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와 가족

CNN에서 얼마 전부터 경제 위기가 바꾼 가족 시리즈를 방송하고 있다. 경제 위기로 실직한 가족들이 한 집에 모여 살게 된 사연을 전했다. 핵가족 중심인 미국인 가족들 가운데 경제 위기를 계기로 한 집에 모여살게 된 대가족 이야기였다. 뉴스에서 그 가족은 사생활이 없어진 아쉬움을 하소연하면서 동시에 생활비도 절약하고 소원해진 가족관계가 좋아졌다고 했다. 애써 긍정적인 면을 찾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집을 얻어서 나가게 되겠지만 대가족의 미국인은 낯선 모습이었다.

두 번째 가족은 기이하다. 부부관계가 완전히 틀어져 이혼한 부부였는데 한 집에 사는 가족이었다. 남편은 지하방에 살면서 아내와 가능한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같은 집을 공유했다. 집도 상당히 큰 편이었는데 무진장 떨어진 집값 때문에 참고 사는 모양이었다. 서로 보기 싫은 얼굴일텐데 돈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세 번째 사례는 더 슬프다. 융자금을 내지 못해 은행에 집을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린 가족이다. 노숙자 쉼터에도 자리가 없어서 공터에 텐트를 치고 사는 가족이다. 이곳마저 유지하기 힘들어지면 가족이고 뭐고 없이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붕괴 직전의 가족의 모습이다.

그 외에도 CNN 보도는 경제 위기가 바꿔 놓은 가족의 일상을 알려주고 있다. 이 보도는 얼마나 지속될 지 알 수 없는 경제 위기 속 가족이 살아가는 법, 즉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족이 어떻게 위기를 대처하고 있는 잘 보여주는 기획 취재였다. 보도에서 변화된 가족을 주로 다루긴 했지만 아직까진 소수다.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 저런 가족이 더 늘어날 것이다. 가족 관계 마저 변하게 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올 것이다. 경제 위기가 가족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벌써부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같은 경제 위기라도 사회 하층가족으로 내려 갈수록 받는 타격은 더 크다. 부자들은 증세에 불만을 토로하는 정도로 그치지만, 중산층과 하층민은 당장 직업을 잃고 거리로 쫓겨나는 상황 벌어진다. 게다가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상당히 허약한 편이라서 그걸 보완해줄 장치도 별로 없다. 경제 위기를 맞는 가족이 처해있는 현실도 계급에 따라서 판이하게 다르다.

In Category: 사회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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