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쉬앤칩스

2년 전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영국에 있는 록버로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바쁜 일정에 쫓기고, 감기까지 걸려서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피쉬앤칩도 못먹어 보고 와서 내내 아쉬웠다.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라는 영국의 인기 요리사의 조리법을 따라서 아내가 만들어 봤다. 맥주로 반죽해서인지, 담백하고 고소한 튀김옷이 넘 맛나다. 이제야 소원을 풀었다. 이거 먹기전에는 한국에서 먹던 생선까스라고 생각했는데, 그것과 좀 다르다. 맥주의 효과인지 전혀 비리지 않고 맛이 묵직하다. 이 음식은 흑맥주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둘다 걸죽하고 묵직한게 풍미가 오래오래 입안에 남아있네요.

영국의 날씨는 우중충하고 냉기가 뼈속까지 스미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감기가 단단히 걸렸나보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데, 친절한 노신사가 길을 자세히 알려주는가 하면, 지하철에서 마구 밀치고 지나가는 회사원들도 있었다. 교통체계가 한국과 반대라서 무지하게 헷갈려서, 좀 위험했던 적도 몇 번 있었다. 벽에는 온통 페인트로 낙서가 되어있고, 거리는 좀 지저분 했다. 일요일이라 뭔가 사먹으려고 돌아다니는데, 문을 연데가 없어서 고생좀 했다. 그래서 영국에 대해서 안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돌아왔다.

근데 신기한 건 돌아온 후에 시간이 흐를수록 영국에 대한 이미지가 정반대로 좋아만 갔다. 낡고 오래된 건물도 그립고, 맨날 비가 내리는 스산한 날씨가 고즈넉하게 생각난다. 웨스트 엔드의 뮤지컬 극장, 코벤트 가든, 그리고 하이드 파크에 가보고 싶어졌다. 월마트가 아닌, 재래시장에서 물건도 사고 그런 풍경이 더 정겹다. 살인적인 물가에 조금 두렵긴 하지만, 영국은 이상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짧은 시간에 즐기기에 너무나 많은 것을 품고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었을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곳이 바로 영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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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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