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이 유행할까?

10여년 전에 학부 친구랑 전자책에 관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서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신할 거라고 믿었고, 나는 전자책도 어느 정도 유행은 하겠지만 결코 종이책을 대체하지 못할거라 말했다. 지금도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책을 만지고 낙서하고 그럴 수 있는 감각을 전자책으로 누리지 못한다. 기술이 그 격차를 줄여주긴 하겠지만 현실화가 그리 쉽겠는가?

최근에 전자책의 상용화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오는 모양이다. 얼마전 소니에서 전자책 리더라는 걸 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보더스 서점에 갔더니 전시해놓고 있어서 잠시 구경했었다. 책도 80여권 들어가고 글자도 선명하게 보였다. 기술의 발전에 감탄하게 되지만, 난 아직까지 종이책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다. 그냥 메모리 카드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는 책이 주는 아우라가 없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내가 원하는 책이 전자책을 제공해줘서 조금 읽어봤다. 눈도 아프고 머리에 역시 잘 안들어와서 결국 프린터로 출력해서 봤다. 한장씩밖에 출력을 허용하지 않아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컴퓨터로 전문적인 글을 읽는 건 너무 힘들다. 전자책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글보다 가벼운 글에 더 적당한지 모르겠다. 10년 사이에 전자책이 어느새 현실화되고 있었다. 이런 걸 두고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해야 할런지.

음악은 가끔 MP3로 구워서 듣기도 하지만, CD로 듣는게 더 좋다. 그것보다 직접 공연장에 갈 수 있으면 더 바랄게 없다. 내 취향이 너무 구식인가? 디지털의 편리를 몸소 받아들이고 누리고 살지만, 아날로그의 정서는 쉬이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인터넷이나 컴퓨터 같은건 쉽게 받아들였지만, 전자책에 거부감이 느껴진다. 나만 그런가?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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