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향한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싸움

Commanding Heights (2002)

“Commanding Heights”를 처음 접한 건 대학원 수업시간 때였다. 세계화와 미디어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당시에는 신자유주의에 관한 이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다룬 1편만 봤다. 미국 증시붕괴를 보면서 그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를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3편까지 다 빌려다봤다.

첫 감상은 좌파, 우파를 가리지않고 대통령, 경제장관, 주요 경제학자, 반세계주의자, 시민들 인터뷰까지 담고있는 방대한 다큐멘터리였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치밀하게 준비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으로 힘을 얻기 시작한 시기도 비교적 최근인 80년대였다. 80년대 후반 공산권이 무너지면서 자본주의는 사실상 유일한 경제제도로 살아남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1편 사상의 전투, 2편 개혁의 고뇌, 3편 새로운 게임의 규칙 등 총 3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다. 신자유주의 이론이 등장해서 미국, 영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차분하게 다루고 있다. 1편은 신자유주의 사상를 설계한 프리드리히 하이약(Friedrich Hayek)과 그의 사상을 학문적으로 발전시킨 시카고대학 교수 밀튼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이 어떻게 세계 경제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졌는지 소개한다. 어려운 경제학 용어보다 일반인의 언어로 세계 경제를 설명한다.

이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20세기 경제는 크게 사회주의와 시장주의의 싸움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시장주의가 주장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국가의 개입이 사라지고 전적으로 시장이 지배하는 사회다. 그 반대의 축에 있는 나라는 국가의 계획아래 경제가 움직이는 러시아, 동유럽, 중국이었다. 시장주의가 주도적 경제질서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지만 8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자본주의 국가도 국가의 개입이 어느정도 허용되었다. IMF 같은 국제기구도 시장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조직이었다. 남미 사회주의 국가도 있고, 가까운 일본이나 한국의 박정희 시대도 국가가 시장을 이끄는 사회였다. 한국은 IMF시대를 겪으며 김대중 정부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를 받아들였다. 이명박 정부는 철저하게 신자유주의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국가계획경제가 실패하자 구공산권 나라와 남미는 시장주의를 새로운 희망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게 비교적 잘 통한 중국 같은 나라가 있는가하면 여전히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나라들이 생겨났다. 자유무역 시장이 열리고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하면 경제는 자연히 살아날 것이라고 신자유주의자들은 확실히 믿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지는 의문이다. 부국과 강대국이 약소국과 공정한 무역에 나서지도 않았고, 투기자본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서 끊임없이 움직였다.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사회주의에 승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런 현실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르면 자유무역시장은 계속 늘어나고 그로 인해 얻어진 부가 골고루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투기를 잘해서 수천만불 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가 있는가하면, 단돈 1불이 없어서 굶어죽는 아프리카인도 생겨났다. 빈부의 격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신자유주의는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는 희망이라기보다 비인간적 괴물을 만들어냈다. 투기 자본이 마음대로 활보하는 세상이 되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

신자유주의를 생각해낸 경제학자가 처음부터 그런 나쁜 사회를 건설하려고 했던 것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부국인 오스트리아나 미국의 연구실을 떠나본 적 없는 그들이 아프리카나 남미의 경제까지 고려하지는 못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된 환경, 빈국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종교처럼 믿고 있는 신자유주의 실체를 느꼈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가 통제했던 영역을 모두 시장에 맡기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FTA도 밀어부치고, 공기업도 민영화하고, 투기자본에 더 많은 영역을 개방할 것이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이 모든 것이 현실이 될 것이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천박한 신자유주의는 아주 역겹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미 역사상 최대규모의 7000억달러의 공적자본이 투입되었다. 신자유주의 경제가 과연 실패한 것일까? 신자유주의자들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일까?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에 살면서 그 실체를 잘모르고 산다.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현실을 느끼고 싶은 분에게 이 다큐멘터리를 권한다. 신자유주의 매트릭스 바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보다 이해하기 쉽게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알 수 있는 영상물은 드물 것이다. “Commanding Heights”가 방송된 PBS에 가면 스크립트와 영상을 볼 수 있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5 Comments
  • foog 2008년 10월 8일, 5:07 pm

    오호~ 엄청 땡기네요. 좋은 다큐 소개 감사합니다~ 🙂

  • 류동협 2008년 10월 9일, 1:26 am

    foog — Foog님에게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아요.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위해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도 천천히 들어볼 기회도 있으니까요. 이거 굉장히 잘 만든 다큐라 그런지 수업교재로 많이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 syd K. 2008년 10월 10일, 1:17 am

    세계화와 미디어 수업 누가 했슈?? (왜 요새는 저런게 개설이 안되는거야.. 쳇)

  • 류동협 2008년 10월 11일, 7:14 am

    syd K. — 누구겠어. 앤드류 칼르브래즈 교수지.

  • sss 2010년 5월 13일, 11:51 pm

    몇가지 사회문제를 지적해주셨는데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혼동하시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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