬다. 안전한 길을 확보하기 위해서 거지들에게 사례로 팁을 줬다. 엄밀히 따지면 이건 서비스에 대한 보상이라는 팁의 개념과 다르다. 구걸에 대한 동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팁이라는 말의 기원은 16세기 후반 영국의 커피하우스에서 비롯되었다. T.I.P. (To Insure Promptitude)라는 문구가 커피하우스에 새겨졌다. 빠른 서비스를 위해서 돈을 줬던 모양이다. 이런 관행은 나중에 펍(pub)으로도 확산되었고 다른 직종으로 서서히 퍼져나갔다.

영국에는 사적공간에서 팁이 관례가 된 적 있다. 손님이 초대를 받아서 그 집에 머물게 되면 그 집 하인들에게 팁을 줘야 했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자발적으로 감사의 사례로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팁을 노골적으로 바라는 하인들 생겨나자 팁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져서 초대를 받아도 가지 않게 되는 일이 흔해졌다.

주인들은 하인들이 팁을 받는다고해서 급료를 적게 주면서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764년 런던에서 귀족들이 모여 팁이라는 관습을 없애기로 결의하게 된다.

기원이 유럽이었던 팁은 남북전쟁이 끝난 후에야 미국으로 건너오게 된다. 남북전쟁 이전에 미국 주인은 노예를 마구부렸지만, 노예가 사라지고 하인계급이 생겨나면서 팁에 대한 관습이 서서히 받아들였다.

팁은 비민주적 사용주 중심

미국에서 1890년대 후반에 되어서야 팁받는 관습이 확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1910년대 초반에 전체 직종의 약 10% 정도가 팁을 받는 직업이었다. 미국인들은 처음에 팁을 사악하고 비민주적인 제도라고 생각했다. 정당한 급료를 받는 대신에 팁을 받게 되면 팁 주는 사람과 팁 받는 사람 사이에 계급을 나누게 된다. 팁 받는 사람은 팁 주는 사람에게 팁을 더 받기 위해 굴욕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미국 몇몇 주의 노조나 손님이 팁이라는 제도를 없애기 위한 법률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팁이 새로운 관습이 되면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팁을 주지 않는 사람에 대한 보복이 이뤄졌다. 호텔의 짐꾼들은 분필로 팁을 주지 않는 손님의 짐에 표시를 해서 일부러 짐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했다. 1918년 시카고에서 100여명의 웨이터들이 팁에 부정적인 손님들의 음식에 일부러 파우더를 뿌려서 체포되기도 했다.

식당에서 일할 권리금이라는 개념이 출현하기도 했다.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 웨이터와 웨이트리스에게 봉급을 주지 않고 오히려 돈을 요구한다. 음식값이 비싼만큼 그에 대한 팁도 많이 받으니 팁의 일정비율을 요구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는 특권을 줬으니까 그에 대한 보상을 강요하는 셈이다.

팁에 대한 정당성으로 내세우는 논리로 양질의 서비스를 팁이 보장한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서비스를 받으면 팁을 더 주고 그렇지 않으면 팁을 적게 준다면 서비스가 좋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팁을 많이 받기 위해 필요이상 손님에게 주문을 강요하거나 부담을 느끼게 하는 웨이터들도 있다.

팁으로 먹고살 수 밖에 없는 웨이터들에게 매번 돈으로 평가하는 일은 내게 좀 잔인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불친절하더라도 팁을 주지 않는 일은 양심이 좀 찔린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식당에서 줘야할 급료를 거의 주지 않고 웨이터들이 손님에게 팁을 구걸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래서 의식있는 일부 식당은 팁을 부과하지 않고 봉사료를 받아서 종업원에게 정당한 급료를 준다.

팁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업주나 주인이 이런 구조를 착취한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동정이나 구걸을 바라던 중세의 거지나 손님의 호의를 바라는 종업원은 서로 다를 바가 없다. 팁은 어쩌면 고용주들이 종업원을 길들이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만든 도구가 아닐런지. 자발적 감사의 표시가 사회적 관습이 된 팁이라는 제도의 가장 큰 혜택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고용주들이 보고 있다.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를 받을 필요가 없게된 고용주는 팁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돈을 더 벌고 싶으면 음식을 더 많이 팔아서 팁을 많이 받아라 그 한마디만 날리면 끝이다.

팁이 서비스를 향상시킨다면, 팁을 주지 않는 일본이나 호주의 서비스의 수준이 미국보다 못한가?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으며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돈으로 하는 손님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보통 10퍼센트 정도 팁을 주는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15~20퍼센트 정도 팁을 준다. 보다 자본주의화 된 미국사회가 종업원을 착취하는 만큼을 손님들이 보상해주는 것이다. 팁을 주지 않는 손님보다 팁이라는 제도를 악용하는 고용주야 말로 더 나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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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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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랭키 2007년 11월 15일, 10:33 am

    정말 팁 문화는 적응이 안될 것 같아요. 미국에 가면 정말 난감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지금까지는 팁이 일상화되지 않은 곳만 여행해서 무리가 없었는데 말에요. 팁의 기원에 그런 숨은 이야기가 있었다니.. 더더욱 정이 안가는데요. ^^

  • 류동협 2007년 11월 15일, 5:19 pm

    @프랭키,

    팁에 관련된 일화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좋은 의도가 시간이 흐르면서 종업원의 임금 착취의 수단으로 전락한 거 같아 좀 쓸쓸하죠.

  • paul 2008년 9월 16일, 3:39 pm

    우연히 검색하다 찾게된 글인데 팁의 기원에 대해선 뭐 정확히 찾아보셨겠지만 현재 팁이 어떻게 미국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선 굉장히 오해하고 계시는 부분이 있군요. 미국에서 생활해보신 적이 없으셔서 감을 못잡으시는 것 같은데, 팁은 웨이터에 대한 평가가 아닙니다. 물론 기분 나쁜 서비스를 받았을 경우 안주는 것도 가능하지만, 평범하고 기본적인 서비스를 다 받았다면 어느 누구라도 15%는 줍니다. 기본적으로요. 그리고 특별히 친절했다거나 기분이 좋았을 경우 플러스 알파의 개념으로 20%이상 더 후해지는 거죠. 여기에 예전 노예에게 동전을 던져주던 시절과 다를바 없다는 주장은 미국 팁문화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잘못되어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고용주의 착취를 이야기 하시는데 그런 경우는 예외에 속합니다. 법으로 고용자는 팁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또 팁을 예상하여 기본임금에서 더 낮은 임금을 책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고용주는 웨이터들에게 친절하라고 강요할 필요가 없는 건 사실이죠. 웨이터들 자신이 돈을 좀 더 벌기위해 자발적으로 친절한 서비스를 주려 노력하니까요. 친절한 서비스는 단골손님들을 낳고 그러면 결과적으로 고용주에게도 이익인 “윈윈”인 셈입니다. 팁은 절대로 고용주가 임의로 건드릴 수 없다는 것만 염두해두신다면 착취란 말은 할 수 없을 겁니다.

  • 류동협 2008년 9월 16일, 4:18 pm

    paul — 팁에 대한 의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가지만 지적하자면 이 글은 팁에 대한 논문과 제 미국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팁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나 일반화라기보다 팁이 형성된 역사에 부분에서 주로 착취에 관련된 내용들 정리한 글입니다. 고용주가 팁이라는 제도를 악용한 사례들은 역사적으로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부분이 의심스러우시면 제가 참고한 논문 중 하나의 링크를 여기에 남기겠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http://ideas.repec.org/p/wpa/wuwpeh/0309001.html

    말씀하신대로 팁이라는 제도가 종웝원과 고용주가 윈윈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의 현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팁을 악용하는 고용주들이 존재하더군요. 그런 비인간적 처사를 지적하는 것도 중요한 비판의 논점이 됩니다. 팁에 관한 다른 논문들도 찾아보시면 알겠지만 학자들 사이에도 현대의 팁제도에 관해서 이견이 있는 상황입니다. 어차피 15퍼센트가 관례가 되어 있다면 그걸 법적 임금으로 보장하지 못할 것도 없죠. 그리고 착취당한 종업원의 입장에서 팁을 생각할 때 그게 그냥 이상적인 윈윈 전략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 jay 2014년 10월 10일, 11:55 am

    처음엔 적응도 안되고 짜증나기도 했는데 이제는 뭐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네요. 애초에 팁도 음식값에 포함되어있다고 생각하면 맘 편할듯.
    팁의 기원에 대한 글 잘 읽고 갑니다.

    • 류동협 2014년 10월 11일, 11:12 pm

      미국에 오래 살다보니 저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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