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부터 먹기 시작한 치즈 케익의 역사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습관이 생긴 게 아마도 이 ‘치즈 케익’ 때문일 게다. 예전에 이대 앞 미고 케익 가게에서 치즈 케익을 처음 먹어본 후, 그 맛에 반해서 한국에서 맛있다는 치즈 케익 가게는 다 돌아다니며 먹게 되었다. 지금은 다양한 음식으로 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치즈 케익은 여전히 가장 즐겨 먹는 디저트임이 틀림없다.

로마인도 먹었다는 치즈 케익

일상생활에서 흔히 먹고 지나치는 음식이지만, 거기에 담긴 역사를 알고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이런 호기심 때문에 언젠가 치즈 케익의 본고장인 뉴욕에 가보게 될지도 모른다. 치즈 케익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치즈 케익의 주성분인 치즈는 사람들이 우유와 거의 동시에 먹기 시작했다는 설이 강력하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기원전 2천년경에 이미 치즈 만드는 틀이 존재했다고 한다. 역사의 동이 틀 무렵부터 완벽한 치즈 케익을 굽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고 볼 수 있다.

cheesecake

기록으로 남아있는 최초의 치즈 케익은 기원전 776년 그리스의 델로스 섬에서 올림픽 운동선수들의 음식으로 제공되었다. “농업에 관하여(De Agri Cultura)”라는 농경서에 치즈 케익을 준비하는 방법이 남아있다. 역시나 치즈 케익도 다른 서구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에서 기원한다.

로마인들은 서유럽 전역에 포도주를 전파한 것으로 유명하다. 로마인들이 바로 치즈 케익을 퍼뜨리는 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잘 알려지지 않지만 그리스 시대에 인기 있던 치즈케익은 로마의 신전에 바치던 신성한 음식이기도 했다. 기원후 1000년에 스칸디나비아, 북서 유럽을 비롯한 영국까지 치즈케익이 퍼졌다. 그 후 수세기가 흘러 이 치즈케익은 이민자들을 따라서 대서양 건너 미국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뉴욕 치즈 케익의 탄생

뉴욕에서 만든 게 아니면 치즈 케익이 아니라고 할 만큼, 그 자부심이 대단한 뉴욕 치즈케익은 크림치즈가 처음 만들어지면서 싹트게 된다. 유럽 대륙과 다른 재료인 크림치즈가 태어난 이유는 많은 맛있는 음식들의 경우처럼 실수였다. 1872년 미국인 낙농업자들이 프랑스 치즈인 누썅텔(Neufchatel)을 만들다가 우연히 실패작으로 개발된 치즈가 바로 크림치즈였다. 이게 발전을 거듭하다가 1912년 제임스 크래프트(James Kraft)가 완성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필라델피아 치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는 필라델피아가 낙농으로 유명했는지 모르나, 지금은 위스콘신이나 캘리포니아가 낙농의 주산지다. 그 필라델피아 치즈가 필라델피아에서 안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뉴욕 치즈 케익도 뉴욕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세계 빵집이나 레스토랑에서 만들어진다.

크림치즈 기반의 치즈 케익을 개발한 레스토랑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에 가장 유력한 설은 49번가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곳에 터프(Turf) 레스토랑의 아놀드 루벤(Arnold Reuben)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크림치즈로 치즈 케익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당시 다른 식당에서는 카티지(Cottage) 치즈를 사용했지만, 터프 식당은 더욱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서 크림치즈를 창의적으로 넣어봤다고 한다. 이 치즈케익이 유명해지면서 터프 식당은 번성했던 건 말할 것도 없다.

초보 요리사들이 여간해서 만들기 힘든 게 치즈 케익이다. 왜냐하면, 치즈 케익을 굽고 나서 식히는 동안 가운데가 폭 꺼져버려서 모양이 예쁘게 안나온다. 그래서 그 위에 크림이나 과일로 채우기도 하고, 안 꺼지게 하기 위해서 옥수수 전분을 섞거나 물에 중탕을 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장인들의 노력으로 치즈 케익은 오히려 다양한 형태로 변형될 수 있었다. 치즈 케익 공장에서는 가운데가 꺼지기 전에 급속으로 얼려 버린다. 이런 냉동방식 때문에 치즈 케익을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미국 슈퍼마켓에서 치즈 케익은 인기있는 디저트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세계 속의 치즈케익

치즈의 종류만큼 다양한 게 치즈 케익이다. 뉴욕 치즈케익은 크림치즈, 헤비크림, 그리고 계란으로 굽는다. 일부 식당에서는 독특한 조직감을 살리기 위해서 카티지 치즈와 레몬을 섞기도 한다. 풍미를 더하기 위해서 초콜렛이나 딸기를 위에 얹는다. 시카고 스타일은 겉은 단단하고 안은 부드럽게 굽는게 특징이다. 시카고 스타일 치즈 케익의 대표주자는 엘리스 치즈케익(Eli’s Cheesecake)이라는 유명한 가게가 있다. 고대 로마인이 먹던 치즈 케익은 꿀과 함께 리코타랑 유사한 치즈로 만드는데, 방부제로 베이 잎사귀를 넣기도 한다. 이탈리아 치즈 케익은 꿀대신 설탕을 넣고 리코타와 마스카라포네 치즈를 사용한다. 흥미롭게도 캐나다 치즈 케익은 나라 특산물인 메이플 시럽을 섞는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치즈 케익을 차가운 디저트라고 해서 굽지 않고 만든다. 독일은 쿼크(Quark) 치즈를 대신 넣는다. 네덜란드-벨기에 치즈 케익은 달콤하고 쌉싸름한 초콜렛을 넣고, 프랑스식은 젤라틴을 넣어서 최대한 가벼운 느낌이 나게 한다. 일본은 옥수수 전분을 섞어서 만드는데, 심지어 치즈 케익 자판기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남미와 아시아 스타일 치즈 케익도 특이한 맛이라고 한다. 이 많은 걸 언제 다 먹어보나? 예전에 치즈케익 팩토리라는 프랜차이즈 식당에 가니, 치즈케익의 종류만 수십 가지나 있더군요. 이번 글은 치즈케익을 다루었으니, 다음에는 역시 치즈가 듬뿍 들어간 피자의 역사도 써야겠다. 마지막으로 치즈케익에 얽힌 관습 하나를 소개하자면, 서양에서 결혼식날 치즈 케익을 먹는 건 불길하다고 해서 그날 치즈 케익은 별로 인기가 없다고 한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역사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8 Comments
  • dawn 2007년 10월 6일, 6:58 am

    쓸쓸한 가을 저녁에 이글을 읽으니 갑자기 즐거워 지네요…치즈케익 참 좋아하는데…그 역사와 종류를 알게 되어 넘 기뻐요.
    …치즈케익은 맛도 있지만 그 부드러운 색깔에 로맨틱한 느낌마져 들게하지요. 저도 어느 날 뉴욕에 가서 치즈케익 먹으며 이글도 생각할께요…행운이 함께 하시길!

  • 류동협 2007년 10월 6일, 6:33 pm

    @dawn,
    뉴욕치즈 게익을 드시면서 이 글을 떠올려주시면 저야 기쁘죠. dawn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rio 2007년 10월 6일, 9:03 pm

    불현듯 이대앞 마고 케익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치즈 케익에 담긴 역사 잘 읽고 갑니다. 자료를 어디서 찾으시는지 궁금하군요.^^ 앞으로도 좋은 글 기다릴게요.

  • Chaconne 2007년 10월 6일, 10:45 pm

    치즈케익 저도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여러가지더라구요
    살짝 단단한 치즈촉감이 있는것부터 부드러운 무스까지..
    침 쥘쥘 ㅠㅠ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hans 2007년 10월 7일, 2:21 am

    치즈케익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 잘 보았습니다.
    다만 한가지 옥의 티를 말씀드리자면 문장이 ‘~한다’로 끝나다
    ‘~합니다’로 끝나다 왔다갔다 하니 매끄럽지 않습니다. 문장 마무리를 통일 시키면 더 좋은 글이 될 듯 합니다. 글 잘 보았습니다.

  • 류동협 2007년 10월 7일, 5:02 am

    @rio,
    저도 가끔 미고 케익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자료는 제가 가지고 있는 음식관련 책이나 위키피디아나 다른 음식전문 사이트의 내용을 참조하죠. 그럼 다른 글로 또 뵙겠습니다.

    @Chaconne,
    치즈케익의 종류는 정말 무궁무진하더군요. 치즈케익을 먹다가 다양한 치즈에 세계에 빠지기도 했죠 ^^

    @hans,
    좋은 지적에 감사드려요. 다시 읽어보니 그 부분이 약간 어색해서 고쳤습니다. 🙂

  • Rachel 2009년 3월 5일, 7:45 am

    저도 친구들 생일때마다 종종 치즈 케익을 만드는데 원래는 카티지 치즈로 만들었다는게 신기하네요~ 맛있었을까싶어요 ㅎㅎ 체다 치즈로도 치즈케익 만들던데 그래도 역시 전 필라델피아크림치즈로 만든게 젤 맛있어요~!

  • 류동협 2009년 3월 6일, 12:37 pm

    Rachel — 치즈케익의 세계는 광활하더군요.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로 만든 것도 좋지만 요즘에는 리코타나 마스카르포네로 만든 것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더군요. 한번 맛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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