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금지곡

1970년대 중반에 대마초 파동과 더불어 박정희 정권이 대대적인 대중가요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었다. 1975년 6월 29일자 주간중앙에 금지곡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창법저속과 퇴폐성을 이유로 금지곡 43개나 선정했다. 그 이유가 재밌다. 藝倫에서 선정한 곡들 가운데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가사내용이 불신감을 조장하고 창법이 저속하다는 이유가 달려있다. 이 노래를 듣고 서로를 못믿는 사태가 발발하기라도 했나? ^^ 페티 김의 “무정한 밤배”는 일본색 농도짙고 가사가 저속하다는 이유로 금지를 당했다. “아메리칸 마도로스”는 가사가 저속하고 주체성 없고, “꽃 한송이”는 가사와 곡이 비탄조고, “인생은 주막”은 가사창법이 저속하고 허무감 조장이라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노래할 수 없었다.

가사나 창법이 저속하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이런 기준은 대단히 주관적이고 자의적이라서 윤리위원의 개인적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대중가요에 클래식에 어울리는 고급스런 가사나 창법을 요구하는 것은 자체가 이상한 기준이다. 대중가요는 고급예술이 아니라 말 그대로 대중이 즐기는 저잣거리의 노래다. 품위있는 창법으로 대중가요를 부르는 건 상상이 잘 안된다. 대중들이 즐기는 인기곡이 저속하다는 판단은 대중들의 취향을 무시하는 것 밖에 안된다.

박정희 정권이 군사정권이다보니 새로운 풍토와 건전한 노래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렇다면 허무감, 비탄조가 아닌 새마을 운동정신을 고취하는 군가식 노래들을 말하는 것인가? 씩씩한 노래를 부르면서 경제발전을 위하여 국민들을 채찍하는 분위기를 노래로 조성한 것이다. 노래가 국가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대중과 유리된 대중가요는 그 생명력을 다했 다고 봐야한다. 70년대 후반의 가요계는 그야말로 찬바람이 날린다. 대대적인 풍기단속과 금지곡을 대중가요를 통제하는 시기였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참 황당하고 어이없는 이유들이다. 한번 살펴보세요~~

거짓말이야 – 가사내용 불신감 조장, 창법저속
댄서의 순정 – 가사내용 퇴폐
무정한 밤배 – 곡 일본색 농도 짙고, 가사저속
네온의 블루스 – 가사퇴폐
지금은 남남이지만 – 가사퇴폐
미스터리 흥분하다 – 가사, 곡 외국모방 저속
잘 있거라 부산항 – 가사저속, 곡 지나친 일본색조
마도로스 도툽바 – 가사저속, 곡 지나친 일본색조
항구의 0번지 사랑 – 가사퇴폐, 창법 저속
아메리칸 마도로스 – 가사저속 주체성 없는 곡
모두가 물이었네 – 가사저속 주체성 없는 곡
녹슬은 청춘 – 가사저속, 창법저속
김군백군 – 가사퇴폐
두 남편 – 제목 가사 내용 등 퇴폐조장
나비 같은 사랑 – 가사내용 퇴폐저속 곡 불건전
저기 저 소리 – 곡 퇴폐
꽃 한송이 – 가사 비탄조
멋장이 아가씨 – 곡 퇴폐, 자극적 창법
철새 – 창법 곡 저속
그렇게 해요 – 가사 곡 저속
맥시 아가씨 – 가사허영과 퇴폐조장
내일 다시 만나요 – 일본가사 완전표절
네가 좋아 – 가사 창법 저속
나를 두고 가지마 – 가사 창법 저속
세상에 만약 여자가 없다면 – 가사 저속
내 사정도 모르고 – 가사 창법 저속
일요일의 손님들 – 가사 무기력 불건전
함께 갑시다 – 가사 저속
0시의 이별 – 가사 저속
기러기 아빠 – 곡 창법 비탄조
꽃은 여자 – 가사 퇴폐
타버린 담배 – 가사 저속
인생은 주막 – 가사창법 저속 허무감조장
손목은 왜 잡아요 – 가사 퇴폐
아빠의 이름은 – 가사 비탄 저속
어떤 말씀 – 가사 불건전 반항적
철날 때도 됐지 – 가사 불건전
연인 – 불건전
인정 사정 볼 것 없다 – 가사 폭력 반항감 조장
믿지 못해 – 가사 창법 저속 퇴폐
아는 척 하지마 – 가사 퇴폐
영광의 순간 – 곡 표절
겨울 이야기 – 가사저속, 청소년불량 조정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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