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감을 느낄 때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어제 반스앤노블에 가서 커피를 마시다가 바닥에 커피를 쏟았다. 주변에 있는 휴지로 대충 바닥을 닦아냈다. 별로 창피하지도 않았다. 이것도 나이가 듦의 징조인가. 이것만이 아니라 빙판에 넘어지기도 하고 얼굴에 뭐가 묻어도 모르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운동신경이나 감각이 둔해진 거다.

몸이 둔해짐보다 더 걱정이 되는 건 마음이다. 나는 몸과 마음이 아주 유기적으로 연결된 체질이라서 기분이 우울하면 몸까지 아프다. 몸이 둔해지니까 비판적 생각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날을 세워서 강하게 비판할 주제도 대충 넘어가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무딘 정신은 학자나 비평가에게 특히 경계해야 할 늪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치명적인 습관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점점 늘어나는 건 끔찍한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몸과 정신이 둔해지는 건 늦출 수 있다. 이미 내게 스며든 둔한 성질이 더 굳어지기 전에 몸과 마음을 다시 다잡아야겠다.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쓸데없이 굳어진 머리도 깨우는 노력을 해보련다.

“Wake-up call”이라는 영어 표현이 있는데, 문제가 있음을 알고 뭔가 해야 함을 깨닫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닥에 흥건하게 엎질러진 라떼를 보았을 때가 내게는 그런 순간이었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2 Comments
  • 가글 2008년 12월 18일, 5:02 pm

    커피를 쏟고 창피하게 생각치 않은것은 당연한것 아닌가요?
    누구나 실수는 있기마련이고 침착하게 휴지로 닦아주기까지 했으니,젠틀하신겁니다.
    어릴때는 경험이 없으니,당황해서 어쩔줄을 모르죠..비록 실수는 했으나,마무리는 멋있게 행동하신겁니다.

    의학적으로 본다면,아마 우리몸 중에서 노쇠가 가장빨리 일어나는곳은 ‘눈’일겁니다. 시력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산만해지고요, 먼가 쏟거나 떨어뜨리거나 하는일이 많죠. 그리고 다른 기관도 조금씩 노화되고요. …노화되는것은 진리고,순리고,받아들이고요,또 잃는게 있으면 얻는게 있습니다.

  • 류동협 2008년 12월 19일, 4:11 am

    가글 — 맞는 말씀입니다. 잃는 게 있다면 얻는 것도 있겠죠. 그걸 깨닫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겠죠. 요즘은 잘 늙기 위해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입니다. 🙂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