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영웅 핸콕은 미국인가?

핸콕 (Hancock,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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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영웅을 참 좋아한다. 특히 만화에서 튀어나온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그리고 엑스맨 같은 영웅은 미국인들에게 우상이 되었다.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들은 악당을 물리치며 세상의 평화를 지킨다. 마치 영웅은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과 비슷하다. 미국인은 영화 속의 도시를 지배하는 영웅을 보며, 세계 속 초강대국 미국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슈퍼영웅과 미국은 세계 질서를 해치려는 악당이 나타나면 언제나 그들을 제압한다. 영웅은 법이나 경찰력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초월적 존재다. 미국이 국제법보다 우위에 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영웅은 현실의 법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세계 평화를 지켰으니 그 쯤은 눈감아 달라는 말이다.

이단아 영웅

핸콕(윌 스미스)은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고 기존의 영웅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술에 취해 벤치에 누워서 잠을 자다가 일어나 음주 비행으로 경찰차와 건물을 망가뜨리면서 악당을 잡는다. 행색은 노숙자이고 멋진 유니폼이나 매너를 갖추지 않은 불량 영웅인 것이다. 영웅은 영웅이되 사고뭉치 골치덩어리다.

그렇다면 핸콕은 과연 기존 영웅의 이미지에 도전한 “이단아” 영웅인가? 시민들의 환호나 박수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악당만 해치우고 사라지는 쿨한 영웅인가? “핸콕”은 영웅 비틀기를 시도한 새로운 영화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기존 영웅과 비슷해진다. 핸콕은 영웅다운 외모와 행동거지를 배우면서 기존 영웅을 닮으려고 노력한다. 결국 핸콕은 기존 영웅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영웅영화이다.

다만 핸콕에게 부족한 점은 바로 대중적 영웅의 이미지다. 레이(제이슨 베이트맨)라는 PR전문가가 나서서 핸콕의 대중적 이미지 개선에 앞장선다. 이런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감옥에도 들어가고 친절한 말을 사람들에게 건네고 검은 유니폼을 입는다. 기본적으로 불량한 기질을 잘 감춰지지 않지만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핸콕은 다른 영웅과 비슷해진다.

불량국가와 미국은 동전의 양면

다른 영웅과 더불어 핸콕은 막강한 군사력,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다른 모습이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핸콕이 현재 미국의 모습에 좀 더 비슷하다. 미국이 불량국가라고 정의하는 이란,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북한은 세계질서를 방해하는 세력이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는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질서에 도전하는 세력들이다.

불량국가를 제압하는 미국 역시 도덕적인 국가는 아니다. 대량살상무기를 빌미로 이라크를 공격해서 수많은 이라크인을 살해했지만 그 무기는 찾지도 못했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명분없는 전쟁을 계속하면서 평화를 말하는 모순적 국가다. 하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은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공격을 무시하며 미국 중심 질서 만들기에 열심이다.

핸콕은 초강대국이면서도 좋지못한 이미지로 미움을 받는 미국을 상징한다. 미국도 핸콕처럼 홍보를 잘해서 거듭날 수 있을까. 기억상실증에 걸린 핸콕처럼 미국은 자신의 과거도 뉘우치지 못한다. 베트남전이나 명분없는 전쟁의 기억을 깡그리 잃어버린 채 새로운 전쟁으로 비극을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모양 모자를 쓴 핸콕은 술에 취해 하늘을 날아다닌다. 과거도 모른 채 외로움에 떠는 영웅은 위험하다. 그 외로움은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고 자기 마음대로 소통하려는 순간은 다른 이들에게 공포의 순간이 된다. 절대권력을 가진 핸콕은 산꼭대기에 살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몰라준다며 원망하고 있다. 만약 핸콕이 잘못된 판단으로 행동하며 홍보로 시민의 눈을 가리려든다면 끔찍한 공포영화가 될 것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양육강식의 세상에서 영웅으로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성격 개조가 이뤄진 핸콕은 선하게 살겠지만 미국은 여전히 힘만 믿고 제멋대로 살 확률이 높다. 나는 힘에 대한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 불량국가 미국을 핸콕에서 보았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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