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이중잣대

요즘 한류를 다룬 기사들은 한류의 역풍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한류를 극단적으로 찬양하던 일색을 벗어나 꽤 진지하고 분석적인 글들도 보인다. 어떤 기사는 어떻게 이런 한류의 역풍을 극복해야 하는지 대안을 알려주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 시각은 이런 역풍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악의적인 비난으로 몰아붙일 뿐이다. 언론은 배용준, 비, 장나라가 아시아에서 활약하는 사진으로 역풍을 덮으려고 한다. 언론에서 한류의 역풍에 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한류의 역풍은 할리우드 영화의 공세에 저항하며 스크린쿼터를 지키려는 모습과 얼마나 다른가? 지금 수준의 한류를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력에 비유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점증하는 한류의 영향력과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에서 가지는 위상은 고려하면 무리한 비유도 아니다. 짧은 시간에 문화적 영향력이 얼마나 되겠냐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 그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문화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미국, 일본의 문화가 문화 제국주의로 군림하던 것과 한류는 완전히 다른 별종인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적 소비적 삶이 한국의 문화로 가공되어 전파되는 현실을 개탄한다. 대안적 형태로 노동자의 문화, 인류애적 문화가 한류도 전파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그런 문화가 한류로 전파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그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어렵다. 자본을 틀어쥔 자본가가 그런 내용이 들어간 작품을 만들 때 투자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설사 독립적 형태로 만들어진다고 쳐도 누가 배급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 그것보다 한류를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이미 자본의 지배를 받는 주류언론이 앞장서서 한류의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한류 스타들의 활약상을 보도하고, 한류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분석한다. 하지만 철저히 한국의 국익에 봉사하는 입장만을 고수한다. 적어도 언론은 다문화적 입장에서 베트남, 대만,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성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우리 한국문화를 미국 대중문화의 폭격으로부터 지켜내려는 노력 일부분이라도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는 없는가? 반한류에서 우리의 과거를 읽어낼 기억력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