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항넷에 대한 개인적 생각

이 글은 김규항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평가글이 아니다. 그의 블로그 운영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규항넷은 내가 처음으로 블로그의 기본을 배운 스승같은 존재이다. 인문사회 분야 블로그가 거의 드문 시절인 1998년부터 지금까지 김규항은 성실하게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표현하고 있다. 현재도 규항넷은 인문사회 블로그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문사회 블로그를 꿈꿨던 나에게 규항넷은 어떻게 블로그를 운영해야 하는지 좋은 예를 제공했다.

김규항은 정치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블로그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래서 틈틈이 규항넷을 방문하여 그의 의견을 경청했다. 가끔 트랙백을 걸어서 내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가끔 자신의 블로그에 걸린 트랙백에 댓구하기도 한다. 트랙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한 글을 가끔 올리기도 한다. 워낙 인기 블로그라서 현실적으로 일일이 댓구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이런 방식으로 다른 블로거와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규항넷은 칼럼, 입장, 개인적 경험이 적당히 잘 어울려 있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 일상과 큰 사회적 현상을 잘 연결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규항넷은 개인적인 글과 사회적인 글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비슷한 인문사회 블로그로 박노자의 글방과 홍세화의 똘레랑스가 있지만 사회적 성격의 칼럼만 모여있다. 하지만 언젠가 박노자나 홍세화의 블로그에서도 일상적인 글을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규항넷은 기술적으로 최첨단이 아니다. 디자인이나 가독성 같은 것은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내용에만 치중하겠다는 자세다. 가끔 사진을 활용하긴 하지만, 동영상은 거의 쓰지 않는다. 새 트랙백 출력시 한글이 깨지는 문제도 있고, 키워드 검색은 고장난 상태로 너무 오래 방치되어 있다. 글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고장난 기술은 간단히 수리할 수 있는 지식도 필요하다. 규항넷이 너무 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신기술, 뉴미디어까지 끌어안고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규항의 책과 칼럼만 읽을 때는 그의 정치적 생각에 더 관심을 가졌다. 규항넷을 몇년째 구독하며 그의 일상을 따라가다보니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 생각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더 흥미로워졌다. 그게 블로그의 매력이 될 수 있다. 그의 어떤 생각에는 공감하고, 어떤 생각에는 동조할 수 없는 틈이 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하다보니 ‘규항넷’과 ‘맛있는 대중문화’는 미묘한 긴장감을 가지고 마치 연애를 하듯 블로깅하는 사이가 되었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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