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배우의 정극연기

영화가 정말 마음에 마음에 들면 그 영화평을 찾아서 내 의견과 비교해 본다. 가끔 미국 영화평론가들의 경향을 읽게 되기도 한다. 감동을 주는 휴먼드라마는 비교적 후한 평가를 받는다. 거기에 정치적 의미까지 담겨있으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인종, 성, 환경 같은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휴먼 드라마에 박하게 평가하는 평론가는 별로 없다.

여기에도 분명히 예외가 있다. 코미디 배우들의 휴먼드라마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윌 패럴, 짐 캐리, 아담 샌들러는 정극연기에 도전했지만 코미디에나 집중하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내 생각에 이들이 상당히 괜찮은 연기를 한 작품은 있었다. 스트레인저 댄 픽션의 윌 패럴, 레인 오버 미의 아담 샌들러, 이터널선샤인의 짐 캐리의 연기는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절제된 이들의 연기는 예전 코미디에서 보여준 연기와 분명히 달랐고 강한 울림이 있었다. 어떤 정극배우들의 연기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미국 평론가들에게 코미디언이 하는 연기는 그냥 색다른 오락거리이지 예술은 아닌 모양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미디 영화가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와 비슷한 맥락이다. 평론계에서 코미디 배우들의 정극연기는 쉽게 평가절하되었다.

자신의 분야를 벗어나서 연기를 하려면 더욱 힘이 들게 마련이다. 코미디언들이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복수혈전의 이경규가 그렇게 극복하고자 했지만 실패한 것처럼. 코미디계에서 성공한 배우일수록 자신의 웃긴 이미지에서 자유로운 연기를 하긴 더 어렵다. 관객들은 은연중에 코미디언에게 웃음을 계속해서 기대한다. 저 배우가 언제 한번 웃길건가? 평론가도 관객과 비슷한 심정일거다. 기다렸던 웃음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마치 속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웃기지 않은 코미디언을 평가하기 난감해하는 평론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장르적 관습에 숨어있는 평론가의 습관적 글쓰기가 보인다.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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