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장터 기사후기

농민장터 간이식당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려고 농민장터(파머스마켓)에 다녀온 기억의 기록이다. 농민장터는 볼더에 살 때도 몇 번 가본 적이 있었고, 매디슨에서도 잠시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도시에 따라서 조금 다른 특색이 있긴 했지만 대체로 비슷한 구석이 있다. 주변 농촌에서 가져온 신선한 농산물을 사고파는 정겨운 풍경은 한결같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에 취해서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장이 파할 시간이 되었다. 아마도 그런 좋았던 기억 때문에 기사를 쓰게 되었는지 모른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화창한 날씨 탓인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대부분 농민장터는 야외에서 하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 편이다. 다운타운 근처에 있는 파이어니어 공원 주변은 평일에는 주차공간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근처 식당이 널찍한 주차장을 무료로 제공해줘서 어렵지 않게 차를 세우고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하얀 천막으로 가지런하게 정돈된 임시가게가 입구부터 펼쳐졌다. 인파를 따라서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니 음식을 파는 구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아직 점심 전이라서 허기졌다. 맛있어 보이는 빵을 두 개 사서 아내랑 사이좋게 나눠 먹으며 농민장터를 구석구석 돌아봤다. 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던 농산물이 다수였지만 신선도에서 차이가 났다. 슈퍼마켓의 농산물은 먼지역에서 오다 보니 채 익기도 전에 수확한 것도 있고 긴 여행으로 이미 시들기 시작한 것도 있다. 농민장터의 물건은 장터에 나오기 얼마 전에 거둬들인 물건이라서 아주 싱싱하고 흙내음까지 풍겼다.

농민장터에서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농산물에 관하여 물어보는 사람도 있으며, 가격흥정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그냥 일상사를 공유하는 이들도 있었다. 농산물을 직접 키우고 재배한 사람들 만나는 경험은 계산대에서 점원과 나누는 대화가 전부인 슈퍼마켓의 일상과 바꿀 수 없다.

공원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농민장터와 마주한 수공예품 장터도 덤으로 볼 수 있었다. 손으로 직접 짠 퀼트장식이 너무나 예뻐서 한참을 구경했다. 그 옆 가게는 손으로 짠 스웨터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미술품과 귀걸이까지 산책로를 따라서 멋지게 펼쳐져 있었다. 여느 미술관 못지 않은 작품을 야외에서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것도 농민장터의 즐거움이었다.

농민장터 잔디밭 위의 작은 음악회

대충 한 바퀴를 돌고나서 공원 중앙광장에서 열린 음악회를 보러 갔다.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옆 청년은 의자에 앉아서 공연하는 밴드를 스케치북에 그리고 있었다. 미대생인지 재빠른 손놀림으로 음악을 스케치로 잡고 있었다. 우리 뒤에는 아이를 목마 태운 아저씨가 지긋이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꽤 많은 사람이 몰려와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복잡한 가운데 나름 질서있는 군중이었다.

장터에서 음악공연이 빠지면 어쩐지 심심하다. 동네 지역신문사가 후원하고 지역밴드가 공연하는 즉석 음악축제는 농민장터의 배경음악이 된다. 너바나의 “All Apologies”를 생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기뻤다. 주로 유명한 음악을 들려 주었지만 나중에는 자신들이 작곡한 음악도 선보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 곳은 밴드 자신의 음악을 알릴 기회였다.

구경하고 음악을 즐기는 사이에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장이 파하기 전에 사진이라도 몇 장 더 찍으려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에게 풍선으로 자전거를 만들어 주는 피에로를 봤다. 그 옆에서 처음 보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거대한 악기는 입으로 불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들인 화음이 멋지게 흘러나와 아이들의 귀를 간지럽혔다. 장터의 작은 일상까지 글로 담으려면 한두 번의 방문으로 어림도 없다.

삭막한 도시 한복판에서 농민을 만날 수 있는 일은 흔하지 않다. 공동체가 약해지고 개인주의적 생활에 익숙한 미국인에게 농민장터는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건강한 먹을거리도 마련해 주었다. 서로 멀어져가던 도시와 농촌이 다시 만났다. 농민장터는 단순히 신선한 농산물을 살 수 있는 실용적 공간을 넘어서 음악과 각종 행사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었다. 미국을 여행할 계획을 세우는 분이 있다면 주말에 시간을 내어 농민장터를 꼭 구경할 것을 권하고 싶다. 미전역에 5천여 개가 넘는 농민장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니까 그곳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 곳에서 또다른 미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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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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